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주로 KO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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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주로 KO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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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한판

“나는 조국을 위해 목숨걸고 싸웠노라”. 뭐 거창한 독립투사의 말이 아니다. 황량한 중국땅 한가운데서 목숨걸고 조선인의 투지를 보인 한 주당의 자랑스런 이야기에 불과하다. 지금은 모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는 후배 주당이 업무차 중국을 갔다가 12억 인구중에 서열 몇 위 안에 들어간다는 만만디 주당을 만나 한잔하는 기회가 됐다.

술상에는 기름진 청요리와 40도나 되는 고량주가 올라왔다. 이 친구 콩알만한 잔으로 몇잔을 마셔보니 마음에 차지 않는듯 큰잔으로 바꿔 달라고 했겠다. 이것이 술시합의 단초가 됐고 결국은 중국대 한국의 술시합으로 귀결될 줄이야 누군들 알았겠는가.

한국주당이 몰랐던 것은 중국의 술문화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잔을 꺽는 일이 별로 없다. 어지간하면 모두 원샷이다. 평소 술이라면 남에게 지고 싶지않은 심보를 심장뒤에 달고 있는 탓에 이날도 어김없이 원샷으로 공격을 가했다. 그런데 만만디 주당이 바로 원샷으로 응수해 오는 것이었다. 몇잔을 보내봐도 역시 원샷이었다. 이것이 중국의 술문화인줄 알았다면 목숨건 도박은 하지 않았을텐데 바로 놀부심보가 작동, 과감하게 시합을 요청한 것이다. 술이 먼저 취해 떨어지거나 항복을 하면 술값내기로 말이다.

심판관 2명을 동석시키고 똑같이 한잔씩 하기로 약정을 맺은 뒤 본게임에 들어갔다. 먼저 병권을 잡은 만만디 주당이 뭐라고 하는데 생계란 몇개가 날라져 왔다. 술에다 계란을 깨트려 넣고 자신이 마시고는 똑같은 방법으로 제조해 잔이 넘어왔다. 마실때는 몰랐는데 몇잔을 마시고 나니 코에서 계변 냄새가 솔솔 올라오는데 이상하게 속이 뒤틀리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 그의 증언이다.

바로 반격이 가해졌다. 맥주 몇병을 주문해 폭탄주 제조에 들어갔다. 양주에 맥주도 아닌 고량주에 맥주를 짬뽕한 폭탄주는 자신 역시 처음인데도 불구하고 원샷으로 응수했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받아 마시던 만만디 주당, 서너잔이 돌아가니 조금씩 인상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잔을 떼면 어김없이 올라오는 트림 때문에 코를 수시로 만지기 시작한 만만디 주당, 포기할 듯한 행동을 보이는데 이게 왠일인가. 도수가 더 높은 고량주를 시켜서는 맥주잔으로 한잔 원샷을 하는 것이 아닌가. 아이구 이제 죽었구나 하고 두 눈 감고 간단하게 한잔을 부었는데 속에 불이 났던지 위장이 녹았던지 둘중 하나였다. 일단 꾀를 내어 화장실 갔다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틀거리는 모습도 보여서는 안된다고 마음먹고는 꼿꼿이 걸어 화장실로 가서는 어거지로 오바이트를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속은 시원한데 갑자기 술이 너무 올라 제대로 걸을 수 없는 상태로 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자리에 돌아가면 항복을 해야지’ 마음먹고 억지로 자리에 돌아왔는데 이게 웬 횡잰가. 만만디 주당이 그 순간을 못참고 탁자에 머리를 박고 횡성수설하는것이 아닌가. 완벽한 KO승이었다. 역시 조선의 폭탄주 위력은 중국을 잠재울 만큼 대단했다. 그러나 조선주당도 바로 그 뒤의 기억을 하지 못한다. 몇 분 사이를 두고 뒤따라 맛이 간 상태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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