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이 종래의 이념과잉에서 실용노선으로 선회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실용은 말 그대로 실제 생활에서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뜻일 뿐 그 자체가 이념이 될 수 없다. 편리함이 실용의 밝은 면이라면 무방향성은 실용의 어두운 면이다. 방향성이 없는 것은 이념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실용은 이념이 아니다. 이념이 아닌 것을 이념인 양 착각하여 따라가다 보면 자칫 함정에 빠지기 쉽다. 노 대통령이 바로 그 ‘실용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헌재 카드를 버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경제회생을 내세웠다. 도덕적 문제는 있지만 그가 국내외에서 시장주의자로서 신뢰 받고 있다는 실용성이 노 대통령을 사로잡고 있었다. 실용에 집착하다 보니 노무현 자신의 본체(땅투기와의 전쟁, 서민대중의 정서)를 잃어버리고 실용이라는 곁가지에 매여 헤어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한마디로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이념이 있다면 그 이념을 본체로 하고 관료의 테크놀로지를 실용적으로 활용해야 실용의 함정에 빠지는 우를 면할 수 있다. 중국 양무운동의 중체서용(中體西用)처럼 노체관용(盧體官用)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지도자의 철학은 그래서 중요하다. 지도자의 철학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
2005. 3. 8.
새천년민주당 대변인 유종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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