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는 많은 후유증을 남겼다. 우리 사회의 화장하지 않은 생얼이 공개되자 얼굴에는 잡티가 무성했고 피부는 매우 거칠었다. 이것이 본래의 얼굴이었는데도 그동안 가난에서 탈피해 온다고 신묘한 화장술은 보지 못했던 탓이었다. 세월호가 침몰된 후에 나타난 배의 밑바닥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수십 년 간이나 배 밑바닥을 단 한 번도 올곧게 청소하지 못한 적폐(積幣)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유병언이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유병언이 보여준 불법과 비리, 그리고 탈법, 변칙은 화려함을 넘어 대한민국의 법치를 지독하게 우롱하기에 충분했고 전 국민을 아연실색하게 만들기에 1%의 오차도 없었다. 따라서 이 적폐를 청소할 실무 책임자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공론은 전 국민의 공통분모가 되어 기정사실로 굳어지기 시작했다.

마침 정홍원 총리는 이미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였다. 이때부터 정치계 참새들은 저마다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세월호의 눈물을 닦아 줄 화합형이 후임 총리로 와야 한다. 아니다 이 난국을 수습할 적임자는 정무형이 되어야 한다. 또 아니다. 관료사회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관료경험이 풍부하고 정무감각이 뛰어난 후임자가 와야 한다. 학계출신은 아니다. 관료출신도 아니다. 법조계 출신도 아니다. 등등 말들이 참으로 많았다. 정치계, 관료, 학자, 법조인, 등 누구는 적합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이분법적 재단(裁斷)이 언론에 회자되고 있었다. 정치판 참새들이 쪼아대는 입방아대로 후임총리를 지명한다면, 이 사람은 이래서 안 되고, 저 사람은 저래서 안 된다는 말 뿐이었으니 재야에 묻힌 제갈량 같은 서생을 모셔오지 않는 한 모두를 충족시키기에는 불가능하다는 말들이 오고가기도 했다.

또 이런 소리도 있었다. 행정경험이 없는 학계출신도 곤란하다. 관료출신은 팔이 안으로 굽을 것이기 때문에 관료사회 개혁에는 적합하지 않다. 정치인은 온통 표만 의식할 것이기 때문에 곤란하다. 법조인 출신은 판단의 경직성 때문에 안 된다. 등등 말도 많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경력을 가진 자가 와야 하는가, 총리 인선 시즌이 오면 언제나 나오는 백가쟁명이었지만 때가 때인 만큼 이번에는 보통 때보다 더욱더 유별났다. 그러나 인사권자는 결국 안대희를 선택했다. 대선이 끝나고 홀연히 정치무대를 떠난 안대희가 다시 총리 지명자의 자격으로 화제의 중심인물로 다시 돌아왔다.

안대희의 등장으로 인사권자의 의도는 분명히 밝혀졌다. 원칙과 법치의 바탕위에서 강도 높은 공직사회의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에 국정운영의 방점을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직사회의 개혁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전환시키는 일과 직결되는 화두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통령이 발표한 담화문 내용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많은 법안이 후속으로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점도 지명의 한 이유였을 것이다. 특히 안대희 지명자는 강직하고 청렴하며 소신이 강한자로 국민사이에 각인되어온 몇 안 되는 인물이다. 각 시대는 그 시대가 요구하는 인물이 있게 마련이다. 인사권자는 지난 시대부터 켜켜이 쌓여온 적폐를 해소시키는 일을 가장 잘할 것 같은, 가장 적합한 인물로 안대희를 선택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안대희는 그의 근무이력과 관련해서 정치권과는 상당한 악연이 있는 인물이다. 특히 새민련에 상당수가 존재한다. 새민련으로선 별로 달갑지 않는 인물인 것이다. 특히 악연이 깊은 박지원은 “안대희의 총리 지명은 대통령으로선 최상의 인물이겠지만 국민에게 최악의 인물” 이라고 내키는 대로 평가를 했고, 박영선은 “양 손에 칼을 들고 통치하겠다는 것”이라고 떨떠름하게 말했다. 어쩌면 안대희가 자신들에게 우호적이었던 채동욱 같은 파도남이 아니었기에 이런 비판을 했을 것이다.

또 어떤 비판자는 정치적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조인의 한계를 지적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안대희는 35년간이나 공직 생활을 해 오는 동안 수많은 사건을 접하면서 사회의 부조리가 어떻게 생성되었으며 어떠한 인과관계가 얽혀있었는지 직접 체험을 했을 것이다. 특히 자신이 수사했던 정치인들의 범죄혐의에 대해서도 소상하게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는 청문회에서 누가 어떤 발언을 하는지 관찰해 보면 알 수가 있을 것이다.

안대희 총리 지명자는 지명 후에 가진 간단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비정상적 관행제거와 부정부패 척결을 통해 공직사회를 혁신하고 국가의 기본을 바로 세우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대희 지명자의 나이는 이제 60세다. 60세는 이순(耳順)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이순의 나이가 되면 천지만물의 이치에 통달하고 듣는 대로 모두 이해를 하는 나이라고 적었다. 안대희 지명자는 35년간 국민이 낸 세금을 월급으로 받아가며 공직생활을 마쳤다. 그렇다면 지금 부터는 국민을 위해 봉사할 때도 되었다는 뜻이다. 안대희 지명자는 언제가 자신에게는 큰 꿈이 있다고 했다. 혼신의 힘을 다해 국가를 위해 봉사하다보면 그 꿈이 이루어지는 날도 언젠가는 찾아 오게 될 것이다.

글 : 장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