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노인들 제2의 인생'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노인들 제2의 인생'
  • 고영일 기자
  • 승인 2005.01.18 0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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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건강하게 움직일 수만 있다면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지 않겠어요?"

경기도 안산의 한 가스 충전소에서 일하고 있는 공종선 씨(가명. 64)는 불과 6년 전만 해도 건설회사를 경영하던 당당한 '사장님'이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건설경기 하강세로 회사를 부도내고 방황을 거듭했던 공 씨는 지난해 3월 지금의 충전소에 취직했다.

부도 이후 술에 빠져 지내고, 동네 노인정이나 서울 탑골공원 벤치에서 무료한 시간만 때우기 바빴다는 그는 사장 시절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월급이지만 지금은 더없이 행복하다고 했다.

일주일에 세 번, 집 근처 복지회관에서 치매노인들을 돌보며 공예품도 만들고 있는 이점순 할머니(7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도 요즘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처음에는 자식들이 '왜 사서 고생하느냐'며 적극 반대했다"는 이 할머니는 "지금은 오히려 이들이 든든한 후원자가 돼버렸다"며 "봉사활동을 한 이후 잃어버린 삶에 대한 희망이 다시 되살아나는 것 같다"고 행복해했다.

자신과 비슷한 연배의 노인들에게 정성을 쏟고, 손수 공예품도 제작하다 보면 하루하루가 짧게만 느껴진다는 이 씨는 "늙었다고 무조건 자식들에게 의지하기보다는 각종 사회활동을 통해 삶의 의욕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재취업과 사회 봉사활동 등을 통해 이른바 '실버 파워'를 과시하며 아름다운 황혼기를 보내는 노년층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 분야 역시 기존의 주유·세차 서비스나 아파트 경비 등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생태계 보호를 담당하는 '환경 지킴이', 장묘 관리, 출산 도우미, 인터넷 전도사 등으로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통계청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취업자 2,255만7,000여명 가운데 65세 이상의 고령자 수는 124만3,000여명으로, 2003년보다 8.9%(10만2,000여명) 증가했다.

이는 65세 이상 노년층의 취업자 수가 가장 많았던 2002년(115만5000여명)보다도 8만8000여명 많은 것이다.

특히, 우리 사회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혼자 사는 노인의 비율이 90년 8.9%에서 2000년 16.1%로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이들의 일자리 창출이 사회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노인들의 재취업을 가로막는 우리 사회의 현실은 아직 높기만 한 게 사실. 무엇보다 "나이가 들면 무조건 취업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게다가 취업을 원하는 노인들을 수용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의 일자리가 확보되지 못한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중소기업 사장 김 모씨(46.경기도 시흥시)는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나이 많은 노인들보다야 젊은 구직자들이 채용하기에 편한 것은 사실 아니냐"고 반문하면서도 "일하고 싶은 노인들을 위한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이 필요한 것만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노년층의 일자리가 자신들의 경력이나 전문성을 배제한 채 대부분 판매나 개인서비스직, 또는 일용직, 계약직 등 단순 노무직에 집중되고 있는 점도 노인 취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교단에서 보낸 뒤 2년 전 퇴임한 송호겸 씨(서울 서초구)는 최근 일주일에 두 번씩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국어와 한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오랜 교직생활을 바탕으로 어린 학생들에게 교육의 중요성을 설명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송 씨. 대다수의 노인 취업자들이 자신들의 경력과 무관한 업종에 근무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볼 때 송 씨가 걷고 있는 '제2의 인생'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길인 지도 모른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중·고령층은 현재와 같은 단순노무직이 아니라 자신들의 전문성을 살린 경력형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후 "우선 정부 차원에서 노인인력센터를 활성화하고, 재직 근로자의 전직(轉職) 등을 위한 직업훈련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노인들이 사회변화에 적응하고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도록 재취업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하다"며 "노인들 역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면 얼마든지 자기 계발이 가능한 틈새직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는 경기 침체 여파 등 제반 우리 경제 여건상 노인층의 취업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우선 이들이 주로 종사하는 서비스업의 경쟁력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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