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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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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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침입

술을 마시는 주당이라면 누구든지 자의건 타의건 간에 한번쯤은 실수를 하게 돼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아마도 우리와 흡사한 실수를 경험한 사람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자칫하면 남의 집 무단침입으로 쇠고랑을 찰 뻔한 일이 있었다.

시골 초등학교 동창 한명이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득한 기념으로 술을 한잔 산다면서 경기도 부천으로 몇몇 친구를 초대했다. 대학 졸업후 모임에서 가끔은 보아왔지만 공식적으로 초등학교 친구들을 초대, 술 한잔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축하도 해주고 오랫만에 술도 한잔할 겸 퇴근후 부천의 약속장소로 나갔다.

토요일 오후 7시 부천역 광장 부근 갈비집에 초등학교 친구 4명이 모였다. 모두가 40대를 넘어선 나이라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못만난 탓인지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니 순식간에 12시가 됐다. 그때 우리를 초대한 친구가 “오늘 어차피 부천에 왔으니 우리집에 가서 한잔 더하고 가라”는 것이었다.

사실 결혼한지 십수년이 지났지만 그때까지 그 친구의 집에 가본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한 친구가 응수를 했다. “어차피 내일 쉬는 날이니까 이 친구 집에 가보자”는 것이었다. 의견 일치를 한 우리는 택시를 타고 오정동 모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 지은지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5층짜리 아파트였다. 아파트 입구에서 하이타이, 휴지등 몇가지를 준비하고 친구를 따라 4층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문이 잠겨 있었다. 이친구 “이상하다 아까 집에 간다고 연락을 했는데 왜 문이 잠겨있지”라고 중얼거리더니 문을 손으로 쾅쾅 두드렸다. 잠시후 문이 열리는데 잠이 덜깬 잠옷바람의 아주머니 한명이 현관문을 열어주고는 잽싸게 방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당연히 친구의 집이거니 생각하고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아마 이때까지 친구는 자신의 집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이친구 큰 소리로 “여보 친구들 왔는데 술상 좀 차려 와”라며 여러 번을 외치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방문을 열고 나오던 아주머니가 우리를 보더니 소스라치게 놀라며 비명을 지르는 것이 아닌가. 그때서야 이 친구 “아니, 우리집이 아니네” 하며 자리에서 황급히 일어서더니 혼자서 밖으로 막 뛰쳐 나가는 것이었다.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감지한 우리들도 부랴부랴 뒤따라 밖으로 나왔다. 알고보니 옆동의 같은 호수에 들어간 것이다.

만약 그 부인이 우리를 보고 도둑이 들어왔다고 신고를 했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당연히 무단주거침입으로 경찰서로 끌려갔겠지. 이 친구 나중에 집사람을 통해 그집을 알아보니 그집 역시 남편이 밤늦게 친구들을 끌고와 부인이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라는 것이었다. 얼마나 그랬으면 누군지 확인도 안하고 문을 열어주고는 방으로 들어갔겠는가를 생가하니 우리도 한심한 주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날밤 친구집에 주어야할 선물을 그 집에 두고 왔다는 것 때문에 그 아주머니가 큰 욕은 안했을 것으로 위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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