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무슨 생각으로 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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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무슨 생각으로 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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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수입차는 돈이 있어도 구입 꺼려...이젠 수입차 가격 부담 없어져

올해 수입차의 판매량이 처음으로 전체 승용차(RV포함)의 10%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다음 차로는 수입차를 사겠다는 구입의사도 15%를 돌파했다.

수입차의 구입과 유지비용에 대한 생각도 크게 바뀌었다. 과거에는 돈이 충분히 있더라도 ‘수입차 사도 괜찮아?’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최근에는 ‘국산차 살 돈이면 살 수 있는 수입차’로 바뀌고 있다.

수입차의 판매량과 소비자의 구입의향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왜 수입차를 사려 하고, 실제 사고, 사려다가 포기하는 이유를 보면 뚜렷한 추이가 있다.

자동차전문 리서치회사인 마케팅인사이트(대표 김진국)가 지난 10년간(2003~2012년) 소비자들의 수입차 구입의향을 분석했다. 소비자의 수입차에 대한 태도는 3단계를 거쳐 변화해 왔으며, 다시 중요한 변화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그림1].

[그림1] 수입차 판매 점유율과 수입차 구매의향률

 
경계기

2000년대 중반까지 소비자들은 수입차를 소유하는 것에 대해 어떤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수입차를 사면 예상 못한 불이익을 당하거나, 남들이 부정적으로 본다든가, 비싼 가격과 유지비로 곤란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따라서 돈이 있더라도 함부로 구입해서는 안 될 위험물건과 같았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자유 전문직이면서 동시에 용기와 모험심을 갖춘 소수의 얼리어답터들만이 수입차를 살 수 있었다. 이들만이 희소가치를 누릴 수 있었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들에게 행여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는지 지켜봤다.

수용기

수입차 구입의향률은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07년 11.5%, ‘08년 14.1%로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두려움을 무릅쓰고 수입차를 구입한 얼리어답터들에게 어떤 문제도 생기지 않자, 많은 사람들이 안도하고 관심을 갖게 된다.

많은 팔로워들이 생기고, 수입차는 위험한 물건에서 돈만 있다면 누구라도 살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으로 탈바꿈한다. 구입자들은 수입차의 희소성, 브랜드 명성, 이국적인 디자인, 탁월한 성능, 그리고 안전성 등을 내세우면서 자신들의 선택을 정당화했다.

이에 더해 예상보다 높지 않은 가격과 유지비에 만족하며 현명한 소비임을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도 돈만 있다면 수입차를 사겠다며 동경하게 되었으나, 2008년 말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다.

비교기

2009년 금융위기가 가라앉자 수입차 판매와 구입의향도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다. 매년 0.7~0.9%p씩 증가하던 판매점유율은 2010년 2%p로 급등하고, 금년에도 같은 수준의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이면에는 수입차의 가격파괴가 있다.

몇몇 수입차들은 가격을 파격적으로 인하하며, 수입차가 비싸지 않다는 것을 강조했다. 반면 국산차들은 2010년과 2011년 역사상 가장 많은 신차를 출시하면서 여러 모델에서 10% 이상의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다단계 옵션을 제시하며 더 큰 지출을 요구했다. 수입차가 가격을 낮추며 가격경쟁을 하자는데 국산차는 가격을 올리며 맞불을 놓았다.

이는 소비자들의 판단 기준을 통째로 바꾸어 놓았다. 2000년대 초에는 돈이 ‘있어도’ 구입에 신중해야 했지만, 중반에는 돈만 ‘있다면’ 누구나 갖고 싶은 차가 되었고, 2010년에 들어서는 큰 돈이 ‘없어도’ 국산차 살 돈이면 살 수 있는 차가 되었다.

수입차를 사는 데 있어 ‘돈이 있다면’이라는 필요충분조건이 사라지고, ‘차가 필요하다면’이라는 요구만이 남게 되었다. 돈 앞에 국산차와 수입차는 평등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소비자의 판단의 중심이 수입차에서 국산차로 옮겨갔다. ‘돈이 있다면’ 시대에는 수입차와 국산차를 비교하며 수입차의 장점, 즉 돈을 더 내야 하는 이유를 찾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돈이 없어도’ 시대에는 어차피 같은 가격인데 ‘꼭 국산차를 사야 해?’ 회의하며 국산차의 장점을 확인하려는 경향이 있다.

‘국산차가 더 싸고 품질 좋은가?’, ‘국산차가 보증조건이 좋고, A/S 좋고, 소비자에게 잘 해주나?’ 하며 비판적 비교를 하고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국산차를 사야 하는 합리적인 이유를 찾고 있다.

‘수입차가 국산차보다 비싸지 않고, 품질도 A/S도 좋고, 만족도도 높다’는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퍼트리는 사람들이 있다. 나아가 ‘국산차는 소비자를 봉으로 알고, 역차별하고 있다’고 부추기는 사람들도 있다. 주로 수입차 보유자들이다.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를 경험한 사람들이 국산차만을 써 본 사람들에게 수입차가 더 낫다고 설득하고 있다. 독일-일본에 가 본 사람들이 가 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독일-일본 가보니 좋더라’고 이야기 하는 격이다. 국산차만을 경험한 사람들은 이에 대해 할 말이 없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수입차가 비싸지 않고, 더 좋으며, 고객에게 더 잘해준다’고 믿게 된다면 수입차 상승세는 더 큰 추진력을 얻을 것이다. 국산차는 시장을 지키기가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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