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작은 할아버지가 일제 때 형무소장이셨다는 말씀에 단순히 어린마음에 훌륭하신 분으로만 생각하려 했던 순간 나의 머리를 강타한 것은 작은 할아버지가 그렇다면 친일파!
물론 친일파들이 다 나쁘다고 매도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겉은 친일파 였어도 속은 애국자 였으면 하는 바램으로 말이다.
하긴 이회창 前 총재의 부친도 일제 때 검찰서기 였기에 친일파 였느니, 동포애가 깊은 검사였느니 하며 논란이 있었고, 故 박정희 대통령도 일본 육사출신으로 천황에 혈서로 맹세했다는 등 친일논란이 과거사 청산이다 뭐다 해서 또다시 거론되고 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비밀리에 독립군을 지원했다는 설도 파다하기 때문에 완전한 친일파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래서인지 생존해 계신 실향민들도 필자의 작은 할아버지를 욕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친송을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한다.
만약 예상한 데로 그 분이 정녕 악질 소장이었다면 생존한 형무소 복역자들 사이에는 '그 XX 얘기는 꺼내지도 마라, 생각만 해도 이가 갈린다' 이렇게 말씀하셨을 텐데 전혀 느긋한 마음으로 형무소 시절을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나는 너무도 분하고 원통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셈이다.
진짜 친일파들의 후손은 재산까지 찾으면서 땅땅거리고 사는데 무늬만 친일파셨던 작은 할아버지는 지금은 생사조차도 모른채 그 후손인 우리 식구들은 빈사 상태로 살아가고 있으니 말해 무엇하랴.
한편으로 혹, 그 분이 형무소장을 하면서 축적한 재산으로 독립군을 지원했거나 그것이 들통나면서 총독부로부터 재산을 몰수 당했거나 그것도 아니면 공산정권이 들어서면서 브르조아로 몰려 국고로 환수됐거나 이 중 하나일 것으로 짐작했다.
그러나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작은 할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뵈었던 것이 6.25 이듬해 중공군의 개입과 UN군의 청진공습으로 대량으로 월남하면서 그 이후 작은 할아버지의 행방을 알 수 없었다고...
이렇게 말씀하시고는 부자와 마주 앉아 소주들 들이키시며 지금은 왜 이렇게 되었을까...라고 하시며 콧소리를 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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