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법안까지 정비되어 '주 5일 근무제'가 날로 확산일로에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토요일, 그러니까 '정상적인' 직장인들이라면 오늘 같은 토요일은 법적으로도 규정된 휴일일 터.
하지만 저와 같은 범부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그야말로 '화중지병'입니다. 하여 오늘도 저는 출근을 위해 오전 6시 반에 여고생 딸과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집을 나와 버스정류장 지척엔 인력센터가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도 경기불황의 암운이 여전하다 보니 이른바 '하루 벌어 하루 먹는' 건설현장의 일용 잡부 일도 만만한 게 아님은 주지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도 일거리를 못 잡아 낙심천만한 어떤 중년남자는 그 인력센터 앞에서 시름을 가득 담은 담배연기만을 내뿜고 있었습니다. '주 5일 근무제'는 참으로 좋은 제도입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업무에 전력투구하고 토요일부터는 여유자적 쉬는 제도이니 이 어찌 안 좋은 제도이겠습니까. 하지만 이같은 고무적이고 건설적인 제도 역시도 그 수혜를 받는 당사자는 진작에 그 수혜의 앞장 대열에 서 있는 은행원들과 이른바 대기업군과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만이 해당되기에 저와 같은 비정규직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들은 다 받는 '몫'을 받지 못 한다는 상실감에 오늘 아침 저의 비애감은 장맛비의 하늘만큼이나 우중충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하튼 직장은 좋은 곳에 다니고 봐야 한다'는 속설이 딱 맞지 싶습니다.
요즘 모 은행에서 며칠 째 파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파업을 보는 시각은 저로서는 참으로 의아하다고 봅니다. 그건 바로 우리사회의 파업 형태의 거개는 현재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기득권에 더 하여 "더 내 놓아라."는 심리가 내재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저의 편견이자 곡해일지는 몰라도 여하튼 그래서 먹고 살 만큼 급여를 받는 사람들이 그처럼 이른바 '하투'(夏鬪)를 벌이고 있는 광경을 보자면 솔직히 말해서 '있는 X들이 더 한다...!'는 생각을 접기 어렵습니다.
저와 같은 비정규직은 토요일 휴무도 없으며 노조도 없기에 파업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꿉니다. '감히' 그랬다가는 당장에 책상까지도 뺏기는 수모를 당하겠지요. 2003년 8월 현재 우리나라의 비정규직은 전체 임금노동자 1,415만명의 55.4%인 783만 4천명에 달합니다.
하지만 비정규직은 지금도 우리사회의 현실에선 솔직히 말해서 사람대접도 제대로 못 받는 고작 '2등 국민'입니다. 일상을 살면서 경험하노라면 늘상 '거대한 절망'만을 느끼고 산다고나 할까요. 역대정부는 허구한 날 "국민모두의 삶의 질을 대폭적으로 향상시켜 주겠다!"고 천명했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말짱 도루묵이고 사탕발림성 공약(空約)이었습니다.
'주 5일 근무제'의 달콤한 과실을 당장에 만끽한 대상은 '우선' 180만명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와 같은 비정규직에게도 그와 같은 과실의 수혜 혜택이 도래하려면 아마도 제 생전엔 연목구어이지 싶습니다. 저도 금요일까지만 근무하고 토요일이 되면 아내와 함께 부산의 태종대와 대천 해수욕장, 그리고 전북 고창의 선운사와 정동진의 파도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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