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 제 닭 잡아먹는 식’의 관광사업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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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님 제 닭 잡아먹는 식’의 관광사업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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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국민 되도록 방송 통해 계몽해야

필자는 김포 공항과 인천 공항에서 택시 시스템에 대해 분노를 분출하는 외국인들을 여러 차례 보았다. 빙산의 일각이겠지만 외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택시 기사들의 횡포가 최근에도 종종 보도되고 있다. 어느 영국인의 불평 내용처럼 한국이 국가의 얼굴을 이렇게 방치해도 되는 것인가? 필자는 이 문제에 대해 1990년대에 집중적으로 기고를 하고 단행본을 통해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아직도 이에 대한 시정이 시스템으로 정착돼 있지 않다. “바가지 한국!!”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 씌우는 바가지 상술도 시정돼야 한다. 외국인들과 거리에서나 식당 등에서 스치는 한국인들의 매너도 전혀 계몽-시정 되고 있지 않다.

싱가포르의 공항택시 운영 시스템

1982년 필자는 처음으로 싱가포르를 방문한 적이 있다. 도착하면서부터 시스템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내리기 직전 기체 내에서 안내방송이 나왔다. “손님들께서 공항 택시를 이용하실 때에는 미터기 요금에 싱가포르 달러로 3달러를 더 얹어 주십시오. 미터기 요금은 시내 주행용으로 설정됐습니다. 시내와 공항은 3달러만큼 이격 돼 있습니다.”

보상해주기 때문에 택시 기사에겐 그만큼 바가지를 씌우고 싶은 마음이 줄어든 것이다. 택시를 타면 타자마자 앞좌석 앞에 붙어있는 인적사항부터 수첩에 적어 놓으라고 방송했다. 미국 달러와 싱가포르 달러간의 환율 계산에 혼돈이 와서 돈을 더 주었다거나 택시에 두고 내린 물건이 있을 경우, 손님은 그가 묵고 있는 호텔의 프론트데스크에 가서 택시 번호와 사정을 제시하라고 방송했다. 그러면 경찰이 택시 기사를 데리고 와서 문제를 즉시 해결해 준다고 방송했다.

시스템이 이러하니 바가지를 씌울 생각은 아예 꿈조차 꾸지 못하는 것이다. 이처럼 시스템이란 그렇게 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장치인 것이다. 1982년, 지금으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가 이렇게 못할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창이공항 건물 처마 밑에 택시 승차대가 마련돼 있었다. 택시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지그재그로 줄을 섰다. 좁은 공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차례대로 줄을 서는 방법이다. 누가 통제하는 것도 아닌데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차례를 지켜 한 줄로 선 것은 바닥에 노란 색의 선명한 선이 그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택시가 일렬로 들어와 일곱 갈래의 승차대로 나란히 갈라섰다. 한꺼번에 일곱 대의 택시가 손님을 태우고 떠났다. 손님도 택시도 지루하지 않았다. 손님이 많으면 택시도 많이 들어왔고 손님이 없으면 택시도 끊겼다. 공항 방송만 틀면 택시 사정, 손님 사정에 대한 정보가 흘러나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국 공항에서는 손님도 일렬, 택시도 일렬이다. 맨 앞에 서있는 택시가 짐 많은 손님을 태우는 동안 길게 늘어선 택시들은 엄청난 시간을 낭비한다. 스무 번째 서있는 택시는 20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특히 늦은 밤에는 댁시가 들어노지 않아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기사들에게 시간은 돈이기 때문에 기다린 시간만큼 보상을 받으려 한다. 일단 바가지 마인드가 생기면 바가지 액수도 오른다.

친절한 국민 되도록 방송 통해 계몽해야

내가 미국에 또 관광 가고 싶은 이유들은 많다. 그들이 대부분 친절하고,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우지 않기 때문이다. 1974년의 캘리포니아의 몬터레이 반도, 클린트이스트우드와 킴노박 등이 살고 있고, 죤스타인백이 살던 아름다운 곳이다. 에덴의 동쪽을 촬영한 목가적인 농촌 마을도 여기에 있고, 미국 시장에 마늘과 야채의 70%를 공급한다는 대평원도 여기에 있고, ‘피서지에서 생긴 일’에 나오는 아름다운 해변도 여기에 있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페블비치 골프장도 여기에 있다.

낮이면 바닷개들이 사람과 어울리고, 밤이면 이들이 우는 소리를 들으면서 잠을 자는 그야말로 휴가의 고장이요 은퇴의 고장이요 낭만의 고장이었다. 죤 스타인백이 이곳에서 태어나 살았고, 그의 소설들이 이 고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일명 ‘죤 스타인백 컨트리’라고 불렸다. 「분노의 포도」, 「캐너리 로우」 등 그의 작품들이 바로 이곳을 배경으로 하여 쓰였다.

