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반 교육을 거절한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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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반 교육을 거절한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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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지능으로 해결하는 사회

아들 : 아빠. 어제 교육청에서 영재 교육 시험을 봤거든? 그런데 합격했어.

아빠 : 아예 시험을 보지 말았어야 하는데 그랬구나. 선생님에게 영재반에서 빠지겠다고 말했니?

아들 : 그런데 몇 번을 말해도 선생님은 영재교육을 빠질 수 없다고 그래. 그러면서 선생님이 아빠에게 전화를 하겠데.(그 때 전화벨이 울리면서 아빠와 선생님이 인사를 나누었다.)

선생 : 아버님 축하드립니다. 경식이가 성실하고 공부를 잘해서 이번 시교육청에서 실시한 영재반에 뽑혔습니다. 경식이에게 들으셨죠?

아빠 : 예. 잘 들었습니다. 이런 모든 것이 선생님이 잘 지도해주신 덕택입니다. 다시 한번 여러 모로 감사 드립니다.

선생 :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경식이가 잘해서이지요.

아빠 : 선생님. 그런데 경식이는 영재반 교육을 받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선생 : 예. 그렇지 않아도 경식이에게 대충 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바빠서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못한 채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남들은 서로 받고 싶어하는데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십니까.

아빠 : 선생님. 인간은 누구나 타고난 장점이나 자질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천성적으로 남들보다 집중력이 뛰어나거나, 체력이 강하거나, 음악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경식이 역시 타고난 지능이 있어서 다른 학생들보다 암기력이 약간 뛰어난 것 같습니다. 경식이는 타고난 단점이나 약점도 많이 있다는 말이 됩니다.

때문에 경식이는 암기보다는 부족한 부분들을 보충하는 것이 장래를 위해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경식이는 지능과 암기에 의존해서 인생을 사는 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경식이는 단순한 암기가 아니라 활용, 응용, 분석, 비판, 도전 등을 더욱 잘 하도록 다른 분야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당장에 경식이는 건강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합니다. 때문에 경식이의 요구에 따라 방학 때 아침저녁으로 테니스를 접수했습니다.

선생 : 경식이 아버지 말씀을 듣고 보니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한국은 어차피 암기 실력에 의해 판가름나는 사회이며 대학도 그렇게 결정되어버립니다.

경식이는 충분히 명문대를 합격할 수 있는데 이처럼 좋은 기회를 놓치면 남들에게 뒤떨어지지 않을까 기회가 아깝고 걱정됩니다.

아빠 : 선생님은 어느 대학을 졸업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일류대를 나오지 않았습니다. 또한 우리 경식이 역시 자신이 희망하는 분야에 적합한 대학을 지망할 것이며 무조건 일류대가 목표일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우리 경식이는 다른 아이들과 순위 경쟁하기 위해 공부하는 것도 아니며 일류대 입학을 위해 학교에 다니는 것도 아닙니다. 그간의 교육 정책이 잘못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들은 하지만 부모나 교사들은 그 부작용과 피해를 극복하기보다 경쟁 일변도로 학생을 끌어들입니다.

특히 학생의 적성, 장래 희망과는 관계없이 일류대를 목표로 삼는 것은 아예 교육을 모르거나 오히려 반 교육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표현이 좀 직설적이고 지나치더라도 양해 바랍니다. 교육실정의 연속인 우리 한국에서는 부모와 학생이 혹독할 정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금새 희생을 치르게 됩니다.

우리 사회가 학벌과 명문대로 빗나갔다는 점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나는 그로 인한 부작용과 병폐들을 너무나 깊숙이 깨닫고 있으며 겪어왔습니다. 과거부터 우리는 양반상놈의 차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했음에도 상놈을 버리고 양반에 줄서는 등 국민과 역사가 너무나 비굴했습니다.

나는 그런 현실을 맹목적으로 따라갈 정도로 답답하게 살아오지 않았으며 내 아들 역시 막연하게 키우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는 일류 대학의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지만 사회를 위하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많습니다.

그들은 지극히 평범하지만 사회에 봉사하고 공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명문대를 졸업하여 남의 부러움 속에서 당당하게 출세까지 했다는 사람들이 겨우 자기 이익으로 빗나가거나, 사회와 국가와 후손을 망각해버린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선생 : 아버님. 교장 선생님께도 보고되었으며 칭찬까지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변경한다는 것은 학교의 명예도 있고 다시 생각해주시면 어떨까요.

아빠 : 사실 영재반 교육은 학생들의 장래 희망과 전공 분야 등 면면을 세부적으로 확인해서 학생 개인을 위해 적극적으로 맞추어주는 교육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서 교육기관에 의해 진행되는 정책 위주의 영재반이며, 일류대를 위한 경쟁반입니다.

