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쫓던 개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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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쫓던 개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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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에서 여성들이 술마시고 담배 피우는 것이 자연스런 시대가 됐다. 그것도 남녀가 어우러져 마시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끼리 남성 뺨치게 마시는 것을 보면 술집에서의 남녀평등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한 조사통계자료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는 81.4%, 여성은 50.5%가 음주를 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는 90년대 초반보다 20% 이상 증가된 수치다. 그런데 신은 묘하게도 술을 마시면 여성이 남성보다 덜 마셔도 더 취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것은 아마도 여자가 술에 취해 흥청망청하는 것을 신도 보기 싫어서 그런 모양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취하게 되는 것은 체액이 적고 체지방이 많기 때문이다. 알코올은 지방에 잘 분해되지 않아 여성의 체질상 남성에 비해 30% 이상의 알코올을 혈액에서 흡수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따라서 여성이 한 잔 마셨을 때의 취기는 남성이 두서너잔 마시는 것과 같은 영향을 신체에 미치게 된다.

이런 점을 이용 남성들은 여성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끼게 되면 은근히 술을 먹여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늑대 심보를 가동시키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돼버린 선배 한명의 기막힌 사연을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인사동 모처에 가면 고관대작들의 발길이 잦은 식당같은 허름한 술집이 하나 있다.

그런데 이 식당 주인이 30대 후반쯤되는 연예인 출신의 절세미인이라 침 삼키는 주당들이 한 트럭은 된다. 더욱이 농담 좋아하고 술 잘마시니 남자들이 침을 질질 흘릴 수밖에. 보통 남자들은 자칫 그의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여 엄청난 투자와 공을 들이고도 헛수고로 끝나는 경우가 흔하다. 하루는 이 선배가 우연히 우리들의 술자리에 동석을 하게됐는데 이 집주인이 처음 보자마자 “너무 멋있다, 이렇게 잘생긴 남자 태어나 오늘 처음 본다”며 꼬리를 흔들었겠다. 미모에, 말솜씨에 껌뻑 넘어간 선배도 사실 만만찮은 미남이다. 모델출신에 깨끗한 피부는 보통의 여자들도 호감을 사는 그런 타입이다. 어디를 훔쳐봐도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곳이 한군데도 없다.

하여간 인간은 띄워주면 한칼씩 쏘는 버릇이 있는지 이날 선배는 난데없는 양주와 맥주를 시켰고 폭탄주를 돌렸겠다. 기분이 좋았는지 제법 농담속에도 진도가 나갔고 결국 두 사람은 상당한 합의를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자리를 파했다. 우리는 2차로 포장마차에 둥지를 틀었고 둘은 식당에서 나온 후 모범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몇년째 공들인 놈도 안되는데 하루만에 성공하는 것 보면 역시 선배답다”며 포장마차에서 쓴 소주 잔을 주고 받는데 정확히 30분후 휴대폰으로 연락이 왔다. 무슨일이냐고 했더니 우리 있는 곳으로 다시오겠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도착후 사정을 들어보니 술 취한 척하면서 택시기사에게 무슨 호텔쪽으로 가자(이때 선배는 호텔로 가는 것으로 착각 너무 흐뭇했다고 함)고 하더니 갑자기 호텔부근에 위치한 자신의 집근처에 와서는 “기사아저씨, 이 아저씨 댁까지 잘 모셔다 드리세요”하며 쏜살같이 내리더라는 것이다. 역시 기다리는 순서가 있는데 세치기는 안된다는 진리가 또 한 번 뇌리를 스치는 순간이었다. 하느님! 이게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본 꼴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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