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아톤' 어른이 된 어린이의 이야기
스크롤 이동 상태바
'말아톤' 어른이 된 어린이의 이야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제 스무 살이 된 한 청년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과 같지 않습니다. 어머니는 이게 항상 걱정이 되나 봅니다. 누가 무시는 하지 않을까,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까 걱정, 근심이 가득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자폐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자폐증이 질병이 아니라 장애라는 말이 처음엔 무슨 의미인지 몰랐습니다. 이 말은 질병이 아니기에 치료할 수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결국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하는 운명에 놓인 한 청년이자 어린아이의 이야기가 여기 있습니다.

아이가 5살이 되던 해. 초원(조승우)은 자폐증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그 뒤로 화목하고 단란했던 가정의 모습은 점차 사라지게 된다. 어머니(김미숙)의 마음과 생각은 온통 초원이 밖에 없다. 아버지(안내상)와 동생 중원(백승현)에게 소홀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영화는 후반부가 되기 전까지 엄마와 초원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로만 꾸려가고 있다.

그리고 후반부가 되어서야 장애를 가진 가족의 이야기로 환원시키면서 마무리를 하고 있다. 또한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장애를 가진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고 작게나마 전달하고 있다.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초원이는 엄마에 의해 교육되어진다. 어떻게 보면 교육이라는 말보다 훈련되어진다는 표현이 적절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교육되어진 초원은 초코파이와 달리기, 그리고 넓은 초원의 얼룩말을 좋아하게 된다. 물론 반복적인 학습으로 인해 몸에 배인 탓에 초원이도 이것들을 좋아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이것들은 초원이가 원하는 삶의 전부가 된다.

<말아톤>이란 영화는 이러한 학습 과정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학습 과정에서 오는 장애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무언가를 던져주고자 하고 있다.

자폐증이라는 장애로 인해 초원이는 철저히 다른 사람과의 교류에 제한된다. 그래서 쉽사리 엄마를 제외하곤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아 보인다. 어느 날 제대로 마라톤을 시켜보겠다는 엄마의 욕심 아닌 욕심과 맞물려서 초원이는 코치(이기영)와 훈련에 돌입한다.

무심했던 코치지만 계속되는 시간은 가까워지게 하는 계기를 이끌어 내고 있다. 초원이가 코치와 가까워지면서 보여지는 갈등은 많은 시사점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질병이 아닌 장애라는 것은 극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말처럼 들린다.

초원이가 코치에게 마음을 열 수 있었던 것은 편견 없는 시선이 아닐까 싶다. 장애인이라는 선입견과 편견에서 비롯된 무시하는 시선에서 벗어나 따뜻한 관심과 지속적인 애정이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코치의 시선은 초원이의 엄마와 계속 의견충돌을 일으킨다. 이러한 의견충돌은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와도 일맥상통하다.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식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과 장애를 가지고는 있지만 동등하게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시선(장애인을 위한 시설이나 배려와는 별개의 시선). 어느 쪽이 옳은지는 전적으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몫이다.

자기 자식은 남들과 다르지 않다고 굳게 믿으며 키워왔던 엄마. 하지만 코치와 의견충돌에서 이러한 사고는 변화를 한다. 엄마가 생각하는 남들과 다르지 않음은 곧 남들과 다름을 의미하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지금까지 초원이에게 해왔던 모든 행위에 있어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혼란스러움은 단지 엄마만이 아닌 가족 모두가 느끼는 것과 같다. 그 원인은 다르지만 이를 계기로 어수선한 가족이 한데 뭉치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말아톤>은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하고 있다. 그러기에 영화 속 초원이는 실제의 인물과 동일하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영화 <말아톤>은 슬픔을 자아내긴 하지만 그 정도가 눈물을 왈칵 쏟아내진 않고 있다. 오히려 42.195를 완주했을 때 모습에서 작은 감동을 받을 수 있다. 눈물을 자아내어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하는 것보다, 어느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이루면서 보는 이가 받는 느낌. 영화에서 결론을 참으로 잘 이끌어 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라톤을 하는 도중에 좌절의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에서 초코파이를 내 던지며 다시금 일어서는 초원이의 모습은 장애를 극복하고 일반인과 동등해질 수 있다는 감독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것 같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