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현역 장교의 애끓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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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현역 장교의 애끓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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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돈을 던질 것이며 해결책은 없나?

본지에 멀리서 발신인이 없는 한통의 편지가 왔습니다. 장문의 글이었고 글을 쓰신 분의 고통이 묻어 있었습니다. 편집회의를 거처 게재해야 할지를 토론 끝에 한분의 독자일지라도 오랜 시간 숙고하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리고자하였다는데 초점을 맞추어 원문 그대로에 약간의 편집만을 하여 게재하기로 하였습니다. 본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는 다를 수도 있으며 글을 보낸 분의 ‘정성’과 ‘이런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게재함을 밝힙니다<편집자 주>

먼저 제가 처한 상황의 특수성으로 인해 겪고 있는 고층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 홀로 고통에 몸부림치며 숨 막히는 곳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괴로운 마음을 담아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후일 겪게 될 불이익을 감수하고 많은 갈등 끝에 내린 선택임을 고려해 주시고 익명으로 드릴 수 밖에 없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대학재학중 군장학생에 지원하여 선발되었으나, 선발이후 전역시기 및 취업문제에 대한 고민 끝에 선발 취소를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자의로는 취소신청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관계법령 등을 찾아보던 중 대통령령 제 17158호 “군장학생 규정” 중 ‘현역의 병적에 편입된 후 의무복무 가산기간을 복무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는 지급받은 장학금을 반납하게 하여야 한다'라고 보아 의무복무기간(3년) 이후 본인의사에 따라 전역이 가능하다고 판단하였고, ‘의무복무 가산기간을 복무하지 아니할 경우’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나 사례의 언급이 없어 의무복무기간 만료 후 전역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입대했고 임관이후 3년 후에 전역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성실하게 군 생활에 임해 왔습니다.

그러나 복무기간이 임박하고 과도한 업무량, 압박감으로 인해 근무에 부적응하며 중증의 우울증과 거식증, 신경성 위염 등의 질환이 생겼으나, 장교라는 위치와 근무상의 불이익이 두려워 표현도 할 수 없었고, 점차 그 정도가 심해졌습니다.

견디다 못해 장학금을 반납하고 전역이 가능한지의 여부를 확인해 본 결과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듣기를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범죄를 저질러서 현역복무에 부적합한 자원으로 분류되어 전역하고, 전역 후에도 전과자로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훈련기간을 포함해서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국방의 의무를 수행했지만, 전역하기 위해서는 사고나 범죄를 저지르고 평생 전과자로 낙인 찍혀 살아야 한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이후 복무 부적응과 전역 후 진로문제와 중복되어 더욱 심각한 공황상태로 빠져들게 되었으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잦은 자살 충동까지 느꼈습니다. 더욱이 현재 교제중인 여자친구와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지만 상대집안에서 군인이며 전역 후 진로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결혼을 반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극도의 혼란과 정신적 충격이 심화된 상태입니다.

제게도 과실이 있음을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군장학생에 지원하여 소정의 전형 절차를 거쳐 선발된 후에 군에 입대 했으니까요. 하지만 입대 전에 4년간의 기본권 제한과 그 대가로 900만원을 지불한다는 불평등한 관계라는데 생각이 미쳐 취소 신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행정청은 국가안보라는 명분과 관계법률을 내세워 거부했습니다.

비록 군장학생 제도가 국가가 공권력의 주체로서 우월한 지위에서 행하는 행위이고 공법상의 계약으로서 성립 상 하자가 없다고 할지라도, 제도의 목적과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 기본권의 침해가 불가피하며 철회조차 불가능한 일방적인 권리의 무관계를 설정하여, 법률의 유보가 있다는 이유로서 합리화 할 수 있는 걸까요?

군 장학생 규정의 14조의 ‘정당한 사유’라는 것은 그저 철회 가능성을 애매한 단서로 남겨놓음으로서, 해석상의 문제를 빌미로 하여 추후 분쟁 시 아전인수 격의 유권 해석과 책임회피를 위해 남겨두신 것이라면 차라리 ‘군인으로서의 활용가치가 없어진 때’로 변경하는 것이 의미가 명확하고 오해의 소지가 없을 것 같습니다.

