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티는 입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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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티는 입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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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갑자기 머리위에서 샤워같은 물줄기가 뽀얗게 쏟아져 내렸고, 발 밑에서는 안개가 깔리기 시작하더니 포르노 비디오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조명과 안개처리, 샤워의 강약 조절은 아마 백남준 선생은 물론 피카소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한폭의 예술 바로 그것이었다.(본인 생각) 그 뿐인가 여기에다 아담과 이브가 펼치는 행위예술까지 짬뽕을 시켰으니 그야말로 에덴동산의 밤이 아니겠는가.

가끔씩 드러나 보이는 남녀간의 하모니는 카메라 앵글에 담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값진 예술이었다. 무대 장치를 어떻게 했는지 바닥에 드러누워 있는 남자는 얼굴과 발부분만 보이고 여자는 상체와 머리만 보이니 말이다.

여자의 현란한 몸짓 하나만으로도 손님석은 쥐죽은 듯 조용했고 약 10여분 동안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머리 속에 별별 상상을 다할 수 있을 정도로 까지 몰고 갔다. 과연 바닥에 누운 남자가 팬티는 입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벗고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끝까지 계속됐다.

한쪽에서는 “야 내기하자, 입고 있으면 네가 사고, 벗고 있으면 내가 살께”하면서 그 와중에도 술값내기가 행해지고 있었다.

역시 주당은 동병상련이라 했던가. 우리도 그들처럼 내기를 걸었다. 솔직히 나는 입고 있다는 쪽으로 손을 들었다. 설마 아무리 간 큰 남자라도 아니면 변강쇠라도 저렇게 씩씩하게 나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또 술때문이라고 해도 손님이 막무가내로 자신의 몸을 아무 여자에게나 맡기는 그런 사람같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혹시 에이즈라도 걸리면 인생망치는데, 더욱이 무허가 업소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벗었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행위 연출이 끝날 때 쯤 되자 샤워가 그치더니 남녀는 벌떡 일어나 인사를 하는데 분명히 남자는 팬티로 앞을 가린 것이지 입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 이럴수가”하는 목소리가 여기 저기에서 터져 나왔고 박수소리 또한 와르르 쏟아졌다.

둘은 무대 뒤로 빠져나갔다. 한 10여분이 지나자 그 남자가 처음 입었던 그 복장으로 다시 자리에 와서 앉았다. 한편으로는 얼굴 되게 두껍다고 생각하면서도 용기 하나만은 존경을 보내고 싶었다.

팬티를 입고 있다는 쪽에 손을 든 죄로 술값을 고스란히 물고 나왔다. 하지만 요지경 서울땅에서 이같은 고급예술을 눈으로 체험했다는 것을 생각하니 별 아까운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 남자가 궁금했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씩씩하게 나갔다가 씩씩하게 돌아와 자리에 앉는 것은 고단수거나 술이 만취된 사람이 아니라면 불가능하다는 개인의 지론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신사체면에 단도직입적으로 물어 볼 수 도 없는 일. 하여간 그 궁금증은 한달이 못돼 실체를 알 수 있었다. 손님자리에 앉아 있던 그 남자는 스트립걸과의 파트너라는 것이었다. 팬티도 계속 입고 있다가 음악이 클라이 막스에 다다를 때 쯤 기술적으로 벗겨 꼭 입지 않고 예술을 한 것처럼 보여준다는 것이다. “에고∼ 아이고 하느님 이럴 때는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그냥 속은 셈치고 한잔하는 것이 가장 좋은 약이겠지요”.이럴 때 하느님은 이렇게 말을 했다. “술로 생긴일은 술로 푸는 것이야” 푸∼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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