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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세상을 밝고 맑게 그리고 건실하게 살아가려는 사람" 주위 사람들 특히 가까운 지인들이 흔히 내게 하는 말이다. 나를 아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런 삶의 자세를 미더웁게 보아주었다. 그런 속에 한때는 감히 나를 이 시대의 별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또 음악에 관한 조예가 있지도 않은 내가 푸치니 가곡 중 나비부인을 좋아하고 그 선율에 묻혀 죽고 싶다는 그 말 한마디에 음악에 대해 지독한 불감증을 갖고 있던지 아니면 너무 깊숙이 빠져들어 달인이 되었던지 둘 중에 하나인지 모르겠다던 지우(知友)들이였다

거기에다 그들은 나의 시어(詩 語)들에 대해 한결같이 솔직한 지적으로 매끄러운 기교보다는 모든 것이 죄다 덜컹거리는 비포장의 면(面)이 감춤없이 드러나 있다는 평을 한다.

또 혹자는 나를 두고 사랑의 양태를 잘 모르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사랑의 본질을 건드려야만 하는 슬픈 운명을 지닌 사람인지도 모르겠다고도 한다. 다시 말해 저보다 분노가 자신을 에워싸며 들추길 때마다 항상 그 반대쪽에 웅크려 있는 구원을 바라보며 사랑을 노래하고 실천하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나의 시편들과 관련, 시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는 저자의 선행으로 진한 사랑을 앓으며 인간적인 힘의 한계성을 무섭도록 실감하면서 끊임없이 잘못된 것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녀석으로 보기도 한다

그리 오랜 세월이라 할 수 는 없겠지만 십수년을 언론에 종사하며 시작(詩作)을 한 탓일까. 내 시들에 대해 대부분의 기자들이 인간의 따듯한 삶과 인정에 가득찬 소재들로 엮어졌다고 다소 아부성일수도 있는 말을 곧잘 잘 한다.

어떤 경우는 "이같은 소재는 선배의 따뜻한 인간미가 정서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겠느냐"며 치켜세우기도 한다. 때론 질퍽한 재담이나 달변을 가진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 이상하리 만치 말속에 빠져드는 묘한 무엇이 있다구 떠들어댄다

여하튼 그런 성격으로 보는 덕분에 난 매우 낙천적이며 멋있는 삶을 사는 사람인줄 안다. 정말 진짜 내 성격이 어떤 것인지 나도 모르겠다. 낙천적인 거 같기도 하고 염세주의자 같기도 하고 도무지 나 자신도 종잡을 수가 없을 때가 많으니 남이야 오죽하겠는가

고교시절 난 스스로 예명(藝名)을 고송이라고 정하고 짓고 지금까지 글을 쓸 때마다 사용해왔다.
주위에서는 이를 두고 예명(외로운 소나무)이 그러니까 외로운게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내 예명은 단지 말 뜻대로 "외로운 소나무"가 아니다. 사시사철 푸르름속에서 흔들림이 없이 뿌리를 내리겠다" 는 신념이 내면 깊숙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무작정 열심히 사는 것과 소기의 목적을 갖고 보람있게 사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며 오직 자신만의 꿈을 갖고 살아왔다. 그런 탓에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동초 소리를 들을 만큼 강한 버팀으로 살아오면서 때론 시도 쓰고 수필도 쓰고 누드도 그리며 때론 연극도하고 초경량비행기도 조종하면서 그렇게 살아왔던 필자였다.

그렇게 살아왔던 내가 요즘엔 무척 피곤하고 힘이 드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웬일인지 창 틈으로 바람이 들어와도 겨울 비가 내리는 한강이 삼킨 낮 달을 보기만 해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더구나 요즘같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어수선한 세상이 자꾸 나를 슬프게 하고 꿈을 잃게 하려 한다. 가뭄으로 갈라진 땅처럼 우리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제발이지 바램이 있다면 닭띠 해인 을유년 올 해만은 사람들이 그래도 희망만은 잃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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