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가 낮아지는 것과 반대로 최근 김구선생님에 대한 평가는 서서히 높아지는 것 같은 느낌을 또한 받게 됩니다. 50여년전 흉탄에 돌아가셨던 선생이 지금에서야 우리에게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역사는 현재형이다" 라고 합니다. 김구선생님이 높아지고, 박정희가 낮아지는 것, 이것 또한 역사의 흐름이라 할 것입니다. 이런 역사적 흐름이 생긴 이유는 우리 공동체에게 박정희 보다 김구가 더 필요하고, 더 소중하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지금 우리 한민족은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고, 그 반쪽인 "남" 조차도 다시 "동과 서"로, "20,30대와 50,60대"로, "개혁과 보수"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왜 우리는 서로 통합되지 못하는 걸까요? 우리의 철학과 우리의 사상이 없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구선생님께서는 백범일지 서문에서
"무릇 한 나라가 서서 한 민족이 국민생활을 하려면 반드시 기초가 되는 철학이 있어야 하는 것이니, 이것이 없으면 국민의 사상이 통일되지 못하여 더러는 이 나라의 철학에 쏠리고 더러는 저 민족의 철학에 끌리어, 사상과 정신의 독립을 유지하지 못하고 남을 의뢰하고 저희끼리는 추태를 나타내는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가 처한 이 혼란은 "대한민국"과 "한민족"이라는 우리 공동체가 우리의 철학을 갖지 못하고, 남의 철학에 의존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 공동체가 공통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철학, 우리 공동체가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사상,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무릇 난 자는 다 죽는 것이니 할 수 없는 일이거니와, 개인이 나고 죽는 중에도 민족의 생명은 늘 있고 늘 젊은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시체로 성벽을 삼아서 우리의 독립을 지키고, 우리의 시체로 발등삼을 삼아서 우리의 자손을 높이고, 우리의 시체로 거름을 삼아서 우리의 문화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야 한다."
역시 김구 선생님의 말씀입니다. 해방 직후의 혼란스런 정국에서, 선생께서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음으로 해서 자신이 죽임을 당할 것을 아마 알고 계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선생께서는 기꺼이 죽음을 택함으로써, 우리 민족과 우리 나라의 성벽이 되고, 발등삼이 되고, 거름이 되어서 우리의 독립을 지키고, 우리의 자손을 높이고, 우리의 문화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자 하셨을 테지요.
미국사람들은 흔히 링컨을 그 들의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추앙하곤 합니다. 링컨이 가난을 극복하고, 온갖 실패를 이기고,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이기 때문이기도 하겠고, 남북전쟁에서 북군의 승리를 가져옴으로써 노예해방을 이룩한 인물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으나,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이유는 미국의 철학과 사상을 이룩한 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광복후 6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헐벗고 가난했던 나라가 이제 선진국 진입의 문턱에 서 있습니다. 우리는 오로지 먹고 살기 위해서 앞만 보고 달렸왔습니다. 이제 그 덕분으로 먹고 살 만하게는 되었지만, 뭔가 빠뜨린 것은 없는지, 이젠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때가 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역사적 필요가 김구 선생님을 현실에 되 살리고 있고, 우리는 이런 역사의 부름에 응답해야 할 때 인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의 철학과 우리의 사상을 낳아 길러서 세계가 우리를 본 받고자 하게 될 때에 김구는 우리에게 더 크게 다가올 것이며, 우리가 링컨을 얘기하듯이, 세계가 김구를 얘기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자신의 목숨을 버려서, 우리 민족과 나라와 후손들에게 밑거름이 되고자 했던 선생의 뜻일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내가 이 책을 발행하는 데 동의한 것은 내가 잘난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못난 한 사람이 민족의 한 분자로 살아간 기록으로서이다. 백범(白凡)이라는 내 호가 이것을 의미한다. 내가 만일 민족독립운동에 조금이라도 공헌한 것이 있다면, 그만한 것은 대한사람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라는 김구선생님의 말씀에 힘입어, 미력하나마 백범 김구 선생님의 말씀을 여러분께 전하는 것이 선생의 소원을 이루는 데 작은 보탬 하나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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