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듯 땀을 흘리고 이번엔 '얼음방'으로 들어갔지요. 마치 에스키모인들이 산다는 이글루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더군요. 다음엔 '산소방'에 들어갔더니 온통 취침하는 사람들이었기에 얼른 나왔습니다.
널찍한 휴게실로 나와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일단의 가족들이 모여서 계란을 까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아빠와 엄마에 대여섯살 먹은 꼬마까지 어우러져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노라니 새삼 '찜질방이 아니었더라면 언감생심 남녀가 어찌 같은 목욕탕 (찜질방의 본질은 목욕탕이니까요) 에 함께 들어올 생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찜질방의 청소년 탈선 등이 문제가 된다 하여 정부가 찜질방에 남녀 장벽을 다시 도입할 계획을 밝히고 있어 여론의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저도 찜질방에 자주 가는 편이지만 사실 청소년 탈선 따위는 아직 보지 못 했습니다. 물론 일부 그러한 추태가 없지는 않았다손 쳐도 여하튼 찜질방에 대한 규제 움직임엔 반대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온 가족이 함께 목욕하던 접촉형 문화 전통이 가정 말고는 별도로 없었습니다. 다행히 그 공간을 유일하게 만들어 준 곳이 바로 찜질방입니다.
목욕을 광적으로 즐긴다는 일본인들도 한국 관광코스에서 우리의 찜질방 문화를 으뜸으로 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예로부터 구들 문화에 익숙한 민족입니다. 하여 뜨거운 바닥에 몸을 지지는 것을 좋아하며 그렇게 잠을 자야만 이튿날 몸도 개운함을 느끼는 민족입니다.
작금 찜질방은 가사노동에 찌든 부녀자들은 물론이요, 일과 술에 지친 직장인도, 또한 남녀노소 누구라도 편히 쉴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돈 없는 서민들이 불과 4~5천원에 이처럼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곳이 찜찔방 말고 또 있을까요?
어떤 사물을 바라볼 때 부정적으로 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반대로 긍정적으로 보면 조금의 부정적인 모습은 쉬 간과되기 마련입니다. 서민의 사랑을 듬뿍 받고있는 찜질방에 대한 정부의 간섭 기도는 배제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설가 이외수 선생은 자신의 저서 '뼈'에서 이렇게 일갈하고 있습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우리는 바람이나 달빛이나 물소리도 될 수 있지만 매연이나 어둠이나 소음이 될 수도 있다, 그건 바로 사랑(긍정)하는 마음을 갖고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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