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로프와 로스트로포비치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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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로프와 로스트로포비치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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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핵 평화운동의 상징적 인물이 남긴 교훈

지난 19일 D일보사의 음악감상회(프레스센터 20층)때 생긴 소묘다.'여러분이 친구를 만나거든 한껏 자랑하세요. 내가 오늘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물방앗간 집 딸' 스무곡을 한 자리에 앉아 감상했다'고..... 이렇게 맨트를 단 '최영섭(음악평론가)'은 8순을 바라보는 나인데도 동안(童顔) 그것이었다.

그의 말은 이어졌다. '나의 리베(연인)가 인천으로 나를 찾아 온 것은 6.25가 터진 사흘 뒤였어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이란 늘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그런데 청천하늘의 날벼락은 이런 경우일까요? ' 그녀 말하길,"이젠 우리 공산세상이 왔으니 나와 함께 이북(북한)으로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나는 그녀를 떠나보냈지만 '사랑'의 그리움은 남아서 이 음악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집 딸'을 듣노라면 '지금쯤 살았을까 아니면...? 하고 아른아른 병을 앓는 답니다.'

그러나 오늘 기자가 얘기하려는 것은 최영섭의 사랑얘기가 아니다. 그것은 그의 다음과 같은 한토막의 일화소개에서 당대를 사는 문화인의 금도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 장면에 있다.

'평화주의자 사하로프박사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앨버트 아인슈타인보다 더 깊이 간, 아마도 모든 세기를 통틀어 가장 훌륭한 물리학자인 사하로프*는 시베리아에서 무기징역형을 살았습니다. 그의 유일한 범죄는 소비에트 정부에게 복종하기를 거부하고 노벨상을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소비에트 연방을 통치했던 사람들은 3류에 불과합니다. 그들 중 누구도 천재성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사하로프 한 사람이 그 바보들 전부만큼의 천재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겐 권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엄청난 공헌을 할 수 있는 최고의 물리학자는 감옥에서 썩어가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의 반핵(反核)정신은 참으로 강하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아무도 돌보거나 면회오지 않는 오지(奧地)'를 당시 세계적인 첼리스트'로스트로포비치'가 찾아 간 것입니다. 세계적인 음악가와 물리학자의 조우가 그렇게 이뤄진 것입니다. 그들의 만남을 소비에트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지구에서 핵무기를 없에고 영구평화를 이루는데 힘을 합칩시다'는 얘기를 나눈 그들의 만남은 두고 두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것입니다. 이 한편의 드라마 같은 일화 속에서 현대를 사는 우리 음악인을 비롯한 문화인들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읽을 수가 있는 것입니다. 북한으로 간 이데올로기의 화신인 나의 옛 사랑의 체제가 핵무기를 들고 세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누구 한 사람 우리의 문화인들이 우리 주변의 핵심적 평화위협 문제에 관해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김정일은 그가 정권을 휘잡기전 푸에블로를 동해상에서 끌고갔습니다. 판문점 인근의 미류나무를 도끼로 찍어내 자유진영의 간담을 서늘케 한 장본인 입니다. '불바다'발언을 서슴치 않도록 뒤에서 꾸민 사람입니다. 누가 그런 사람 그를 만나 핵문제가 왜 인류의 평화공존을 어렵게 하는지를 설득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적 체제가 아니라 문화적 코드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요?' 최영섭의 말은 끝간데 없이 이어졌다. 이 연가 20곡은 세기의 바리톤 '디트리히피셔 디스카우(독일)'의 절제된 음성을 통해 오래 살아 있다.

잠깐~, 내친김에 '연가곡'의 히스토리를 들어보자. "방랑의 길을 떠난 품팔이 젊은이가 봄날의 바위 사이로 흘러내리는 시냇물을 따라서 헤매다가 방앗간에 고용됐다. 그는 이 집의 아름다운 딸에 대하여 사랑의 불길을 태우기 시작했다.

그는 딸의 마음을 끌기 위하여 부지런히 일했다.주인에게도 인정을 받게 됐으나 딸의 속마음을 몰라 사랑의 번뇌는 계속 된다. 그러다가 딸의 호의를 알게 된 청년은 그녀가 좋아하는 푸른 리본을 만들어 놓고 기뻐한다.

그러나 얼마 후 횡포한 젊은 사냥꾼이 나타나 딸의 마음을 사로잡자 그의 사랑은 무참하게 깨어져 버렸다. 실연 당한 그는 눈에 보이던 모든 광경이 일변해 버리고, 절망 끝에 마음의 벗이었던 시냇물에 안식을 찾아 몸을 던져 버린다."
1시간 45분의 음악감상이라기 보다 '평화감상'이라 해서 좋을 이 얘기를 읽은 네티즌 중 '로스트로포비치의 용기를 가진 분 어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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