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8시간의 브라질 축구 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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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시간의 브라질 축구 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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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 “꼬레아”

<이 기사는 기자가 한일 월드컵 이후의 브라질 축구를 직접 경험하기 위해, 지난 7월 23일부터 8월 7일까지 브라질에 축구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를 엮은 것입니다. - 기자 주>

꿈은 이루어졌다

 
   
  ^^^▲ 브라질은 축구를 이용한 직업들이 다양하다. 볼 트래핑을 하며 생계를 유지해가는 어린소년
ⓒ 신재명^^^
 
 

부푼 꿈을 간직한 채 난생 처음 밟아본 지구반대편 저쪽. 그 동안 여러 매체들을 통해 접했던 브라질축구. 하지만 항상 마음 한구석에서는 뭔가 모자란 듯한 허전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꼭 브라질축구를 직접 경험해 보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2002년 7월 23일, 마침내 그 꿈은 이루어졌다. 개인적으로 브라질축구를 좋아하고, 또 내년 초에 브라질로 '축구행정'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떠나기에 나는 부푼 꿈을 안고 브라질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일본과 미국을 경유하며 30시간의 지루한 비행을 마치고 도착한 곳은 브라질의 경제중심지 쌍파울루.

미리 마중 나와 있던 교포 공주현(20. 대학생)씨와의 첫 만남을 갖고 쌍파울루에 머무는 동안 묵게 될 그의 집으로 이동했다.

주현(편의상 존칭은 생략함)이는 1년 전 붉은악마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처음 알게 된 후로 직접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오래된 친구처럼 어색함 같은 것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브라질리그, 프로팀 방문, 유소년육성기관, 그리고 한일월드컵 당시 브라질대표팀 감독을 맡아 브라질을 월드컵 5회 우승으로 이끈 스콜라리 감독의 모교 방문 등 빡빡한 스케줄이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첫날만큼은 애써 외면하려고 했으나 시차적응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도착하자마자 취재를 시작해야 했다.

그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던 브라질 1부리그 소속팀 쌍파울루의 전용구장인 모룸비 경기장. 쌍파울루팀의 홍보부관계자 안내에 따라 경기장내부로 들어갔다. 예상했던 데로 15만명의 수용 능력만큼이나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현재 국내 모기업과 스폰서쉽을 체결중이어서 그런지 경기장 내는 온통 기업CI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다음날 쌍파울루팀과 멕시코 똘루까팀의 친선경기가 벌어졌다. 2002 브라질챔피언쉽을 앞두고 쌍파울루팀이 마련한 친선경기였다. 이날 경기는 사전에 쌍파울루팀 관계자와 취재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아 경기장 밖에서 암표상에게 10헤알(한화 3천6백원)을 지불하고 경기를 관전해야만 했다.

경기장까지 가는 교통편 사정으로 후반경기가 시작될 때서야 도착한 기자는 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빗나갔기 때문이다. 관중석에 앉아 있는 관중들은 한 눈에도 쉽게 그 수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적은 숫자였다. 15만명의 수용능력이 무의미해지는 순간이었다.

쌍파울루팀 언론담당자의 변에 따르면 사전에 경기에 대한 광고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친선경기였다는 점에서 적은 수의 관중을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렸다. 그러나 브라질축구에 능통한 전 브라질 한인축구회장의 말에 의하면 현재 브라질 경제사정이 어려운 실정이어서 그 파장이 브라질리그에까지 미치고 있기 때문에 관중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 태권도복을 입고 태권도시범을 보이고 있는 그레미우의 한 여직원
ⓒ 신재명^^^
 
 

그레미우, 메리싸, 그리고 태권도

4일간의 쌍파울루 취재를 마친 후 버스에서의 지루한 18시간. 주현이도 기자와 함께 동행을 했다. 이번에는 버스로 긴 시간을 이동 한 끝에 도착한 곳은 브라질남부의 항구도시 뽈뚜 알레그리.

'브라질의 유럽'이라 불릴 정도로 거주자의 85%가 유럽인으로 이루어져있는 뽈뚜 알레그리의 도심 곳곳에는 금발머리와 파란색의 눈동자를 가진 사람들을 쉽게 접할 수 있을 만큼 흑인과 인디오계가 주를 이루고 있는 쌍파울루와는 완전히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듣던 데로 미인도 많았다.

그곳 역시 올해 초 국제풋살대회 동행취재를 통해 알게 된 현지 축구에이전트사를 운영중인 교포 김영경 사장의 도움으로 쉽게 취재를 할 수 있었다. 김 사장 댁에서 하루를 머문 후, 근처 호텔에 남은 기간의 여장을 풀었다.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그곳에서도 취재는 곧바로 이루어졌다.

기자는 남부축구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그레미우팀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마침 내가 그레미우팀을 방문했을 때는 선수들이 포르투갈의 벤피카로 훈련을 떠나기에 앞서 연습경기가 한창이었다. 연습경기가 한창인 보조구장 주위에는 현지 언론들의 취재경쟁이 치열했다. 기자도 그 틈에 끼어 취재에 돌입했다.

그날은 보슬비가 하루 종일 내려 시야가 좋지 못했지만 선수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연습에 열심이었다. 그레미우는 쌍파울루 취재 때와는 달리 사전에 취재요청이 이루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연습경기와 선수 및 서포터 인터뷰, 경기장 시설 등을 취재하는 데는 아무런 제약 없이 팀 관계자의 친절한 안내로 쉽게 취재를 마칠 수 있었다.

