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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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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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미련함이 필요합니다

^^^▲ 영화 <터미널> 포스터^^^
스필버그가 감독했고 톰 행크스가 주연으로 나온다기에 영화 <터미널>을 보았습니다. 투자한 시간을 뽑고도 남을 만큼 재미도 있었고 내용도 좋았습니다. 더구나 영화의 모델이 되는 실존 인물이 프랑스 드골 공항에서 살고 있다는 현실감이 영화 내용에 대한 신뢰를 보장해 주었습니다. 톰 행크스의 편안한 연기력 또한 보기에 좋았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미국 JFK 공항 안에서 살게 된 빅터 나보스키입니다. 나보스키는 동유럽의 크로코지아에서 온 사내입니다. 그런데 공항에 도착하던 날 그의 조국에선 쿠데타가 일어났습니다. 빅터는 조국으로 돌아 갈 수도, 공항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무국적자가 돼 버렸습니다. 쉽게 일어나기 힘든 별난 상황을 견디면서 빅터는 9달 동안 공항 안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영화 속에서 여러 가지를 보았는데 특히 삶에 대한 긍정을 보았습니다. 영어라고는 '땡큐'밖에 모르고, 가지고 있는 돈도 없는 빅터가 어떻게 공항에서 굶어 죽지 않고 살아 남았는지, 그리고 공항에 근무하는 다른 사람들과 언제 그렇고 그런 인간 관계를 맺었는지를 설명해 주는 것은 '삶에 대한 빅터의 자세'입니다.

삶을 긍정한다는 것은 삶을 있는 그대로 본다는 뜻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을 보려고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 눈에 들기 위해서 애교를 부리진 않습니다. 너무나 무뚝뚝하게 우리를 외면해 버리지요. 그런데도 빅터는 삶과 친해지려고 무진장 애를 쓰더군요.

빅터가 살아 남는 방법은 '수단'과 '잔재주'가 아니었습니다. 그가 가진 것은 답답할 정도의 성실함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공항 소장의 음모에 빠져서 도망가다가 잡혀서 감옥에 갔을 겁니다. 엉덩이에 뿔난 인생들은 모든 것을 자기 수준에서 계획합니다. 그러나 성실한 사람은 하늘이 돕는가 봅니다. 빅터는 소장이 설치한 덫에 걸려 들지 않았습니다. 도망 갈 길을 열어 주어도 빠져나가지 않는 '미련함'이야 말로 빅터가 가진 유일한 재산이었습니다.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이 영화는 빅터와 주변 사람들이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해 줍니다. 그는 공항 요리사를 도와서 사랑의 끈을 묶어 주기도 하고, 자신처럼 어려운 처지에 속한 동유럽인을 도와 주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공항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의 신뢰를 한몸에 받게 됩니다. 우리가 이 영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은 빅터와 같은 사람이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나는 그렇게 살지는 못해도 어딘가에 빅터같이 좋은 사람이 반드시 있을 거라는 '믿음'말입니다.

영화는 통속적인 멜로물과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빅터와 아멜리아의 만남이 터미널의 행복한 결말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기다리고 있나요?"
"바로 당신입니다. 아멜리아"

이런 멋진 대사에도 불구하고 '바로 당신(아멜리아)'과 빅터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대신에 빅터는 더 많은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빅터를 위해서 공항 출입구를 열어 준 경찰관과 거대한 비행기 앞에 빗자루 하나 달랑 들고 맞서 싸우려는 인도 출신 청소부. 정말 마음까지 개운해지는 영화였습니다.

상영시간이 2시간이 넘는 긴 영화였습니다. 재미있게 보았는데 영화의 결말이 좀 시시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빅터가 손에 쥔 것은 재즈 연주자의 친필 사인 한장이었습니다. 겨우 한장.

그러나 생각을 고쳐 보면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끄트머리는 언제나 비슷합니다. 영원한 젊음도 없고 죽음 없는 삶도 없습니다. 그러나 보람 있는 삶, 언제나 기억하고픈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갈 수는 있습니다. 신(神)으로 살 수 없다면 정말 인간답게 사는 게 뭔가를 찾아 보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터미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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