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차 잡고 “성산동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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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차 잡고 “성산동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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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만 마시면 누워 있던 아스팔트가 벌떡 일어나고, 멀쩡히 서 있던 남의 집 담벼락이 쓰러져 발 등을 찍는다는 선천성 환시고주망태증 후배주당이 있다.

어지간하면 술자리를 같이 하지 않으려는 것 때문에 가끔은 따돌림을 받기도 하지만 얼굴에 철판 깔아 친구 오지 말라는 잔치집에도 갈 정도로 골통이다.

심심찮게 볼에 문질러 놓은 아스팔트 빛 오선지는 왜 또 술만 마시면 확연히 드러나는지 다른 주당들은 위장이 고생이지만 이 후배는 얼굴이 고생이다(가끔 아스팔트에 얼굴을 갈아 본 경험이 있는 주당들은 이해될 것으로 사료 됨).

‘한가지 재주 가진 놈은 먹고 살아도 열가지 재주 가진 놈은 굶어 죽는다’는 옛말을 상기치 않더라도 술판에서는 열가지 재주를 부리는 주당임에는 틀림없다. 하기야 멀쩡히 잘 있는 아스팔트가 허구헌 날 벌떡 일어나 뺨을 후려 갈긴다고 하니 꼭지가 틀어진 상태에서의 행동은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하루는 고참 주당도 이해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보통 주당이라면 마음먹고 행하지 않으면 평생에 한 번 기회가 올까 말까한 그런 특종감을 말이다.이 친구가 대한민국 경찰을 울렸다. 뭐 감동을 줘서 울린 것이 아니라 배꼽잡고 웃느라 눈물을 흘린 것이라고나 할까.

후배주당은 사건 전말을 이렇게 전개한다(자신도 경찰에게 들어서 알았다고 실토하고 있음). 퇴근 시간 이후부터 자정에 이르기까지 친구들과 종로 부근에서 두꺼비 몇병을 해치운 후배 주당, 이날따라 질긴 엉덩이 빨리 떼고 술집 문을 나섰는데 통 택시가 잡히지 않더라는 것이다.

주신도 이 친구의 빠른 귀가 시간을 알았는지 한시간 가량 “성산동”을 불렀지만 방향이 맞는 택시가 없었다. 이때 한시간 전 같이 술을 마셨던 주당 한명이 건너편 길가에서 “삼성동”을 부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목청놓아 불렀던 성산동 때문에 취기가 약간 사라진 후배주당 슬그머니 그 친구에게 다가가 “딱 한 잔만 더”라는 간곡한 청을 올렸다. 주당이 주당을 싫어할리 없는 법, 합의하에 포장마차에 들어갔고 두꺼비 몇병을 더 비운 상태에서 파장을 하려는데 이때 후배 주당의 선천성 환시고주망태 증세가 나타난 것이다.

둘은 갈라져 또다시 택시를 잡는데 여전히 방향 안맞기는 마찬가지, 그런데 후배주당 앞에 공손히 들이대는 차가 있었으니 바로 경찰차 였다. 후배주당이 벌떡 벌떡 서려는 아스팔트 때문에 길 가운데로 너무 들어와 택시를 잡는 것을 보고 경찰차가 온 것이다.

증세는 심각했다. 택시로 착각한 후배는 다짜고짜 경찰차를 집어 타고는 성산동으로 가자고 했겠다. 경찰은 어이가 없었던지 몇미터를 가서는 “손님 내려서 다른 차를 타고 가라”며 하차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때 후배 주당께서는 “어디서 승차거부를 하는 겁니까”라며 경찰에 신고해 혼을 내주겠다며 차에 내려서는 앞을 가로 막고는 핸드폰으로 어디에 연락을 하더니 휘청휘청 하더라는 것이다.

조금 있더니 방금 자신이 타고온 경찰차를 보고는 자신이 불러서 온 것으로 알았는지 몇미터 앞에 세워진 승용차를 가리키며 “경찰아저씨 저 앞에 택시기사가 승차거부를 했으니 처벌을 하세요”라고 했는데 경찰이 너무 가짢았던지 쓴 웃음을 진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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