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Reality)이란 무엇인가(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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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Reality)이란 무엇인가(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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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물질 : 물질은 진짜 있는 것인가 ?

아래 글은 얀 웨스터호프(Jan Westerhoff)의 글로 그는 영국의 더럼(Durham) 대학 및 런던 SOAS(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동양 및 아프리카학 연구학교)의 철학자이며, '현실(실제)에 대한 매우 간단한 소개'란 뜻의 저서 'Reality: A very short introduction'(옥스퍼드 대학 출판사, 2011)의 저자이다. 앞으로 8차례에 나눠 발췌 정리해 보겠다<필자 주>

글의 순서 :

1. 정의
2. 입자물리학 표준모델: 모든 것의 기반
3. 물질: 물질은 진짜 있는 것인가?
4. 수학: 모든 것은 수로 이루어진 것인가?
5. 정보 이론: 정보의 세계
6. 의식: 우리에게 어떻게 의식이 들어온 것일까?
7. 인식론: 현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8. 시뮬레이션: 미래

 
아침에 일어나면 당신은 엊저녁에 떠났던 그 세상을 다시 발견한다. 당신은 여전히 당신이고 일어난 그 방은 잠들던 그 방이다. 바깥세상도 다시 재편된 것 같지는 않다. 역사는 변하지 않았고 미래도 여전히 알 수 없다. 달리 말하자면, 당신은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현실이란 무엇인가? 깊이 파고들수록 현실을 이해하기란 더욱 어려워진다. 우리 주변의 세상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여행을 떠나 보자. 먼저 현실의 정의를 내리는 것으로 시작하여, 마지막은 현실이 무엇이든 간에 당신이 그러리라 여기는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으로 끝맺을 것이다. 어쨌거나 놀라지 마시기를!

물질 : 물질은 진짜 있는 것인가?

 
물리적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증명하기는 상대적으로 쉽다. 그러나 그 반대로 존재하는 것을 증명하기는 훨씬 어렵다.

일상에서 접하는 객체들의 세계보다 더 현실적으로 여겨지는 것들은 없지만, 사물은 '눈에 보이는 그것들'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간단한 실험을 이용하여 물리적 현실을 우리가 직감적으로 이해하는 데 커다란 빈틈이 있음을 밝힐 수 있다. 그리고 매우 독특하고 때로는 매우 놀랍기도 한 이론들에 대해 알아 보자.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실험이다. 보통의 탁상용 램프와 점차 작아지는 식으로 작은 구멍을 하나씩 뚫은 마분지들, 그리고 흰 벽이나 프로젝션용 스크린을 준비한다. 준비가 되었으면 벽과 램프 사이에 구멍이 뚫린 마분지를 한 장 두면 빛이 마분지 구멍을 지나면서 생기는 밝은 패턴을 볼 수 있다. 다음에는 중간에 있는 마분지를 점차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마분지들로 대체해 나간다. 그러면 스크린에 나타나는 패턴이 점점 작아지는데, 그러나 특정 사이즈에 달하면 벽에는 활쏘기 과녁처럼 중앙의 작은 점과 밝고 어두운 원들로 구성된 일련의 동심원들이 생겨난다. 이것을 "에어리 패턴"(Airy pattern, 위 그림)이라 하는데 빛이 작은 구멍을 통과할 때 나타나는 특성이다.

원래 이것은 매우 놀라운 것이다. 결국 빛이 파동인 것을 우리는 알고 있으며, 따라서 빛은 파동 같은 움직임을 보여야만 한다.

그러나 실험 준비를 약간 달리 해놓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고려해 보자. 램프 대신에 구형 TV에서처럼 전자를 발사하는 디바이스를 사용한다. 벽면 대신에 전자가 두드릴 때 빛이 나도록 인광물질이 코팅된 유리판을 사용한다. 따라서 이제는 유리판 스크린을 이용하여 전자가 어느 곳에 부딪히는지 추적할 수 있다. 결과는 비슷하다. 충분히 작은 구멍을 지날 때 에어리 패턴이 나타난다.