가령 제가 살인을 저지르고 죽은 사람을 살려낼 수 없는 것처럼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를 유발시켜 그 면죄의 대가로서 군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제가 지금까지 군 장학생으로써 받은 혜택은 맹세컨대 장학금 900여만원과 매월 월급에 2~3만원이 추가 지급된 것 외에는 없습니다.

모두가 금전적인 것으로 그 형태가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형량이 가능하므로, 전역을 희망하는 자에 대해 지급 금액과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여 국로 환수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설령 국가와의 약속을 져 버렸다는 대가로서 제가 여태껏 받은 급여를 모두 반납해서라도 전역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국가에서는 원하지 않는 군복무를 강요해서 제가 잃게 되는 것들은 어떤 방법으로 보상을 해 주실 수 있습니까? 돈으로서 사람을 사고파는 이런 노예와 같은 삶을 강요할 권리가 법률에 유보되어 있던가요? 과연 법이라는 것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자유, 평등, 정의, 선택하는 것 역시 저 같은 이들에게는 교과서에서나 나오는 이상적이며 꿈같은 이야기일 뿐입니다.

과연 “군장학생 제도”가 사인과 국가 간의 특별 권력관계 설정의 합의인 공법상 계약이라 할 것이지만, 의무복무기간인 3년을 초과하여 연장복무 할 것을 조건으로 하여 모집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는 문제점이 있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군 생활이 무조건 힘들고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개인차라는 것이 엄연히 존재함에 따라 동일한 근무 환경에도 불구하고 원만하게 군 생활에 적응하며 평생 직업 군인을 선택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며, 남달리 군 생활을 힘들어하는 사람도 분명 존재합니다.

전자의 경우는 문제의 소지가 없을 것이나, 후자는 복무 부적응에 기인해 원치 않는 4년이라는 가산 의무복무기간 자체가 엄청난 중압감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며 이로 인해 더욱 심각한 부적응을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후자에 대한 전역을 보류하고 계속 복무하게 하더라도 결국 의욕저하로 인한 근무 기피나 자살, 군무이탈 들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고 장교의 지휘자, 관리자로서의 위치를 볼 때 이는 결국 군의 사기저하로 인한 무형의 전투력 손실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로 나타날 수밖에 없음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저는 의도적인 병역 면제나 기피를 꾀하려 하지도 않았으며, 평소 업무기피, 직무 태만 등 불성실한 자세로 군 복무에 임한 적도 없습니다. 국방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였으나, 군생활의 부적응과 직업 선택, 결혼 문제 등으로 인해 의무 복무 기간(3년)의 종료 후 기존에 지급 받은 장학금 일체를 반납하고 가산 의무 복무 기간을 소멸시켜 전역하고 싶을 뿐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공부도 해야 하고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하지만, 군 복무 중에는 그럴만한 여유가 없고,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제 신상을 핑계 삼아 적당히 대충 대충 근무하기도 싫을뿐더러, 그렇게 부끄럽게 일하고, 국민의 피와 땀으로 주어지는 급여를 받는 것도 원하지 않을 따름입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듯이 이 시기를 놓치게 되면 할 수 없는 일이기에, 그 기회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단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갖고자 하는 바람이 허황된 꿈이며 무리한 요구일까요?

국가적인 입장에서는 저를 특별권력관계의 일개 구성원으로서 군인/장교에 불과 할 뿐 그 이상의 의미는 부여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한 개인에 있어서는 상기의 내용들과 그 시기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인생을 좌우하는 요소들이고 보면 전역 제한 조치는 제게 있어서 너무도 크나큰 희생을 강요하는 것 일 수도 있습니다.

