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에는 자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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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에는 자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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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역시 마셔본 사람이 더 잘 마신다’는 이 진리 하나는 아마도 영원불멸의 진리일 것이다. 술을 마시는 스타일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한자리에서 뿌리를 뽑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마셔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도 있다.

줄기차게 소주만 마시는 사람, 양주만 마시는 사람, 소주 뒤에는 반드시 입가심으로 맥주를 마시는 사람, 마지막 술자리에는 꼭 포장마차를 빼놓지 않는 사람, 하여간 취향도 각양각색이다. 이러한 음주문화는 아마도 자신이 처해 있는 업무환경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해본다. 그런데 유독 폭탄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보통 정치권, 법조계, 군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이런 부류라 할 수 있다. 업무 성격상 빨리 취해 화끈하게 놀고 개운하게 집에 간다는 논리를 가진 사람들의 대부분은 폭탄주를 즐긴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논리가 딱 맞아 떨어지는 술자리에 동석한 일이 있었다.

하루는 모 행사에 참석 했다가 이런 유형의 3인방과 우연히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전직 판사출신의 변호사, 현역 영관급 장교, 정당에 근무하는 중견간부, 사업가, 건설회사 간부등 10여명이 한자리에서 첫 술자리를 하게 됐다.

강남에 위치한 모 카페. 제일 고참격인 변호사 선배가 “지금부터는 폭탄주를 마시는데 거부 불가”라는 단서를 달았다. 처음에는 간단하게 폭탄주 몇순배로 끝내자고 해 모두가 한두잔씩 마셨는데 어디 그것이 맘대로 되는 일인가.

이미 행사장에서 소주를 마신터라 몇몇은 폭탄주 몇잔에 선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폭탄실은 잔은 순서를 어기지 않고 계속 돌았고 급기야 양주 5병 정도가 없어질 무렵, 횡설수설 하는 친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자세가 흐트러지는 사람들은 밖으로 인솔돼 집으로 보내졌고 그나마 폭탄을 견딜만한 사람들만 남았다.

양주는 7병째 날라져 왔고 대부분이 얼큰한 상태가 되자 잔 돌아가는 속도가 조금은 느려지기 시작했다. 이때 군에 있는 선배가 벌떡 일어나더니 “폭탄 투하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며 정상속도를 지키라고 경고했다. 다그치는 바람에 냅다 한잔씩 더 마신 몇몇은 완전히 맛이 가버렸다. 나 역시도 정신상태로 버텨보려고 했지만 속이 좋지 않아 중도에 포기할 상태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때까지 남아 있는 사람은 전자에 말한 정치인, 법조인, 군인이었다. 그중에서도 군에 있는 선배는 목소리 하나 동작 하나 흐트러짐이 없었다.

역시 폭탄주의 안태고향은 속일 수 없나보다. 폭탄주의 시초가 군이라고 하는 말이 새삼 실감날 정도였다. 결국 그날 최고의 승자는 현역 군인이었다.

처음 마셔보는 술자리라 서로간의 주량을 몰랐기 때문에 모두가 똑같이 마신것인데 역시 폭탄에는 장사가 없었다. 나 정도의 주량이라면 대표감은 안되도 수준급이라고 하는데도 쏟아지는 폭탄 앞에 무릎을 꿇었으니 오죽했겠는가. 그나마 한가지 진리를 터득했다면 폭탄주는 역시 ‘주량+평소실력’이 겸비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또 한가지 술은 역시 선배가 사니 부담이 없더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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