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자신들을 쳐다보는 편견은 물론이고 필요이상의 관심을 보이는 것도 싫어한다. 오로지 정상인과 똑같은 불편함이 없는 그런 술친구로 대해주기를 바란다. 자신들도 정상인들 못지않은 나름대로의 비법은 다 강구해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과 처음 술자리를 할 때다. 평소 안면은 있었지만 술자리는 하지않았는데 하루는 퇴근 시간에 맞춰 주당 2명이 강남의 모횟집에서 한잔하고 있다는 긴급 전갈을 보내 왔다. 부랴부랴 택시를 잡아타고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소주 한병이 막 없어지던 찰나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회안주에 소주 몇병이 없어졌다. 처음 도착했을때 술은 어떻게 따르며 어떻게 잔을 받는지 모르는 터라 당황을 했는데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소주를 마실때도 방법만 다르지 술따르고 술잔받고 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웠다. 따르는 잔이야 평소대로 하면 되지만 받는 잔은 손가락을 술잔위에 살며시 올려놓고 따르는데 정확히 한잔이 되면 잔이 넘어 오는 것이었다. 안주는 어떤 것을 불문하고 접시위에 올려주고 명칭만 일러주면 됐다.
1차가 끝나고 2차를 가게됐는데 또한가지 걱정이 됐다. 노래는 어떻게 부르며 술이 취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런 우려 또한 막상 자리에 앉고보니 간단하게 해소됐다. 어지간한 노래는 대부분 가사를 외우고 있기 때문에 상관 없지만 신곡이나 생각이 제대로 나지 않는 경우는 옆에서 서빙하는 아가씨가 귓속말로 가사만 읽어주면 된다. 한친구는 노래를 얼마나 잘하는지 옆에서 듣고 있으면 흥이 절로났다. 마치 모니터의 가사를 보고 부르는 듯 박자 또한 기가 막히게 들어 맞았다. 너무 신기해서 물어 봤더니 비록 눈은 보이지 않지만 대신 청각이 발달해 사소한 소리만 들어도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알 정도라고 했다.
이 친구들은 정상인 뺨치는 준프로급이다. 고고가 나오면 어디서 보고 배웠는지 신식춤으로 몸을 흔들고 부루스곡이 나오면 여지없이 수준급의 부루스도 춘다.
하여간 이날 셋은 엄청난 양의 술을 마셨다. 사실 앞이 보이지 않는 친구들이라 술잔을 주면 마시지 않고도 마셨다고 하면 되지만 어찌보면 마치 속이는 것 같은 죄스러움 때문에 주는대로 마셨다. 자정을 넘길무렵 술판은 끝이 났는데 내 목소리를 감지했는지 오히려 나를 걱정하는 것이었다. 집으로 오는길에 바래다 주겠다는 나의 간청이 거절당하고 떠밀리다시피 택시에 올라탓는데 정확히 40여분후 집에 도착했다며 전화가 왔다. 같은 주당이지만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지금도 만나지만 나는 조금도 장애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것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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