여기에 인사만 나오면 소통도 약방 감초처럼 나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는 인사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때 결국 가장 큰 문제는 인사임에는 틀림없다.

많은 정치인과 정치전문가들은 여전히 수첩속의 인사를 꼬집는다. 심지어는 수첩을 버리라는 주문까지 한다. 맞는 말이다. 수첩이 결국 우물 안 인사를 하게 되는 단초가 되고 있음은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 됐다.

인사문제가 계속 거론되면 안 좋은 소문만 양산된다. 벌써부터 수첩인사, 밀실인사, 비선인사 등 듣기 껄끄러운 말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온갖 말들이 나돈다.

'누가 누구를 천거했다', '속여도 모른다', '비선라인에 줄을 대야한다', '박 대통령은 싸인만 한다' 등 그럴듯한 말들이 정답처럼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시시콜콜한 말들이 많아지면 순수한 인사까지 낭패를 볼 수 있다.

국민의 불신과 야당의 공격이 핵융합을 일으키면 또 다시 안대희, 문창극 총리 후보자 중도 낙마 같은 참사를 겪게 된다. 때문에 이제는 확 달라져야 한다. 당연히 혁신적 변화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마음부터 비워야 한다. 자신의 마음을 먼저 비우지 않으면 남을 의심하게 된다. 결국 의심은 믿음이 상실돼 인재풀을 가동시킬 수 없다. 말로는 탕평책 하지만 결과는 항상 이번과 같은 사태로 귀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이명박 정부에서 폐지한 인사수석실을 신설했지만 그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수차 얘기지만 박 대통령이 인재풀을 넓히고, 비선라인의 개입을 차단하는 것이 더 급선무다. 이는 총리 후보자가 없어 사임한 총리를 다시 유임시키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하기에 그렇다.

인사수석실이 잘 할 것이라 기대하지만 인사를 담당하는 인적구조가 항상 문제가 돼 왔다. 그동안의 인사시스템은 폭넓은 인재 발굴은 물론 인사 대상자에 대한 충분한 검증에 많은 한계를 드러냈다. 하지만 그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면 실패를 또 되풀이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꼭 따져 볼 것이 있다. 인사 대상자들이 낙마할 때마다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돼 왔다.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추천자를 밝혀야 한다. 결국 책임으로 따지면 대통령에게 모든 책임이 있겠지만 누가 누구를 추천했는지 누가 부탁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조건 욕만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추천자가 공개돼야만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는다. 물론 제대로 추천했다면 박수를 받을 일이다. 그러나 그간의 추천은 나라를 온통 쑥대밭으로 만들고 대통령의 권위를 나락으로 추락시켰다.

이런 점을 알고 있다면 김실장 스스로가 퇴임 전 현재 거론되고 있는 온갖 풍문을 해소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세상은 많이 변했다. 국민의 눈높이가 달라졌다. 이제는 밀실인사를 하다가는 망신당하기 일쑤다. 국가의 인재를 뽑는데 뭐가 두려운가. 공개적인 공모를 해서라도 뽑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박 대통령이 미리 점찍어 둔 인사나 비선라인을 통해 올라온 사람들을 임명하려 할 경우 인사 참사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인사스타일을 바꿔 인재풀을 넓히라고 입이 닳도록 말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에는 그렇게도 사람이 없는가"라는 말이 왜 관심을 끌어야 하는가. 이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왜 허구한 날 이런 질타를 받아야 하는가. 이왕지사 욕먹을 바엔 그동안 충성심을 발휘했던 친박인사들이라도 제대로 활용하고 욕을 먹었으면 내부에서라도 욕을 먹지 않을 것 아닌가.

좌파 세력은 이 정권 내내 박 대통령의 인사를 계속 문제를 삼을 것이다. 친박 인사들을 기용하면 '친박 보은인사', 영남인사를 기용하면 '영남 편중인사' 등으로 입맛대로 공격을 할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 좌파매체들까지 가세하면 임기 내내 시끄러운 몸살을 앓아야 한다.

노론, 소론의 치열한 당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생명의 위협마저 느끼며 가까스로 왕위에 오른 영조는 등극하자마자 탕평정국을 열어 인재를 고루 등용하려는 노력에 박차를 가했다.

쉬운 것은 아니었다. 일부 정권 지향적인 무리들에 의해 당쟁은 지속되고, 급기야 왕권에 도전하는 변란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영조는 결국 뜻을 이루며 성공한다.

박 대통령이 영조가 될 수는 없겠지만, 영조보다 더 첨단화된 시대에 살고 있다. 때문에 국민들은 첨단화된 인재풀을 성공시키기를 지켜보고 있다. 구하려 하지 않으니 못 구한 것이지 없어서 못 구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제발 국민들이 박수칠 건덕지라도 좀 만들어 달라. 그래야 국민이 박수를 칠 것 아닌가.

이제 박 대통령도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지지세력의 반석위에서 내려서 홀로 금자탑을 쌓는 노력에 올인 해야 한다. 뭐가 그리 두려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