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후벼 파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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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후벼 파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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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잘 마시는 상관을 만나도 피곤하지만 술과 담을 쌓은 상관을 만나도 문제다. 더욱이 술 못마시는 사장을 보좌해야 하는 술상무라면 적어도 1년중 360일은 알코올에 젖어 있기 마련이다. 몸을 아끼지 않는 술상무라면 그 인기가 캡이겠지만 나약한 인간의 몸뚱이가 어찌 철인과 같겠는가. 알루미늄 술통이 아닌 다음에야 사용상 오•남용 때문에 심심찮게 위장의 소리 없는 항변에 시달려야 하는 것이 술상무가 아니겠나 싶다.

나와 10여년째 소주잔을 기울였던 선배 주당중에 진짜 술상무 이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 조그마한 건설회사 상무인데 성이 주씨다. ‘주상무=술상무’라는 아인슈타인식 등식으로 풀어보면 아마도 술상무가 천직이 아닌가 싶다. 두주불사, 시간무시, 장소불문 하여간 술판이라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묵직한 엉덩이 까지도 두루갖춘 그야말로 현대판 이태백이다.

50대 초반에 술병을 쌓아 상무가 됐으니 그 결과는 두말하면 잔소리. 위장이 펑크나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고, 간이 나빠져 휴양까지 떠났던 양반이다. 어찌보면 죽음까지 불사하고 자신의 의무를 제대로 수행했던 몇 안돼는 술상무지만 지금은 소주 한잔도 못마시는 병색짙은 환자가 된지 꽤나 오래됐다. 모두들 술 때문에 인생 망쳤다고 손가락질도 하지만 살얼음판같은 건설계약의 현장에서 술힘만은 대단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본인의 입담을 빌리자면 “맹숭맹순한 자리에서 바늘도 안들어가던 사람도 술판에 한두번만 뒹굴면 자연스럽게 계약을 성사시킬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 이것이 우리나라 현실이 아닌가 싶다. 그는 술 때문에 벌어진 수많은 에피소드를 간직하고 있다. 한 번은 손님을 접대하기위해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었던 요정을 찾아 갔는데 평소 말 잘듣기로 유명하던 아가씨가 난장판을 만들어 다된 밥에 재뿌린 경험을 못내 아쉬워 한다.

비중도 큰데다 몇주를 투자해온 계약건수라 마지막 도장을 찍기위해 이 집에 들렀는데 ‘재수 없는 놈 앞으로 자빠져도 엉덩이 사이에 자갈낀다’고 했던가. 제대로 한 번 대접하겠다고 부른 그 아가씨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손님과 술마시고 놀던 도중 느닷없이 손님의 뺨을 긁어 버리고는 술병을 깨서는 죽이겠다고 달려들어 순식간에 술판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 정도면 괜찮았을텐데 “야 이새끼야, 내가 짐승이냐 00를 찢어지도록 후비는 놈이 어디 있냐”며 고래고래 소리까지 지르니 결과는 두말하면 잔소리. 모신 손님까지도 “김상무 사람 이런 곳에 불러다 놓고 개망신 줄 수 있소”하며 그대로 술집을 박차고 나가더라는 것이다.

다음날 곧바로 계약건은 물건너 갔고 급기야 문전박대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 손님은 자신의 잘못은 뒤로한채 무조건 “자기를 어떻게 보았기에 그런 술집에 불러다 놓고 망신을 줄수 있느냐”는 말만 되풀이 하더라는 것. 그뿐인가.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한 죄로 사장에게까지 호된 욕을 먹었으니 그날은 아마도 망신살 낀 날이라며 자신을 달랬다고 한다.

그러나 프로라고 자처하는 자신에게도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한다. 상대방의 술버릇을 탐색키 위해 적어도 3~4차까지 한 번 정도 가보는 리허설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역시 프로는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는데서 실수를 범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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