얼핏 보면 이상하지 않은가? 전자는 입자라서 어느 한 곳의 정확한 위치에 놓이며 둘로 나누어지지 않아야 한다. 그럼에도 전자는 파동처럼 행동하여 공간상에 퍼져 나갈 수 있으며, 그 결과는 인광물질이 코팅된 유리판상에서 섬광 형태로 눈으로 볼 수 있으며, 서로 만날 때는 중첩까지 되는 것이다.

아마도 이는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물도 분자로 구성되지만, 파동처럼 행동하지 않는가? 에어리 패턴은 물 분자든 전자든 충분한 수의 입자들이 함께 할 경우에 나타나는 현상일지 모른다.

그러나 다시 실험을 간단히 변형하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가령 전자총의 출력을 분당 전자 단 한 개로까지 줄여보자. 에어리 패턴은 사라지고 우리가 보는 것은 매분 한 번씩의 작은 섬광이다. 이 상태로 각각의 섬광을 기록하면서 한동안 그냥 놔둬보자. 그러면 우리는 나중에 수천 개의 섬광의 위치를 그릴 수 있다.

놀랍게도 우리 눈에 나타나는 그림은 점들의 무작위 분포가 아니다. 다시 에어리 패턴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 결과는 정말로 기묘한 것이다. 각각의 전자는 자신 이전이나 이후의 전자가 스크린 어느 곳에 부딪힐 지를 모르며, 화면 중앙을 설정하기 위하여 서로 교신을 할 수도 없다. 대신 각 전자는 파동처럼 구멍을 지나서 특성 패턴을 생성해야만 하며, 그리고는 마지막에 다시 입자로 돌아와 스크린 상에 섬광을 나타내는 점으로 표시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물론 유명한 양자역학의 파동-입자 이중성이다.

이 기묘한 행동은 충분히 작은 물질이면 어떤 것이든 성립한다. 전자, 중성자, 광자, 그리고 다른 기본 입자들을 포함하며, 이들 뿐만이 아니다. 버키볼처럼 현미경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큰 개체들에서도 관찰된다.

* 버키볼, buckyball. 풀러린(fullerene)을 구성하는 공 모양의 분자.

이것을 설명하기 위하여 물리학자들은 각 입자들에 파동함수를 연관시킨다. 이들 파동함수는 음파나 수면파처럼 진폭과 위상, 그리고 간섭을 포함한 보다 친숙한 파동의 성격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파동인 것이 그리 명확하지 않다. 아인슈타인은 이들의 매체를 "팬텀 필드"(phantom field, 유령의 장)라고 적절히 표현했다.

물과 같은 일반적인 매체 내에서의 파동에 대해서는 어느 위치에서든 진폭을 제곱하면 그 에너지를 계산해낼 수 있다. 그러나 파동함수는 에너지를 운반하지 않는다. 대신 어떤 점에서든 진폭의 제곱은 검지기가 입자의 위치를 관측할 수 있는 확률을 내준다. 검지기는 '인광물질로 코팅된 스크린을 두는' 관측자의 행동이다.

명확하게 스크린 상의 점은 확률 함수였던 입자가 실제 공간에서 객체로 드러나는 전환 지점이며, 바로 이 지점은 우리가 물질이 실재(현실)인가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파동함수가 붕괴하면서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인가? 입자가 매 순간 무수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을 때, 그 중의 하나가 선택되면 다른 모든 가능성들은 거부되는 것일까......

* 이곳은 방대한 양자역학의 신비한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과연 방대한 책들이 있다. 과거 '종교나 철학'(무지)이 과학을 지배했었지만, 다시 '과학'(무지)이 철학과 종교를 찾기도 한다. 시간이 된다면 들어가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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