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5형제’도 믿을 수 없다.
고향산천 환경은 내가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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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5형제’도 믿을 수 없다.
고향산천 환경은 내가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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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그리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은 환경실천

이번 설 시장 볼 때 장바구니와 배낭을 하나씩 챙겨가서 비닐 봉지를 최소화했다. 4~5년 전 민박집을 하며 큰 배낭을 지고 경기도 가평에서 경동시장까지 나다니면서부터 몸에 밴 것이다. 생선이나 물기 있는 것 외에는 그냥 가방에 넣었다. 평소에도 느낀 바지만 비닐 봉지를 받기 시작하면 수십 개로도 모자란다. 작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정적으로 이런 다짐을 하게 된 데는 내 고향에 비닐 봉지가 펄펄 날릴 것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음식 장만을 하면서도 프라이팬을 물로 씻지 않고 식지 않았을 때 휴지로 한 번 닦은 다음 보관하니 프라이팬 수명에도 보탬이 되고 간편해서 좋았다. 더군다나 매번 물로 닦거나 세제로 닦으면 물이 한정 없이 쓰일 것 같았다. 이렇게 조금만 신경쓰면 물을 살릴 수 있는데 실천을 하지 않다니! 내고향을 더럽히지 않겠다는 이기심이 환경에 보탬이 된다 하니 가슴이 뿌듯했다.

가족들은 밥 먹고 나서 다들 자신이 먹었던 밥그릇에 물을 따라 마셨다. 아이들도 그렇게 주니 잘 먹는다. 고춧가루마저 다 마셨다. 그릇이 깨끗이 헹궈져 설거지 감을 줄이는 일등공신이었다.

이미 있던 세제도 남기고 미끈미끈한 그 느낌도 없어 맨손으로 해도 좋았다. 그냥 흘려보내 물과 땅을 오염시키느니 차라리 내가 정화하겠다는 마음으로 먹던 그릇에 먹으니 더럽다는 느낌은 별로 없었다. 절에 사람들이 그렇게 몰려도 냇가가 잘 보존된 까닭을 알 것 같다.

설거지 할 때는 쌀 씻을 때 흘려보내지 않고 미리 듬뿍 받아 둔 뜨물을 휘저어 설거지 물로 활용했다. 비눗물 때문에 여러 번 헹구는 번거러움이 없어 시간도 절약하고 물도 적게 썼다. 당연히 세제 쓰는 양도 줄었다. 예전 어머니께선 그릇을 한 번 맹물에 헹궈 찌꺼기를 소나 돼지 먹이로 주셨다. 그 다음에 수세미로 문지르셨다. 기억을 찾아 그대로 따라서 해보니 웬만한 그릇은 닦인다.

이렇게 해도 안되는 것은 물을 데워 사용하니 잘 닦인다. 정화조는 그래도 걸러지기라도 하는데 생활 하수는 정화되지 않고 도랑으로 강으로 마구 흘러가서 하천을 오염시킨다. 명절 때 갑자기 많은 생활 하수가 흘러나가면 물고기들이 놀랄 것인데 올해는 퍼득퍼득 생생하게 잘도 뛰논다. 계곡으로 여름 휴가 갔을 때도 이렇게 하고 대강 모래로 살짝 문질러 집으로 가져와 닦곤 했다.

솔강이 기저귀와 비닐 봉지는 불에 태우지 않았다. 몇 번 겪어본 일이지만 기저귀는 활활 타오르는 불에 집어 넣어도 잘 타지 않는다. 이번에는 반드시 따로 모아 배출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 공기 좋은 시골에 아이들 데려 가서 환경호르몬을 마시고 오게 할 수는 없잖은가?

비닐 봉지는 도착하는 대로 바로 큰 봉지 하나에 차곡차곡 담아 시골에서 씨앗을 보관하는데 사용하도록 모아서 복조리 옆에 걸어 뒀다.

음식 찌꺼기는 썩는 것과 물기있는 것은 따로 분리하여 가축에게 줬다. 가축이 먹기 힘들게 보이는 것은 퇴비에 버렸다. 이렇게 분리해서 쓰레기봉지에 담으니 밖으로 나갈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서울로 향하면서 집안에 있는 쓰레기를 마저 점검했다. 이 정도면 됐다 싶었다. 방문자가 떠난 뒤 그릇만 챙겨 넣으면 되게 모두 정리가 끝난 것 같다. 언제고 잠시 머물렀다 가는 사람들이 떠나면 남아 있는 사람 마음은 허전하다. 그런데 쓰레기 더미만 잔뜩 쌓여 있으면 집안 어른들이나 남은 형제들 몫으로 남는 걸 보아왔다. 일손이 여럿 있을 때 다 처리하여 뒷맛이 깔끔하게 처리하고 오니 내 마음마저 상쾌하다.

올라와서 좀 쉬려고 했더니 시골 형님네에서 전화가 왔다. “잘 도착했는가? 차는 안 밀리던? 그리고 정말 깔끔하게 청소해줘서 고맙다.” “뭘요, 그냥 한 번 해 본 겁니다. 마음에 들었다면 추석 때도 내가 하지요.”

작은 실천의 시작에 불과하다. 이번 설에는 오가면서 아이들이 보고 따라 할까 봐 휴지하나 맘대로 버리지 못했다. 독수리 5형제도 믿을 수 없다. 이젠 내가 나서서 집에서부터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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