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린, 대한민국 소설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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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린, 대한민국 소설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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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치밀한 관찰과 신랄한 아이러니가 돋보이는 작가

한국문인협회에서 제정한 『대한민국 소설문학상』의 첫번째 수상 작품이 전경린의 ‘여름휴가’로 결정됐다.

한국문인협회는 국내 문예지에 발표된 단편소설과 창작집을 대상으로, 문예지 편집장의 추천을 받아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작품을 대상으로 심사했다. (심사위원 : 임헌영, 오양호, 김종회, 신세훈, 백시종)

이 상은 문학 외적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작품의 미학적 가치 선별에 중점을 두기로 합의한 후 각기 읽은 작품들 중에서 우수작을 중심으로 심도있는 토론을 통해 선정됐다.

대상으로 선정된 전경린의 ‘여름휴가’는 세태의 세미한 관찰과 예리한 묘사로 정평이 있는 작가로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작품 또한 전경린의 특색이 반영되어 있으며, 작품 속의 세계관이 자폐적 범주에 머무르지 않고 외향적으로 작용하는 역동성을 지녔다. 동시에 이야기의 서사성을 보다 잘 운용하고 있다는 데서 다른 후보작 보다 높은 평점을 받았다.

전경린은 수상소감을 통해 "올 한 해 동안 나는 몇 년을 산 듯합니다. 먼 훗날에 나의 생애를 되돌아본다면 올해를 기점으로 그 전과 후로 나눌 것입니다. 그만큼 극적인 전환의 해로 여깁니다. 2004년이라는 개인적 연대기의 끝에 이러한 애정어린 상을 수상하니 한 해의 의미가 더욱 강화되는 것을 느낍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님들과 심사위원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수상을 계기로 하여 문학적 책무를 다시 확인하고 차분한 집중력으로 눈을 닦아 새롭게 나아가겠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한국문인협회 신세훈 이사장은 시상식장에서 축사를 통해, “대한민국 소설문학상을 통해 작가들은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그동안 작가들이 상업적인 작품을 발표하는 경우가 많아 부를 얻을지는 모르지만 작품성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작가들은 먼 미래를 생각해 문인으로서의 자부심과 문학사에 빛이 되는 작품을 남겨 자기 위치를 확고히 하는 작가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소설가 전경린
ⓒ 청어출판사^^^
사랑, 젊음, 삶에 대한 아이러니 - 전경린

전경린의 대표작으로 뽑히는 작품은 한 평범한 주부의 일탈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인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이다. 이 작품은 영화 '밀애'로 제작됐으며 전경린의 섬세한 필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전경린의 소설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얼핏 보면 여성 소설에서 자주 나타나는 여린 면을 간직한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쉽게 깨질 수 있는 인물들과 사건들에 대해 신랄한 어조로 말하며, 동시대 작가인 은희경, 신경숙과 차별화되는 아이러니를 지녔다.

즉, 전경린의 소설에 나타난 아이러니는 '함정'이 아닌 문학 내부의 고유한 아이러니의 정신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특히 젊음, 사랑, 삶속에서 찾아내는 아이러니는 문학이 말하고자 하는 아이러니의 고유한 정신을 지녔다.

정교한 묘사와 함께 인물의 심리와 사건의 전개를 차분히 밟아나가며, 한 번씩 쏘아주는 듯한 주인공들의 대사. 이렇게 잘 갖춰진 소설은 우리의 삶을 통렬하게 비판하며 꿰뚫고 지나가는 바늘의 힘을 지녔다. 현실의 살을 꿰뚫고 피고름을 내고서야 멎는 작가의 고유한 시선은 오늘날 전경린을 성실한 작가로 만든 원동력으로 직결된다.

그녀의 작품 중 이러한 것들이 모두 집약된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이다. 평화롭게 지내던 한 가정을 찾은 여자. 그리고 그녀는 남편과 외도를 했다고 주장했고, 크리스마스를 맞으려던 평화로운 가정은 조각나고 만다. 이로 인해 시골로 이사를 가게 된 가족. 그러나 주인공은 쉽게 남편의 불륜을 잊지 못 한다.

그렇게 낯설은 시골 생활을 시작하게 된 주인공은 어느 날 옆집 남자를 만나게 된다. 우연처럼 시작된 만남. 그리고 남자는 주인공에게 한가지 제안을 한다. "구름모자 벗기기 게임"을 하자고 말이다. "구름모자 벗기기 게임"이란 먼저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지게 되는 게임이다. 장난처럼 시작된 사랑은 점점 겉잡을 수 없이 커져가게 되고, 게임을 하던 연인은 혼란스러워 하게 된다. 결국 사랑이 아닌 통속적 개념으로 불륜이 되고 말았지만, 이 소설속에서 불륜과 사랑은 아이러니의 개념과 일치한다.

구름모자 벗기기 게임을 제안하던 옆집 남자는 주인공이 꺼려하자 "인간은 아이러니하게도 안간힘으로 거부하는 그 무엇이 자신을 규정짓고 말죠."라고 말한다. 남편의 불륜으로 시골생활을 하다가 만난 남자. 그리고 그가 제안한 게임은 사랑과 불륜이 겨우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전경린의 아이러니가 깃든 대사이다.

사람들은 소설을 허구의 문학이라고 정의내린다. 그리고 아이러니는 진실을 드러내기 위한 거짓쯤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소설속의 아이러니는 진실의 다른 모습이다. 우리 스스스로가 "안간힘으로 거부하는 그 무엇인가를" 소설은 그 스스로의 힘으로 증명해내고 있다. 아이러니의 증명은 우리가 들여다보지 못한 거울의 이면을 비추고 있는 진실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경린은 삶, 사랑, 젊음에 신랄한 아이러니를 퍼부으며 현실의 단상을 보여준다. 침착하고 섬세한 이미지의 직조를 통해 잘 짜여진 소설속의 세계는 삶의 그물망에서 펄떡이는 우리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때로는 그물에 찢겨 아픈 살을 다독이며, 떄로는 온 몸에 잔인하게 그물을 쳐 놓으며, 때로는 그물속에서 펄떡이는 마지막 숨을 꺼내주는 시선으로 전경린은 문학의 그물을 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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