그레미우 팀의 취재 중 재미있는 일이 한가지 있었다. 팀 직원 가운데 유독 한국을 좋아하는 여직원이 한 명 있었는데 취재와는 상관이 없는 내용이지만 그 당시 너무 재미있어서 한번 소개해 볼까 한다.

기자가 구단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기자가 구단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접한 그 여직원은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오른쪽 종아리에 '메리싸'라고 한글로 새긴 문신(어떤 이유에서 새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남자친구가 한국인이 아니었나 짐작된다. 현지 교포의 말에 따르면 브라질 여자들에게 있어서 한국남자는 '최고의 남자'라고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을 자랑하는가 하면 그 다음에는 태권도복을 입고 나타나 태권도시범을 보여주는 등 한국에 대한 사랑이 정말 대단한 듯 했다.

모든 취재가 끝난 마지막에는 팀 관계자의 안내로 난생처음 버튼축구라는 것을 접할 수가 있었다. 두 명에서도 즐길 수 있는 축구게임으로 현재 브라질에서는 그 이용인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버튼축구에 대한 내용은 관련기사 '브라질은 지금 버튼축구 열풍' 기사를 참조하기 바란다.

인떼르 나셔나우, 뽀뿔랑, 그리고 대한민국

 
   
  ^^^▲ 인떼르 나셔나우 '꼴로라도' 응원단의 집행부
ⓒ 신재명^^^
 
 

브라질리그에서 '뽀뿔랑(시민구단)'이라 불리는 인떼르 나셔나우 팀을 취재하기 위해 홈구장 '베이라 히우'로 향했다. 그레미우 홈구장에서 택시로 약 7분 정도 떨어진 이곳은 강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산책 나온 시민들이 많은 곳이었다.

사실 뽈뚜 알레그리가 항구도시라고는 하지만 바다와의 거리는 100Km나 떨어져 있는 곳이다. 그런데 강의 규모가 너무 방대해 항구의 역할까지 하다 보니 항구도시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인떼르 나셔나우에 도착해 처음 찾아간 곳은 홍보부 사무실.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백발의 노(老)직원이 기자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지긋하게 나이든 그의 인상이 잔뜩 긴장하고 있던 기자를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한결 마음이 편해진 기자는 그 노직원의 안내를 따라 팀 곳곳을 취재하기 시작했다.

박물관, 도서관, 실내체육관, 그리고 홈구장 내부 등 관련시설에 대한 설명도 친절하게 들을 수 있었다. 홈구장에는 마침 1부리그 소속 선수들의 연습경기가 막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필드에는 그레미우의 연습경기 때와 마찬가지로 언론사들의 취재열기가 후끈 달아올라 있었는데 한국 프로축구팀들의 연습경기 때의 조용한 모습과는 완전히 대조적임을 알 수 있었다. 이날 연습경기는 다음날 벌어질 2부리그 소속 끄리씨우마 팀과의 친선경기를 앞두고 실시된 것이었다. 첫째 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둘째 날이 밝았다. 나는 묶고 있는 호텔에서 취재준비를 갖춘 후 친선경기가 열리는 베이라 히우로 향했다. 인떼르 나셔나우의 홈구장에 들어선 후 필드와 2층 기자석을 오가며 취재에 돌입했다. 경기가 막바지에 다다르자 기자는 관중들의 응원장면을 취재하기 위해 관중석으로 이동했다.

대한민국 국민임이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 관중석에 들어선 순간 이곳 저곳에서 미리 짜기라도 한 듯 '대~한민국'과 '꼬레아'를 외쳐대기 시작한 것이다. 순간 온몸에서 소름이 돋았다. 브라질 국민들은 지난 한일월드컵에서의 대한민국을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대한민국이 최고라는 말에 기자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졌다.

관중석의 응원장면을 취재하던 중 '몽키스'라 불리는 인떼르 나셔나우 서포터의 한 남자회원이 반갑다면서 자신이 입고 있던 서포터의 티셔츠를 선물로 건네주었다. 나는 고맙다고 답한 후 그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헤어졌다.

모든 취재를 마친 기자는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관중들 틈에 끼어 경기장을 벗어났다. 경기장 밖에 나오자 하늘은 벌써 짖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고, 그렇게 408시간의 브라질축구 취재는 서서히 막을 내려가고 있었다.

축구왕국, 브라질

뽈뚜 알레그리에서의 모든 취재를 마친 후 쌍파울루로 향했다. 브라질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그 동안 취재에 도움주신 분들께 작별인사를 건냈다. 그리고내가 처음 발을 디뎠던 쌍파울루 공항으로 다시 향했다. 기자는 공항대기실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기다리던 중 우연히 호나우두(레알 마드리드)를 만날 수 있었다. 한일월드컵 이후 두번째 만남이었다.

비행기 내에서 읽을 법한 잡지들을 고르고 있었다. 잠시 고국에 돌아와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소속팀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우리는 가볍게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그런데 아쉽게도 한일월드컵 때의 멋진(?) 헤어스타일은 온데간데 없었고 예전의 빛나던 대머리로 다시 돌아와 있었다. 개인적으로 한일월드컵 때의 그 헤어스타일이 더 마음에 들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아무튼 브라질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기자는 무사히 자랑스런 조국 대한민국으로 돌아왔다.

나에게 있어서 축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는 단연 브라질이다. 408시간의 짧은 취재기간이었지만 브라질축구의 힘을 조금이나마 직접 접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아 개인적으로도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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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ghGuy 2003-01-08 05:34:23
"오 마이 뉴스"에 실린 기사랑 똑 같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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