하와이가 세계인들이 모여드는 대중적인 관광지라면 이곳은 조용함을 즐기는 격조 있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시(Poet)의 고향이었다. 쌀쌀한 우기가 되면 긴 행렬처럼 늘어선 강한 파도가 흰 수염을 성글게 날리면서 빠른 속도로 달려와 검은 바위 벼랑에 부딪쳐 하늘높이 솟구쳤다 하얀 가루가 되어 부서져 내렸다. 따뜻한 건기가 되면 파도마저 조용해져 바닷개나 수달피들이 한가롭게 떠다니며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던져주는 음식을 천연덕스럽게 즐겼다.

반달같이 굽어간 해안선의 백사장에는 바닷물이 들락 거리면서 윤기어린 모래 길을 다져놓았고, 그 길을 따라 수많은 남녀들이 가장 편한 옷을 입고 석양을 즐겼다. 무명인으로서의 행복을 음미하면서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가려는 미국인들의 전형이었던 것이다. 크고 작은 바닷새들이 종종걸음으로 모래 속에서 먹이를 쪼아냈다. 오리 만큼이나 큰 갈매기가 먹이 하나를 물고 이리저리 쫓겨 다니면, 그림자 같이 연약한 새들이 실 다리를 재빠르게 움직이며, 큰 새의 턱밑을 쫓아 다녔다. 큰 새가 먹이를 모래 위에 놓고 황급히 쪼아대는 순간에 흩어진 부스러기를 주워 먹는 것이었다. 이를 보면서 나는 바로 우리나라가 저 조그만 새들의 신세라는 생각을 했다.

거리도 목가적이었다. 길을 건너려는 사람이 있으면 운전자는 멀리서부터 속도를 낮추어 보행자에게 사인을 주었고, 보행자는 운전자와 웃음을 주고받으면서 유유히 길을 건넜다. 복잡한 쇼핑센터에서도 자기 옷이 남의 옷에 닿을까봐 애써 조심하는 기색이 역력했으며, 어쩌다 조금이라도 스치면 깜짝 놀라며 미안하다고 애교스럽게 인사를 했다. 식당이나 술집에 가면 종업원이 자리를 안내할 때까지 문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렸고, 부모와 함께 고급식당에 들어온 아이들은 의자를 바짝 당기고 몸을 꼿꼿이 세우는 데서부터 소리를 내지 않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주의와 간섭을 받았다.

가을 찬비 내리는 을씨년스런 어느 날, 땅거미가 서서히 내려앉고 있었다. 필자는 당시 경철서장이 타던 캐딜락(플릳우드)이라는 큰 차가 꼬불꼬불한 길가의 보도블록에 스쳐 펑크가 났다. 생전 처음 당하는 일이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때 비싼 호텔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던 40대 부부가 산보에 나섰다가 어쩔 줄 몰라 하는 내 모습을 보자 팔을 걷어붙이고 스페어타이어를 꺼내 교환해 주었다. 그들 손에는 검은 기름이 묻었고, 차려입었던 고운 옷은 비에 흠뻑 젖었다. 그들은 내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필자는 1980년 중앙정보부 제2차장(해외부분) 특보로 있을 때, 방송국들이 이런 세계의 에티켓 문화를 수집-방송하여 국민을 계몽시킬 것을 건의했고, 이에 한동안 방송들은 외국을 소개하는 방송들을 했지만 필자가 원했던 그런 계몽적인 프로가 아니었다. 한국 국민의 에티켓문화는 평생교육 차원에서 계몽돼야 할 것이다. 그 어느 방송국이 이런 것들을 특별프로를 만들어 방송한다면 사랑받는 애국방송이 될 것이다.  

이런 마당에 겨우, 장님 제 밝 잡아먹기식 관광사업 육성이라니!

정부가 이제서 관광 활성화 대책이라는 걸 발표했다. 4년 동안 내국인을 상대로 하는 관광시장 규모를 30兆로 키우고, 창조관광업체들을 육성지원하여 1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중소기업 근로자 3,500명에게 1인당 40만원씩 주어 봄-가을로 22일간의 관광주간을 설정해 관광을 시키고, 어린 학생들에도 2,000명을 지정해 체험학습이라는 명분으로 관광을 시킨다는 것이다.

그런데 외국인을 유치하기 위한 관광 프로젝트가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다. 결국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관광업자, 관광 브로커 집단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옛날 김대중이 전라도 브로커들에게 벤쳐 자금을 퍼주던 바로 그런 것이 되지 않을까?

정부의 눈높이가 도대체 어디에 맞춰져 있는지 한숨만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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