때문에 오히려 개인 적성과 장래 희망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시행하는 집단 교육에 불과합니다. 이는 피교육자들의 장래 희망에 대해 조사분석 없이 교육기관의 목적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전시 정책의 일종입니다.

선생 : 아버님 잠깐이요. 말씀을 듣다보니 말씀 말씀마다 깊은 철학이 배어있다고 생각됩니다. 지금 제가 아버님을 직접 뵙고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지금 댁을 방문해도 실례가 되지 않겠습니까?

아빠 : 정말 반갑고 고마운 말씀입니다. 기다리겠습니다.(잠시 후 선생님이 경식이 집을 방문해서 아빠와 대화를 나눔)

선생 : 경식이 아빠는 정말 대단한 분이십니다. 통화 중에 존경심이 우러나서 꼭 얼굴이라도 뵙고 싶었습니다.

아빠 :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저는 단지 아들에 대한 저의 깊은 애정과 배려를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오히려 선생님께서 이렇게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또한 오히려 내가 찾아 뵙고 양해를 구해야 했음에도 이렇게 찾아오셔서 죄송합니다.

선생 : 저에게 신경 쓰지 마시고 아버님 말씀을 좀더 듣고 싶습니다.

아빠 : 사실 작년에도 경식이는 모 대학에서 실시하는 과학영재 교육에 합격해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교육 역시 진정으로 학생의 희망에 맞추어서 분야를 안내해주기 위한 교육이기보다 대학에서 정책의 일환으로 주최하는 자기 목적의 교육이었습니다.

물론 학생들에게 도움되는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첨단 지식을 가르치는 것보다 학생의 사고력 신장과 세상의 지식들을 활용하고 응용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불필요한 이야기까지 많이 했습니다만 선생님께서 잘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선생 : 참으로 곤란한 상황이지만 말씀을 듣고 보니 너무나 옳으신 것 같습니다.

아빠 : 심하게 표현하는 사람은 '한국 교육이 오히려 사람을 망친다'라고 격렬하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학교교육과 교육정책이 심각하다고 말들은 잘도 합니다. 그럴 때는 마치 지성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후 자녀를 가르치는 방식과 기대감은 크게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니 몽땅 피해를 떠 안는 것은 학생들입니다. 이는 관계자(교육당국자와 학부모와 교사)들이 당장 학생들이 어떤 피해를 입고 있는지 분명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자녀들은 정책의 문제와 엉망인 학교교육과 부모의 기대감 속에서 건전한 사고와 합리적인 생활과 참다운 인생이 심하게 망가진 채 끌려 다니다가 고스란히 피해를 떠 안았지만 무조건 인내하고 순종하든지 아니면 방황하고 길이 빗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재 교육도 암기를 잘하는 학생들을 다시 모아놓고 더욱 경쟁을 시킴으로써 오히려 경쟁에 집착해서 경쟁으로 승부를 내는 나머지 모든 부분에서는 장애자를 만들어버린 것과 같습니다. 이처럼 대학입학을 위한 초ㆍ중ㆍ고생활과 명문대를 목표로 귀중한 12년을 소모해버립니다.

이 때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기로서 정서적으로 풍부하고 이성적으로 예민한 시절입니다. 그런데 밤낮으로 학교에 가둬놓고 감옥살이를 살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학생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장래 희망과 관계없이, 무작정 강제로 학교에 붙잡아놓고 무리하게 교육을 시켜왔습니다.

만일 반 강제로 학교에 잡아놓고 공부를 시켰다면 나라에서 미래까지 책임을 져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내가 선생님의 바쁜 일정에 관계없이 억지를 부려서 반 강제로 먼길을 데려갔다고 합시다. 그런데 목적지에 도착하자 '선생님께서 알아서 하세요'라고 내맡겨버리면 어떻겠습니까.

지금까지 한국의 학교 교육이 이랬습니다. 강제로 공부하라고 잡아놓았다가 결과에 가서는 이용 가치가 있는 극소수만 골라내고 나머지는 팽개쳤습니다. 때문에 나머지 사람들은 거의 불필요한 공부를 배운 꼴이 되었습니다.

특히 우리가 배우는 지식이나 학문은 인류 역사 속의 뛰어난 인물들이 수많은 어려움과 악조건 속에서 어렵게 이룩해놓은 업적들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자기 머리 속에 가져와서 자기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이고, 서로를 비교해서 우위를 점유하고, 우월감 속에서 호의호식을 보장받고, 입신양명과 부귀영화까지 확보해왔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뒤따라야 할 반성과 감사와 봉사와 공헌과 책임과 개척 정신은 갈수록 멀어지는 기막힌 교육이며 사회입니다. 뿐만 아니라 배워서 알게 된 것들을 실천하지도 않습니다.

