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 기억되는 사람들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나는 생소하고 들어본 이름도 아니다. 전화번호를 뒤적이며 확인하고 연결되면 반갑게 자기 소개를 한다. "나 일성이. 한 동네 살던..." 별로 반가운 기색이 아닌가보다. 목소리가 힘이 없다. 나이 70줄에 든 형님의 설날 기억 찾기 고향 열차 탄 모습이다. 몇 군데 인척들과 통화를 하던 형님이 결국은 이웃했던 칠수형과 전화로 이어지고 혼자 사는 고향친구와 내일의 재회를 약속하는 것으로 추억 속의 고향에서 벗어난다.
산다는 것, 인생은 무엇인가? 기억 속의 사람들이고 옛 이야기의 연속일 뿐이다. 대화 시간의주인공들의 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떠나며 잊혀지는 것이 인생인가 보다. 거창한 인생론이 아니다. 설날 아침 떡국을 먹고 차 한잔을 하며 벌어진 나이68세, 65세, 55세 먹은 삼형제 설날 풍경이다. 이야기가 흐르는 동안 스치는 외사촌 누님의 얼굴이 떠오르는가 하면, 부잣집 아들들로 살다간 외삼촌 삼형제들의 인생 역전이 떠오른다.
희미한 기억을 더듬으며 형님과 이야기하는 중에 나는 갑자기 함박눈 속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가래떡 함지박 머리에 이고 오시던 어머님의 얼굴이 떠오른다. 외숙모님과 어머님 따라 떡방아간에 따라나섰던 기억이 난 것이다. 눈 쌓인 길을 조심스럽게 걷던 걸음걸이하며 머리에 목도리 대신 흰 수건을 두르시고"미끄러진다 조심해라" 하시던 어머님의 얼굴이 떠오르자 그리움에 코끝이 찡해온다.
요즘 아이들은 부모님 사랑을 얼마나 느낄까? 목숨까지 줄 수 있는 것이 부모들의 사랑이다. 사랑의 모양이 행복의 모양이 변한다고 생각된다. 물론 지순한 사랑으로 순리대로 아름답게 세상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요즘사 람들의 삶의 모습이 먼 옛 조상들의 삶과 가까운 옛사람들과의 거리감도 실감된다.
철둑거리 외가댁 아저씨 찾아 세배 다니던 기억은 옛 이야기가 되었고,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계신지도 모른 채 나는 살고 있다. 떡국 먹은 설날 아침 두서 없는 추억을 더듬는 형제들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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