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과 부처는 한명씩으로 충분하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뉴턴과 부처는 한명씩으로 충분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턴과 부처는 한 명으로 충분하다

스승 : 네 이놈. 열심히 정진해야 한다고 그토록 타일렀거늘 또 게으름을 피우느냐. 몸과 마음을 부지런히 갈고 닦아야 깨우침을 얻을 것 아니냐?

제자 : 스승님. 열심히 정진하고 있는 중입니다.

스승 : 어허. 말하는 것 좀 보소. 이놈아 배를 땅에 대고 어영부영 하면서 열심히 정진한다고 둘러대다니.

제자 : 스승님. 질문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스승 : 이놈이 요즘은 내 말을 그냥 먹어버리는가 하면 엉뚱한 곳으로 화제를 돌리고 마음대로 하더구나. 좋다 네가 질문을 하겠다고 할 때도 있다니 물어보아라. 그리고 질문다운 질문이 아닐 경우에는 한꺼번에 모아서 곱절로 대가를 치러주겠다.

제자 : 부처가 되면 무엇을 하는 것입니까.

스승 :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아이구 이런 놈을 제자로 키우고 있다니......

제자 : 스승님은 뉴턴을 알고 계십니까.

스승 : 그래 만유인력의 뉴턴을 말하느냐.

제자 : 그렇습니다. 만일 제가 뉴턴과 같은 과학자가 되기 위해 사과나무 아래 누워서 사과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뉴턴의 흉내를 내고 있다면 뉴턴이 될 수 있겠습니까?

스승 : 허허 이놈이. 진리를 마치 장난말하는 것처럼 쉽고 간단하게 표현하는구나. 너는 그간에 적당히 빈둥대는 것 같았는데 언제 그렇게 대단한 생각까지 했느냐.

제자 : 뉴턴은 누군가가 시키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의 흉내를 내지 않고서도 스스로 만유인력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과학자를 지망하는 사람들이 모두 사과나무 아래로 가서 누워있다면 되겠습니까?

스승 : 어허. 그래 네 놈 말이 일리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 곧 진리구나. 그래서 열심히 정진하기 싫다는 이야기냐 아니면 배를 바닥에 대고 뒹굴면서 수행하겠다는 것이냐.

제자 : 어떤 하나의 자세나 행위나 격식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말아주시라는 부탁입니다. 더구나 바른 자세를 강조하는 정도가 아니라 강요하면서 이놈아 저놈아라고 욕까지 하신다면 도를 닦는 수행자가 일반인보다 훨씬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스승 : 그래. 내가 네 놈을 아예 내 상전으로 모시든지 해야겠다.

제자 : 스승님. 스승님께서는 정진하신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스승 : 음. 20살에 들어와서 35년이 되었구나.

제자 : 그럼. 스승님께서는 앞으로 언제까지 도를 닦으실 것이며 언제쯤 깨닫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스승 :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느냐. 그런 생각 역시 욕심이고 번뇌고 잡념이니라.

제자 : 그럼 지금부터는 저에게 수양의 형식이나 방법이나 자세를 강요하지 말아주세요. 스승님은 자기 자신도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저의 일거수 일투족을 간섭하려고 하십니까.

스승 : 절 보기 싫으면 네가 떠나면 될 것 아니냐. 아주 네 마음대로 하려고 하는구나.

제자 : 절을 보기 싫으면 떠나든 말든 그것은 제가 알아서 할 일입니다. 그리고 아직은 쫓겨난 것도 아니고 절을 떠날 생각도 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절을 보기 싫고 절을 떠나는 것은 지금의 화제와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 스승님께서는 제가 말하는 주제를 벗어나서 제가 생각해보지도 않은 절을 떠나는 것까지 앞서 나가십니까.

스승 : 내가 네놈을 데려온 것이 이렇게 뿌듯한 것은 처음이다. 네놈 말 한마디 한마디가 큰스님 못지 않구나. 오늘부터는 네가 스승을 해야 할 것 같구나.

제자 : 큰스님이나 다른 수도자들이 들으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스승 : 이놈아. 네놈 걱정이나 해라. 내가 어디 못할 말을 했냐?

제자 : 그럼 제가 오늘 드린 말씀도 스승님께서 너그럽게 이해해주신다는 말씀으로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승 : 아니. 이놈이 아직도 주제 파악을 못하는 놈 아니냐. 아니면 알면서도 교활하게 능청을 떠는 놈 아니냐. 내가 오늘 너를 이해해주는 입장이 아니라 스승으로 모시고 싶다는 이야기다.

제자 : 스승님. 제자나 스승은 사람들이 편의상 정해놓은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런 관계에 특별한 의미를 두거나 마음을 붙들어두는 것은 아니니 스승과 제자라는 형식은 일단 마음을 접어두시지요.

스승 : 오냐. 그래 알았다. 그래도 체면이라도 챙겨주니 고맙게 여기겠다.

제자 : 스승님. 그런데 왜 제 질문에 답을 안 해주시는지요.

스승 : 무슨 말이냐.

제자 : 제가 '부처가 되면 무엇을 하는 것입니까?'라고 여쭤보았습니다.

스승 : 상식으로 이야기 해주길 바라느냐. 화두를 던진 것이냐. 부처가 되면 모든 고통과 고민과 번뇌가 없어지고 해탈을 하는 것 아니겠냐.

제자 : 스승님. 이 세상에 뉴턴은 뉴턴 한 사람으로 족합니다. 똑같은 뉴턴이 또 다시 나와 본들 세상에 특별히 도움되는 것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세상에서 부처는 부처 한 사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독창적인 삶을 통해 세상과 사회와 인간에게 봉사ㆍ공헌하며 자기 가치를 발휘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막연하게 부처가 되겠다고 하는 것은 자기 목적일 뿐입니다.

다시 말해서 세상이나 사회나 인간이나 미래에 아무런 도움도 되질 않습니다. 이는 부처가 출가해 도를 깨우치고 득도해서 세상 사람들 앞으로 다시 나온 목적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오히려 부처와는 정 반대여서 부처를 욕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 5천년이 더 지나도 똑같은 부처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부처 역시 오직 부처였을 뿐 아무리 노력을 해도 저쪽 동네에 사는 바보 멍청이와 똑같을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 역시 오직 자기일 뿐 부처든 바보든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으로 끝내고 더 이상의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스승 : 음. 너는 중생들이 말하는 부처가 아니라 네 스스로 이미 부처가 되었구나.

제자 : 스승님, 나는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존엄한 인간일 뿐이며 부처가 된 것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저는 지금도 부처가 무엇인지는 똑바로 모르고 있습니다. 어쩌면 부처 자신이 아닌 바에는 어느 누구도 부처를 확인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부처를 주장하고 강조하면 세상에 어리석은 사람들과 그 어리석음을 이용해서 살아가는 사람들만 부지기수로 생겨버립니다.

나는 오직 나 자신이길 바라고 있으며 수많은 사람들도 부처가 되려는 허무맹랑한 생각보다는 순수한 인간으로서의 자기 자신에 충실하면서 사회와 세상과 인류에게 봉사하고 공헌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삶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