이처럼 인류에 배은망덕하고 무지한 태도였기에 민주주의는커녕 적응조차 못한 채 총체적으로 한계에 직면했습니다. 그럼에도 '국민성을 반성하자'는 말은 거론조차 되지 않은 채 정치인 등 남의 책임으로만 돌립니다.

더구나 나라 전반이 위기라고 하면서도 고개를 돌리면 아직도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심지어 자기 지위와 권위와 연줄과 처세까지 동원해서 편히 살려는 국민들로 넘쳐납니다. 대다수 국민들도 3절(좌절, 굴절, 변절)의 벽을 뚫지 못하고 무너지고 있습니다.

증명이라도 하듯이 우수한 머리, 지식, 인연, 학벌로 좋은 위치에 올랐음에도 국민에게 존경은 커녕 사회를 망치고 감옥까지 드나들며 자신의 인생조차 감당하지 못한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저변에 대한 원인분석(세계관, 인생관, 가치관)을 해주는 학자도 없으며 반성하는 지식인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은 혼자라도 백방으로 뛰면서 원인분석 하랴, 주위를 설득하랴, 부정비리와 싸움하랴, 각계에 호소하랴, 대안을 마련하랴, 정부나 정치권에 정책을 건의하랴, 개인적으로 어려운 가정을 꾸려가랴 벌써 십 수년을 대가 하나 없이 말로 못할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무지와 빈곤 속에서 수많은 인류에게 빚을 지고 살면서도 자신과 가족만 먹고살면 된다는 속물들의 사회를 만들어왔습니다. 이를 뻔히 보면서 내 아들을 똑같은 삶으로 떠밀어버릴 수는 없습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믿을 정책이 없습니다. 특히 이런 사회에서 정상으로 살아가려면 똑바로 정신차리지 않으면 결국에는 아무도 책임을 져주지 않습니다. 때문에 미약한 개인이지만 각자가 특별한 주의와 똑바른 소신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남들을 따라서 막연하게 살면 훗날 후회해도 헛일 입니다.

선생 : 오늘 아버님에게 개인적으로나 교사로서나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소중한 이야기들을 너무나 실감있게 들었습니다. 저 역시 우리 아이 키우는 태도나 방법을 완전히 바꾸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후 우리 교육이든 우리 사회든 풀리지 않은 문제나 궁금한 내용은 아버님께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빠 : 한국을 잘아는 외국의 학자들이 '한국은 교육 철학을 연구하는 학자다운 학자가 없다'라고 지적합니다. 이는 한국이 빈곤했던 탓으로 지금도 의식주를 해결하는 수준이거나, 과거에서의 열등의식이나 피해의식을 만회하기에 혈안인 채 철학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지극히 빈약한 수준으로 월등한 민주주의를 시행하면서 너무 많은 부작용을 겪고 있습니다. 심지어 학자나 지식인들의 수준이 이 지경인데 일반 서민들은 어떻겠습니까. 어쨌든 선생님께서는 제가 당초에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대단하십니다.

특히 이렇게 적극적으로 방문하실 정도로 열의를 보이시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어쨌든 저 역시 오늘 보람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서로 힘을 합칠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 : 저는 오늘 완전히 새롭게 다시 태어난 기분입니다. 저는 몇 개의 모임과 단체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원들이 좋은 말씀을 들을 수 있도록 장소와 기회를 마련한다면 시간을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버님 같은 분을 초대하면 우리 회원들도 정말 좋아할 것 같습니다.

아빠 :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시간은 내드리겠습니다. 개인의 잘잘못을 떠나서 전체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결국은 암울한 미래밖에 없습니다. 특히 정책은 잘못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갖가지로 받쳐주어야 할 국민 의식이 정책보다 더 답답한 것이 문제입니다. 이는 우리의 존엄성으로 법과 제도와 정책을 만든 것이 아니라 수입된 법과 정책에 존엄한 인간이 끌려다녔기 때문입니다.

인연과 지식과 돈과 정책이 아니라 국민 각자가 지닌 존엄성을 유기적으로 엮어서 하나씩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절대 한국은 미래가 없습니다. 돈과 지식과 정책과 예절과 전통은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존엄성보다 상위 개념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선생 : 저도 앞장서서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기회를 마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경식이는 여름 내내 아침저녁으로 테니스 교육을 받았으며 중간에 짬을 내서 드럼과 사진 기술을 배우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독서도 하며 빠듯하게 보냈다. 그리고 방학이 끝나갈 무렵 검게 그을린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다음 방학에는 동생과 무전 여행을 떠나기로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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