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성을 말한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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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성을 말한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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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3] 어린 엄마들의 육아일기

최근 들어 미혼모들이 급증하기 시작하면서 그녀들만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이 온라인상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사회적 관심의 바깥에서 소외되어 온 이들의 보금자리가 이제 어느 정도의 인프라를 구축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그들끼리 모여 만든 보금자리일뿐, 어느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미혼모들과 버려질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고 있다. 이 슬픈 현실의 대열에 선 어린 아이는 화장실에 아이를 버렸는가하면, 하혈을 하면서까지 아이를 버리러 가다가 쓰러지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어린 아이도 아닌, 엄마도 아닌 '어린 엄마'들로 사회에 남겨졌다.

청소년의 성문제는 몇몇 공신력있는 상담단체의 자료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교육부는 오직 청소년들의 성적과 대학만을 위해 존재하고 있고, 청소년보호위원회는 곧 있을 성범죄자 신상 공개에만 혈안이 되어있다. 때문에 청소년의 성문제와 관련한 자세한 자료 및 사례는 미혼모의 집과 같은 단체들을 통해야만 들을 수 있었다.

이만큼 청소년의 성문제에 대하여 무지한 정부는 청소년들에게도 무지한 성지식만을 안겨주었다. 어린 엄마로 불려야했던 소녀들은 겁이 나, 아기를 팔거나 버리는 행위로 힘들게 낳은 자신의 생명을 져버려야했다. 처음으로 품에 안긴 아기는 어린 엄마의 작은 품안에 다 들어오지 못할만큼 버거운 존재였다.

청소년들은 누구에게도 상담해보지도 못 하고 '스스로 판단해야한다'고 믿고 있다. 성인이 된 미혼모들조차 임신에 대해 쉽게 털어놓지 못 하는 현실이니, 어린 청소년들에게는 얼마나 큰 혼란이겠는가? 막상 출산을 하더라도 이들이 돌아갈 수 있는 곳은 극히 한정적이다.

이제 포화상태인 미혼모의 집도 이들에게 평생의 안정을 안겨줄 수 없고, 사랑스러운 아기와의 삶을 보장해 줄 수 없다. 단지 잠깐동안 이들의 삶이 다시 안정적이 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뿐, 어린 엄마들은 미혼모의 집에서 아기와 사는 방법이 아닌, 헤어져야 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한 인터넷 포탈 사이트가 운영하는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많은 미혼모들의 사연 중 유독 눈에 띄는 것은 18, 19살의 어린 엄마들의 사연이다. 학교에서 한참 또래의 친구들과 연예인 이야기를 하거나, 부모님이 아침에 한 잔소리를 얘기해야 할 나이에 이 소녀들은 “아기의 분유값이 걱정되서 키울 수가 없다”고 털어놓는다.

어른들이 아는 뉴스 속 세상의 소녀들은 극히 일부분이고, 생각의 끝까지 다다른 순간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아기를 보내고 그리워 견딜 수가 없다. 자꾸 우는 소리가 들린다.” 라며 얼마나 괴로운지 그 심정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밤마다 꿈에 자신이 낳은 아기가 보채고 잠깐동안 안아봤던 손과 그 숨결을 잊지 못하고 잠을 설치는 것이 어린 엄마들이 보듬고 있는 현실이다.

어린 엄마들은 오늘도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 장의 일기를 남긴다. “아기의 숨소리가 귓가에 맴돌아서 .... 한번만 더 안아보고 싶은데.. 아가야, 미안하다. 그래도 엄마는 너를 사랑했어. 너에게 엄마라고 불리기도 미안할 뿐이야.. 하지만, 아가, 내 아가...”

어린 엄마들의 일기는 결코 끝맺음 말이 없다. 중얼거리듯 반복하는 아가, 아가... 이름조차 짓지 못 하고 떠나보낸 핏줄에게 엄마는 영원히 아가라고밖에 부를 수 없을 것이다. 엄마라고 불리기조차 미안했던 마음과 사랑한 마음이 누군가는 모순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너무 어린 나이의 엄마는 정부의 품에서 버려져나간 또 하나의 아가들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세상의 아가들은 버려지고 있고, 한국의 어린 엄마들은 눈물흘리며 일기장을 펼친다. 미안하다는 말과 사랑하다는 말, 그리고 이름없는 아가를 반복하듯 써내려가는 엄마의 육아일기는 영원히 묻지 못할 그리움이 끝없이 펄럭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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