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재판장 이태운)이 31일 영화 ‘그때 그 사람들’(임상수 감독)에 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씨가 제출한 영화상영금지등가처분신청에 대해 일부 장면 삭제, 조건부 상영을 결정했다. 법원은 애초 가처분 신청 내용에 관하여는 인격권 침해의 우려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였지만 이에 대해 수정/삭제 등 명령을 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반면, 영화의 시작과 끝 부분의 부마항쟁 등 다큐멘터리 장면이 관객에게 영화가 허구가 아닌 실제라는 인식을 심어줄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여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영화의 개연성을 높이기 위해 대상 장면을 편집한 작가의 의도와 이를 관람하고 판단할 관객을 동시에 무뇌아로 몬 몰지각한 처사이자 박정희에 대해 향수를 가지고 있는 이들을 의식한 정치적 의도가 내포된 판결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법원의 이와 같은 판결은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와 향유자들의 볼 권리를 제한하는 구시대적인 통제일로의 문화에서 연유한다. 한국 영화의 역사상 정치적 소재는 극히 제한적으로 다뤄졌다. 이는 정부가 그 동안 각종 매체에 대해 검열이라는 정치적 그물로서 표현의 자유를 옥죄어 온 결과이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를 위한 영화인들과 문화인들의 노력을 통해 정부의 영화정책은 이미 통제에서 진흥을 중심으로 조정되는 과정에 있다. 이러한 현재, 법원의 이번 판결은 영화 소재에 대한 선택과 표현의 자유를 또다시 위축시켜 창작자들의 권리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창작의 행위에 동참할 권리가 있는 향유자들의 소통할 권리를 제한하는 것임으로 시대착오적이다. 또한 작품에 대한 판단은 향유자로서의 개별 주체들의 몫이지 공적 기구인 법원의 것이 아니다. 관객들은 창작자가 표현! 하고자 하는 결과물을 가감 없이 최종적으로 향유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창작자의 의도에 대한 판단의 주체 역시 관객이어야 한다. 또한 표현의 문제에 대한 사회적 판단 또한 사회적인 토론과 합의 속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더불어 재판부는 사전검열 논란과 관련해 “민사집행법상 상영금지 가처분은 개별 당사자 간의 분쟁을 사법부가 심리·결정하는 것으로서 행정권의 허가에 달린 사전심사를 금지하고 있는 헌법의 검열금지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알려졌지만 실제 박지만씨가 요청한 가처분 신청의 대상과는 별도의 내용에 대해 삭제 명령을 내림으로써 분쟁 심리 대상에서 벗어나는 별도의 결정을 내린 소지도 있다.
결론적으로 법원의 이번 판결은 가처분 신청을 빌미로 이뤄진 명백한 사전 검열 행위로서 창작자와 향유자를 무시한 동시에 표현과 향유 모두를 옥죄어왔던 한국현대사의 얼룩을 재현하는 꼴임으로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2005. 2. 2.
민주노동당 대변인 홍승하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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