비록 군장학생 제도가 군의 중장기 인력의 확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인사 정책적 고려에 의하여 연장복무 장교를 조기에 선발하는 목적이더라도, 이를 지원자의 입장에서 보면 기본적인 병역의무기간인 3년을 초과하여 복무기간이 7년으로 연장됨으로써 신분상 여러 가지 중대한 권리 의무관계의 변동이 있게 되는 것이므로,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군 생활을 일정 기간 경험한 후에 자신이 장교 생활이 적성에 맞지 않아 진로를 변경하기를 원하는 등 임용 후 사정 변경이 있을 경우를 고려하여 본인에게 장교생활을 계속 할 것인지 전역할 것인지의 복무연장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됩니다.

한편 군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장교는 군의 중추적 자원으로서 그 복무연장자의 선발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는 측면에서 실제 군복무 중 연장 지원자를 인정 기간 관찰, 평가한 후에 선발한다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군인이기 이전에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한 개인이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오로지 군으로서 군 복무를 하는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병역 의무를 성실히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작 천만원이 채 못 되는 금전 거래를 매개로 하여 이에 따른 일방적 권리의무관계로서 구속하기보다는 개인의사를 존중하여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는 한편, 각자의 적성과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헌법 이념을 수호하고 국익을 증진하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실례로 상당수의 군 장학생 출신으로 전역한 장교들의 경우 늦은 전역시기 (평균 31~32세)로 인해 사회적응 및 취업 문제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결국 보험 외판이나 자영업 등 제한된 선택이 불가피 하지만 군에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 주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해 볼 때, 전역 희망자에 대한 전역 조치로서 기본권을 보장하고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근간의 경제 악화로 인해 심각한 취업난과 실업난이 가중됨에 따라 우수한 재원이 대거 군으로 유입되고 이들 중 단기 복무 장교라 하더라도 복무 중 군 생활에 적성을 느끼는 상당수가 연장/장기복무를 지원하고 있으나 기회부여가 까다롭고, 치열한 경쟁과 중간 지휘관(대위급) 숙련인력의 진급적체를 보이는 등 그 어느 때 보다 군의 인력 수급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 생활에 심각한 부적응과 장래 문제로 인하여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는 자에 대한 전역은 제도상 철저하게 제한되어 기회 균등이나 형평성 측면에서 많은 문제 요인을 내포하고 있음이 현실입니다.

신분의 특수성에 따른 의사 표현의 기회가 크게 제한됨에도 불구하고 관련 내용의 민원 제기 및 재판이 수차례 있었으나, 관련 행정청과 법원에서는 이를 기각, 각하함으로서 상기의 문제점과 행복추구, 직업선택, 기회균등 같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대해 외면하고, 오직 수요/공급의 측면에서 적정기간 활용이 가능한 숙련급 인력의 확보 수단으로서 “인간시장”의 기능 유지에만 급급한 실정입니다.

실례로 고급 장교의 자녀가 군장학생으로 지원하는 예는 보지 못하였고, 이는 현역군인조차 제도상의 문제점을 가까이서 보아 왔기에 이를 인정하여 기피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도 이 글이 요식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요건 불충분이라는 이유로 각하당할 수도 있고 설령 관련 행정청으로 이첩된다 할지라도, 관련 당국에서 위 내용을 군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 확보의 측면에서 볼 때 불가피한 내용이라며 탄원자의 추적에서 시작하여 어떠한 형태로든 불이익을 가하고, 지휘감독소홀로 직근 상급자, 부대 지휘관을 문책 또는 교체하거나 장병 시상파악 및 고충처리 강화 정도의 형식적인 행위로서 끝내려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작은 우산하나로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를 모두 막을 수는 없듯이 그런 미온적인 조치로서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비록 잘 보이지 않는 곳의 소수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지만 이들도 대한민국의 국민이며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는 젊은이들이고, 더 이상은 국가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의 피와 희생을 강요하고, 이를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로 삼지 않았으면 합니다.

군인의 복무기간과 관련된 문제들은 극히 민감하고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반면, 이에 관한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라 극히 제한된 현행법령과 참고문헌과 의존함에 따라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오류가 많은 분야로 알고 있습니다.

부디 병역 행정이 더 이상 법치 행정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이로 인해 저를 비롯해서 이 시간에도 고통에 시달리며 괴로워하고 있는 이들이 없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두서없는 글을 이만 마치고자 합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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