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답게 꾸며진 거실인테리어 잡지에 자주 나옴직하게 잘 꾸며진 거실로, 베란다를 확장하여 사용하고 있다^^^ | ||
열 네댓 살이 된 여자아이가 자기 방을 곰 인형이나 말린 장미꽃 등으로 꾸미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고등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핸드폰을 갖게 되면 온갖 장식을 갖다 붙이며, 스케줄이 적힌 다이어리 또한 마찬가지이다. 자기 차를 처음으로 갖게 된 20대의 청년은 카 시트를 비롯하여 갖가지 액세서리와 스티커로 자동차를 꾸민다. 학교를 졸업한 후 갓 입사한 20대 초반의 여직원은 한결같이 회사 내 자기 책상을 장식하기를 좋아한다. 손바닥만한 화분이나 작은 곰 인형, 누군가에게 선물 받은 이후로 영구 보존되고 있는 말린 장미 꽃 등으로 치장된 책상은 그 사무실에서 가장 어린 여직원의 자리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자신의 방이나 자동차, 자기 책상 등 자신이 점유하는 공간에 특정한 장식물을 갖다 놓는 것을 건축학 용어로 ‘공간의 개인화’라고 한다. 이는 보통 처음으로 그 공간을 점유하게 되었을 때 나타나는 행동인데 ‘이곳이 나의 공간임’을 자신과 주위에 알리며 또한 그 공간을 차지하게 된 기쁨을 나타내는데 목적이 있다. 요즘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모두 독방을 쓰지만, 대개 자의식이 눈을 뜨게 되는 열 네댓 살 무렵이 되면 자신의 방에 개인 소유의 물건을 놓는 것으로 정체성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좋아하는 스타의 사진을 붙이거나 개인 전화, 개인 컴퓨터 등을 갖다 놓음으로써 이 곳이 나만의 공간임을 자신과 가족에게 주지시키는 것이다. 처음으로 자기 차를 갖게 된 20대 청년이 그 곳을 자신만의 물건으로 장식하는 이유는, ‘이 차는 내가 내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나만의 차’ 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이다. 그냥 수수한 모양새를 하고 있어서는 자신의 차인지, 아버지의 차를 빌려 타고 나온 것인지 구별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에 입사하여 처음으로 배정 받은 책상에 자신의 물건을 갖다 둔다는 것은 ‘이 곳은 나의 공간, 그리고 나는 이 회사의 직원’이라는 기쁨을 나타내고 있다.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 세 번째 만남에서 목도리를 선물했더니 그 다음날 그것을 멘 채로 나를 만나러 왔다, 이제 나를 여자 친구로 인정하는 걸까. 이번에는 그의 자동차 안에 일부러 내 장갑 한 짝을 두고 왔다. 혹시 이 차에 다른 여자를 태우게 되면, 이 남자에게는 이미 여자 친구가 있으니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되겠지. 자신이 점유하게 된 공간에 자신의 물건을 놓아 그 곳을 개인화하는 것은 바로 이런 감정과 흡사하다.
핸드폰이나 자동차를 갖게 된 기쁨, 회사에 입사한 기쁨, 남자친구가 생긴 기쁨, 하지만 주택을 소유하게 된 기쁨은 이 것을 훨씬 뛰어넘는다. 우리사회에서 주택, 특히 아파트를 소유한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주택 가격이 엄청나게 비싼 현실에서 아파트를 샀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셋방을 떠돌지 않아도 된다는 것뿐만이 아닌, ‘나도 이제 중산층이 되었다’ 라는 의미가 있다. (사실 주택을 소유했다는 것으로 중산층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주택 가격이 너무나 비싼 현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택 구입과 중산층 편입을 동일시 한다.) 그리하여 주택의 개인화를 시작 된다. 즉 집을 내 마음대로 꾸미는 것으로, 이 집이 바로 ‘내 소유의 집’임을 자타에게 알리는 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아파트라는 공간의 특성 상 외부를 꾸미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그 정열과 관심은 오로지 내부로 쏠리게 된다.
벽지와 커튼을 새로 하는 것을 당연지사요, 욕실의 변기와 세면대, 주방 싱크대를 모조리 내 마음에 드는 새것으로 바꾸고도 성에 차지 않아 벽을 헐어내고 베란다를 확장한다. 전셋집을 전전할 때는 감히 하지 못했던 일을 이제 마음껏 하며 이곳이 나의 공간, 나의 집임을 확인한다. 그 다음에는 성대한 집들이를 하여 이 곳이 나의 집임을 모두에게 알리리라.
^^^▲ 인테리어 잡지에 실린 20평 아파트의 주방과 식탁식탁을 놓을 공간이 마땅치 않아 옹색한 이동식 식탁을 사용하고 있지만, 놀랍게도 식탁위엔 중산층을 상징하는 테이블세팅이 되어 있고 포도주 잔이 놓여 있다^^^ | ||
모델 하우스는 아파트 선 분양 제도가 있는 한국만의 독특한 현상이다. 우리는 이미 다 지어진 아파트를 보고 그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이렇게 지어질 예정에 있다는 모델하우스를 보고 구매를 결정한다. 억대의 지갑을 열게 해야 하는 만큼, 모델하우스는 가장 아름답고 화려하게 치장된다. 오로지 보여주기만을 위한 목적으로 일체의 세간을 두지 않는 모델하우스는, 마치 패션쇼의 슈퍼 모델들처럼 평범한 우리는 도달할 수 없는 미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항상 그러한 집들만을 보고 그런 집에 싶어 구매를 결정한 우리는 그 도달할 수 없는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오늘날 우리 사회 대중 문화의 특징은 중산층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TV 드라마나 광고 등은 항상 중산층의 가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모델 하우스 또한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의 실내로 꾸며져 있다. 그것을 보고 실제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들은 모델하우스에서 보았던 대로 수입 욕조, 수입 가구, 수입 가전을 갖다 놓으며, 나도 이제 중산층이라는 착각 속에 빠져든다.
20대 직장 여성이 봉급의 대부분을 명품 구입에 소비하고 있다. 내가 명품을 걸치고 있으면 주위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젊은 여성이 걸치고 있는 명품은 그녀가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거나 부잣집 딸임을 나타낸다. 평범한 가정의 단순 사무직 여성이 기를 쓰고 명품을 사 모으는 이유는, 내가 전문직 여성이나 부잣집 딸로 보이고 싶다는 소망이다. 몇 달치의 급여를 모아 구입한 값비싼 핸드백과 구두를 걸치고서 자신이 유능한 커리어 우먼이라고 착각하고 있지만, 다달이 배달되는 편지는 리셉션의 초대장이 아닌 카드 대금의 청구서 일뿐이다.
3,40대 주부 또한 아파트 인테리어에 열을 올리며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착각하고 있지만, 매달 통장에서는 주택 대출의 상환금이 조용히 빠져나가고 있다. 결국 떠안은 것은 무리하게 집을 사고 또 그것을 치장하느라고 짊어 지게 된 가계 부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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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민가 보죠..
하니리포터로 똑같은 글이 올라와 있던데..
제발 유치한 짓좀 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