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도 없고, 시스템적 사고방식 없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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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도 없고, 시스템적 사고방식 없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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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육사인들이 나를 질시하고 경원한다. 나는 대위 시절 합참에 근무했다. 국방부와 함참을 통털어 대위는 나 혼자 뿐이었다. 장군의 전속부관들도 다 소령 이상이었는데 연줄 없는 대위가 어엿한 독립 참모장교로 근무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홍일점이었다. 거기에서도 나는 주위의 육해공군 선배 장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선배들을 깍듯한 예의로 섬기고 그들이 해야 할 일인데도 내가 알아서 해주었기 때문에 받는 사랑이었다.

그 이전에 월남에서 소위로부터 대위에 이르기까지 한 지역에서 근무하면서 나는 많은 전설을 남겼지만 "지 혼자 잘났다"고 나를 질시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모두가 나를 사랑해 주었다. 가는 곳마다 신선한 산소로 통했다.

내가 합참의 대위 참모로 미해군대학원에 처음 응시했을 때 해군 인사담당 고참 소령이 나를 불러 "이번에는 해사출신 해병중령에게 양보하라"고 회유하고 협박을 했다. 나를 평소에 사랑했던 분들이 장군이 되어 국방부에서 모두 힘 있는 자리에 계셨다. 한 분은 장관 보좌관, 다른 한분은 장관의 최고 신임을 받는다는 총무과장이었다.

나는 이 두 분들에 편지를 썼다. 호소 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영어 토플 시험격인 ECL 테스트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100점 만점에 90점을 훨씬 넘는 97점을 받았기 때문에 거침없이 편지를 쓸 수 있었다. 그 결과 그 해군 소령은 혼이 난 후 원대 복귀되고 내가 유학길에 오르게 되었다.

내가 생전 처음 질시를 받게 된 것은 미해군대학원에 가서부터 시작됐다. 이곳은 미국의 연합국인 28개국 육해공군 장교들이 함께 클래스들을 형성해 경쟁하며 공부하는 곳이었다. 내가 이른바 딘스리스트(학장 리스트)에 오르면 선배들은 "그건 쉬운 경영학 과정이라 그렇다"고 했다. 그 다음, 그 학교에서 가장 어렵다는 시스템공학과정에서 박사학위를 하자 이번에는 또 다른 석사과정의 선배들이 "지만원이 교수와 정치를 잘 해서 그렇다. 지만원은 선배를 우습게 보고 교수들하고만 논다"고 했다.

이후 내가 대령 계급장을 떼어버리고 미해군대학원에 가서 교수를 하고 돌아와 "70만 경영체 한국군 어디로 가야 하나"를 쓰고 그 후 군사평론가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내자 육사인들은 "자기가 몸담고 있던 곳에 침을 뱉는다, 지 혼자 잘 났다, 선배도 몰라 본다"는 식의 질시를 했다. 일반 학자들 중에는 "지만원이 자기 분야를 떠나 남의 분야인 정치 분야에 들어와 람보처럼 행동한다"고 질시했다,

이 나라에서 저항적 애국활동을 처음으로 시작한 사람은 누가 뭐라 해도 나일 것이다. 애국하다가 감옥에 두 번씩이나 간 사람도 내가 유일할 것이다. 애국의 지대, 누구나 애국심 있으면 와서 싸우는 곳이다. 그런데 애국지대에 와보니 나를 질시하는 사람들이 육사인들에 그치지 않고, 일반 학자들에 그치지 않았다. 수학분야, 경영학 분야, 시스템 분야에서 일을 했더라면 존재자체를 알 수 없었을 장삼이사들이 들어와 내가 이룩한 학문분야를 짓이기고 침을 뱉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본에 가보라. 영어로 의사를 표현하면 일본 사람들은 곧바로 존경의 예의를 취한다. 일본인들은 자기보다 능력 있는 사람 앞에서 확실하게 무릎을 꿇는다. 이에 비하면 한국인들은 일본 사람들에 비해 매우 비열한 인종에 속한다. 오죽하면 이광수 선생이 민족개조론을 주창했고, 이준 열사가 "할 수만 있다면 조선 사람들을 맷돌로 빚어 다시 빚고 싶다" 했겠는가?

박정희는 일본 사람들에서 교육을 받아 전국의 돌 틈에 속속 박혀 있는 인재들을 용하게도 찾아내 그들의 지혜와 지식으로 가지고 '대책 없던 대한민국'을 세계 10대 강국으로 올려 놓았지만 지금의 인간들은 다시 맷돌 속에 갈아야 할 더러운 민족성을 키우고 있다.

어제 3월 8일, 조선일보에는 "손발 안 맞는 정부"라는 기사를 사회정책부 기자가 썼다. 그다음 송희영 주필이 이와 유사한 칼럼을 썼다. "청와대 수석은 대통령 뜻 못 읽고 장관은 재량권 없는 '배우' 신세, 폐쇄된 채 적체 심한 공직 사회… 옛 자료 베껴 내고 보신에 급급, 박정희 시절 파격 중용도 없어… 집권 세력 공무원 달래고 세워야"라는 압축어로 표현된 칼럼이다.

두 개의 칼럼을 읽어보면 필자가 그 동안 짐작했던 답답한 청와대 모습이 확연히 드러난다. 국가경영 능력의 한계에 부닥친 것이다. 또 "지만 잘났다" 소리를 듣겠지만 청와대는 내 말귀를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을 내게 보내 나로부터 깊은 조언을 듣기 전에는 지금 이상으로 국가경영을 향상시킬 수 없다.

미국에는 공인회계사 법인들이 많다. 기업에 대한 감사를 하거나 경영진단을 할 때에는 팀이 형성된다. 팀의 수장은 시스템분석가(systems analyst)가 된다. 시스템 분석가는 일반 공인회계사보다 봉급이 수십 배 높다. 기획을 하고 업무를 배당하고 통합을 하는 능력은 아무에게나 있는 게 아니다.

위 두 개의 칼럼을 보면 청와대, 국무총리실, 법을 만드는 국회에 분석의 최고자들이 없다. 모두가 말단 공인회계사들만 있는 것이다. 대통령, 비서실장, 총리는 계급의 직위만 높았지, 사회를 움직이는 시스템에 대한 전문지식 자체를 갖지 못했고, 최고의 시스템분석가들이 자기들에게 절대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엿장수 멋대로 엿 자르듯 하고 있다.

그들은 병정잡기 식 종이계급을 가지고 사회를 호령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공무원들은 "당신들은 앞으로 4년이면 나갈 사람들" 이라며 비웃고 있다. 더구나 지금의 공무원들은 대통령의 수도분할로 인해 참으로 비참하고 해괴한 고통들을 겪고 있다. 꿈에도 규제개혁에 집착하라? 그 말을 새겨 들을 공무원 별로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아마도 지금의 대통령에 대해 엄청난 원한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겉으로는 대통령이 공무원들에 호령하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공무원들이 대통령을 물 먹일 것이다. 나는 한국과 미국의 공무원 사회를 잘 안다.

그 간단한 주택문제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해 아침에 발표한 정책을 저녁에 뒤집는 실력을 보고 국민들은 아마도 희망들을 거의 접었을 것이다. 자동차 부품들이 서로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자동차가 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국가를 경영하는 부처들이 서로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제작기 논다면 경영의 자동차는 탄생되지 않는다. 답답한 바보들!! 감히 청와대 집단을 향해 '바보' 들이라 말할 수밖에 없기에 지만원은 오늘도 "지 혼자 잘 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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