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진 무거운 짐보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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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진 무거운 짐보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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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적인 자기 삶이 가장 큰 진리

두 친구가 수행을 위해 길을 떠났다. 얼마 후 갈림길이 나왔다. 한 친구가 갈림길에서 서로 다른 길로 헤어질 것을 제안했다.

갑식 : 기왕에 길을 나선 것 서로 헤어져서 공부하는 것이 어떻겠나.

을식 : 나도 방금 그렇게 생각했네. 그럼 앞으로 10년 후 오늘 이 시간에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나세.

갑식 : 그래. 건강하게 지내다가 다시 만나길 바라네.

(이렇게 두 사람은 헤어졌다. 그리고 어느덧 10년이 흐른 뒤 두 사람이 다시 만났다. 서로를 궁금하게 생각하며 10년 전에 왔던 길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그 때 시냇물이 눈앞에 나타났다. 마치 장대비가 그친 터라 물이 불어서 빠른 물살이 흐르고 있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잠시 쉬었다 건너기로 했다. 그런데 휴식이 끝나갈 무렵 예쁘장한 여인네가 시냇물로 다가왔다. 여인은 얇은 모시 적삼 옷에 빗물이 젖어서 하얀 속살이 거의 드러난 상태였다. 이윽고 여인이 두 사람에게 말을 건넸다.)

여인 : 제가 이 곳을 건너야 하는데 좀 도와주시지요.

갑식 : 물이 깊지 않은 저 아래쪽으로 내려가서 건너세요.

을식 : (벌떡 일어나더니) 아니 괜찮습니다. 우리도 건너려던 참이니 내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내 등에 업히세요.(엉거주춤 등을 내밀자)

여인 : (약간 당황하는 기색으로 얼굴이 붉어지면서) 감사합니다.

(여인이 을식이의 등에 업혔다. 거의 속살이 드러난 여자의 앞가슴이 을식이의 등에 찰싹 달라붙어서인지 옆으로 밀려 터질 것처럼 부풀어올랐다. 그리고 개울을 건널 때는 불어난 물이 무서운지 여인네는 을식이의 등을 더욱 힘껏 껴안았다. 갑식이는 친구 을식이와 여인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 한쪽이 편하지 않았다. 이렇게 세 사람은 시냇물을 건넜다. 그리고 여인은 감사하다면서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은혜를 갚겠다고 연락처를 물었다. 을식이는 친절하고 상냥하게 가르쳐주었다. 그러나 갑식이는 친구 을식이를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원래부터 친구 을식이는 여자를 좋아했고 여자들도 을식이를 잘 따랐다. 그런데 무려 10년이나 도를 닦고 나와서도 여자를 만나자마자 그토록 반겨하며 받아들인 것이다. 두 사람은 그렇게 길을 걷다가 해가 산등성이에 걸치자 주막 암자에 짐을 풀었다. 그리고 을식이가 갑식이에게 물었다.)

을식 : 어이 갑식이. 그간에 어떻게 지냈는가. 세상은 어떻던가.

갑식 : 을식이 자네는 어떠했는가.

을식 : 나는 참으로 많은 깨우침을 얻었다네. 다 자네 덕분이네.

갑식 :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섭섭하게 듣지는 말게. 자네는 옛날에도 여자를 보면 책도 공부도 마다하고 유별나게 좋아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10년이나 도를 닦았음에도 오늘처럼 여자를 반기니 참으로 걱정스럽네. 그런 자네와 내가 10년 수행에 대해 이야기가 가능할까 싶네.

을식 : (잠시 침묵이 흐른 뒤)어이. 갑식이. 나는 그 여인을 개울가에서 업어서 개울을 건너서 내려주었네. 그런데 자네는 그 여인을 나와 함께 업었다가 지금까지도 업고 있었구만.

갑식 : (......)

을식 : 자네가 방금 나에게 말한 내용을 지적해보겠네. 자네는 나에 대한 과거 선입견이나 편견을 여전히 가지고 있네. 또한 내가 자네보다 못하다는 자기 판단과 선입견에 묶여있네. 심지어 내가 10년 전과 똑같거나 오히려 10년 전보다도 못할 수 있다는 무의식적인 불신과 무시까지 내재되었네. 다시 말해서 자네는 10년을 수행했지만 나는 더욱 타락했다는 이야기와 같네. 더욱 분명한 것은 나를 자네 이상으로 존중하거나 믿어주려는 마음은 아예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는 사실이네.

지금 내 이야기 또한 자네가 방금 나에게 저질렀던 똑같은 오류를 범한 것은 아닌가 싶네. 하지만 만일 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자네는 세상 진리에 대한 관심과 세상에 대한 대화보다는 자네의 근본 마음과 근본의 뿌리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하네.(잠시 서로 침묵이 흐르다가. 다시 을식이가 입을 열었다.)

을식 : 그간 내가 깨우친 바를 말해보겠네. 세상의 진리는 무한하고 끝이 없어서 개인적인 상상이나 능력으로는 접근할 수가 없었네. 특히 개인적인 목적으로 이치를 구한다든지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깨우쳤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이미 남들이 지나간 삶을 무심결 되풀이하다가 허망하게 끝났다고 생각했네. 특히 많은 사람들이 독립적이고 독창적인 자기 인생을 찾고 개발하지 못한 채 남들이 세워놓은 진리나 주장을 쉽게 모방해서 뒤따르다가 스스로 무기력해져서 귀중한 시간과 정신과 인생을 망쳐왔다는 점이네.

갑식 : 나는 우리가 헤어진 10년 동안 풀지 못한 실마리들을 자네 이야기를 들으면서 순간에 깨달았네. 감히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로 자네는 정말 대단하네. 앞으로도 많은 가르침 부탁하겠네.

을식 : 우리는 아직도 갈 길이 멀지 않은가. 따라서 고차원의 진리는 놓아두더라도 일단 어리석음을 벗기 위해서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기회라도 마련해주기 위해서 개인적인 열등감과 자존심 그리고 이해관계나 잘잘못이나 무의미한 도나 진리에 머물러서 안절부절 구애받지 말고 냉정하게 경험하며 서로 대화하세. 자네가 나를 만나서 느꼈던 점을 숨기지 않고 진실하게 표현해준 것을 고맙게 생각하네. 이제 하찮은 것들에 붙잡히지 말고 세상 모든 것을 순수하게 인정하고 그대로 존중하며 살아갔으면 하고 생각하네.

갑식 : 그래. 우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하네. 하지만 이후로도 내가 부족하거나 미치지 못한 점이 있으면 지금처럼 솔직하게 표현해주기 바라네.

을식 : 여부가 있겠나. (두 사람은 밤새도록 10년 세월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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