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의 무질서했던 은행 객장, 새치기가 성행하고 고성이 오갔다. 질서를 지키려고 청원경찰 몇 명이 동원됐지만 고객과 질서유지원 사이에도 충돌이 발생했다. 해방 후 수십년 동안 고질병으로 인식됐다. 사회인사들은 이런 무질서를 한국병이라 불렀다. "미국 사람들, 일본 사람들은 질서를 잘 지키는데 조센진들은 안 된다"며 자조-자학 했다.
그런데 1990년부터 모든 은행 객장에 "순번대기 번호표 시스템"이 등장했다. 간단한 시스템이 등장하자 수십 년 고질병이 순간적으로 치료됐다. 이 간단한 번호표 발매 시스템이 등장하자 질서유지 인력이 사라졌다. '보이는 손'이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 등장한 것이다. 여기에 얻는 교훈이 무엇일까? 사람에 의한 통제를 하려 말고, 먼저 시스템을 만들고, 시스템으로 하여금 일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는 3만여 개의 부품들로 구성돼 있다. 부품들을 일렬로 나열하면 시스템이 탄생하지 않는다. 이들을 논리적 연관성에 따라 배열해야만 자동차라는 시스템이 생긴다.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들은 수십만, 이들을 모두 동원해 무슨 일을 하려 하면 아무 것도 달성하지 못한다. 이들로 하여금 자동차라는 시스템을 만들게 해야 자동차가 내는 괴력을 즐길 수 있다. 괴력을 내려면 먼저 괴력을 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 당연한 논리를 기업 또는 국가를 경영하는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모든 일을 수많은 공무원들을 동원해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려고만 한다. 시스템이 없다는 뜻이다. 시스템이란 그렇게 하라고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자동장치인 것이다. 모든 공무 사회에 선진화된 내규 시스템을 짜야 한다. 우리 공무 사회에는 SOP, 내부견제제도, ISO에 어울리는 자율시스템이 전혀 없다. 해외에 나가 있는 두뇌들이 대거 들어와 독립적 지위를 보장할 수 있는 연구들을 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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