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가 난무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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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가 난무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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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TV에 방영되는 닉슨의 꼴사나운 패러디 얼굴을 보고

미국에 처음으로 갔다가 텔레비전에서 여과 없이 방영되는 닉슨의 꼴사나운 패러디 얼굴을 보고 미국이라는 나라가 정말로 자유분방한 국가이고 저렇게 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동경하며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 나라에서도 오래 전서부터 그런 패러디가 아무 제한 없이 인터넷에 올려져서 신기하기도 하지만 어처구니없기도 하게 되어서 격세지감을 느끼게 되었다. 아마도 그것은 내가 나이를 먹어가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원내 패러디(parody)의 원조는 고대 그리스의 히포낙스가 시조라고 한다. 진지한 문학작품의 표현, 문체 등을 모방하여서 익살, 풍자효과를 기대하는 문학형식이다. 그런데 요즘은 문학보다는 회화 쪽에 더 많이 나타나고 인터넷의 발전으로 영상의 조합기술까지 발전되어서 여러 가지 형상을 만들어 내서 웃지 못할 촌극들이 벌어지는데 놀라게 된다. 예전에는 생각도 못하던 일들이다.

인간은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지만 요즘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보인다. 동물처럼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을 바른 세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길거리를 안심하고 걸을 수도 없고 안심하고 먹을 음식이 없다. 누구에게 함부로 말하기도 겁나서, 서로가 불신하며,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며 산다.

어쩌다가 그렇게 변했는지 모르지만 세상이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 혹자들은 영상매체와 컴퓨터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말하고 진보문화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자기의 상실이고 가치의 혼돈"이다.

모든 것에 정답이 없는 세상이 되었다. 옳고 그름의 판단이 서지 않는 문제들이 많아졌다. 가치가 혼돈 되어서 이제 모든 것에 대한 정답이 없고 대답을 내려도 반대의 모순이 생기는 세상이다. 한쪽이 옳으면 반대쪽은 틀리다고 하는 충돌의 상반개념이 늘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생각하고 행동하기가 어렵다. OX처럼 되지도 않고 옳은 답을 알아내고 그에 맞게 행동할 수도 없다. 그래서 모든 문제들이 서로 충돌한다. 내가서있는 쪽이 옳다고 주장하면 충돌이 생겨서 입을 다물어야 하고 상대의 과격한 행동을 알면서도 나서지 못하는 용기 부족의 인간으로 변해 간다.

그러한 충돌은 이제 정치경제 사회문화 모든 것에 상존 하고 대립한다. 그래서 서로가 눈을 크게 부릅뜨고 서로를 감시하며 산다. 많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가 승리하고 참는 자가 복을 받는다는 가치관도 이제 흔들리고 있다. 참지 못하는 자가 성공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생각하면 할수록 용기가 없는 자가 되어서, 그냥 있는 대로 받아 드리고 사는 것도 바보 같아 보인다. 회색지대에 우리 모두가 발가벗고 누어 있는 꼴이다.

뉴턴은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을 발견했지만 지금은 그런 원리 자체가 부정을 당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담이 사과를 따먹어서 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부정하고 눈에 보이는 현상만 이해하면 되는 세상처럼 보인다.

그 내면 속에 있는 것은 없어 보이기 때문에 그런 누를 범하고 살아도 되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복잡한 것이 싫다. 잘난 사람도 싫고, 못난 사람도 싫다. 그저 모든 것이 적당해야 한다. 나보다 먼저 가는 것도 싫고 뒤쫓아오는 것도 싫다. 그래서 잘난 주인공이 나오는 007영화를 보기 싫고, 나보다 잘난 '얼짱' 이라면 그저 욕을 해대야 화가 풀린다.

그게 요즘 세상 돌아가는 일인 것처럼 보인다. 모두가 잘나고 못 참아서 싸우고 이겨야 직성이 풀리고 내편이 아니면 모두 적이다.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도 싫고, 어려운 것도 싫으며, 내가 좋으면 그만 이라는 것이 전부다.

그래서 새로운 창조는 없고 모두가 모방과 흉내내기가 전부인 세상이 되었다. 그게 우리가 사는 지금의 세상이라면, 그것을 어떻게 '데카르트'의 말처럼 생각하고 사는 세상으로 바꿀지를 생각해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인간이 갖고 있는 풍부한 사유와 그에 따른 행동이 새로운 것을 창출할 수가 있지만 그렇지 못해서 우리 모두가 서로를 부정하고 산다. 어찌된 일인지 일만 하고 패러디를 모르는 개미가 이제 부러워 보인다. 이제 제발 우리 모두가 생각 좀 하고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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