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은 당구도 치기 힘든 즈음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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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은 당구도 치기 힘든 즈음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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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퇴근길에 지인을 만나 대포나 한 잔 하고자 지인의 회사를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지인은 골프를 치러 갔다고 해서 허탕을 치고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나는 당구를 칠 형편도 못 되는데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골프까지 칠 정도면 지인은 이제 꽤 기반이 잡힌 모양이군...'이라는 생각에 괜스레 저 자신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박세리와 박지은 같은 우리의 낭자군들이 미국의 LPGA를 휩쓸고 남자 부문에선 최경주 선수가 역시도 국위를 선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 '골프는 귀족과 부자들만의 리그'라고 폄훼했던 사회분위기 역시도 많이 희석된 듯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골프는 기실 저처럼 없이 사는 사람들에겐 머나먼 나라의 얘기입니다.

십 여년 전에 거래 관계로 전국의 골프장을 일주한 적이 있었습니다. 근데 저는 그때 참 많이 놀랐습니다. 남들은 한창 일하는 평일에, 그것도 정오도 안 된 시간이었지만 전국의 골프장들은 하나같이 골프족들이 타고 온 승용차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기에 말입니다. 그들이 타고 온 승용차도 당시 국산차로서는 가장 비싸다는 그랜저는 가뭄에 콩 나듯 보였고 거개는 벤츠와 푸조 등 외산차들이 주고객이었습니다.

헌데 웃기는 일은 여유자적 골프를 치는 사람 (차량소유자이니 아마도 사장 내지는 간부급이겠지요) 과는 달리 그 사람을 싣고 온 운전기사들은 골프가 끝나는 몇 시간 동안을 무료하게 보내느라 무척이나 고생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차량을 어찌나 닦고 또 닦았는지 그야말로 파리가 앉아도 낙상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도 아니면 기사들끼리 모여서 고스톱을 친다든가 잠을 자는 기사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저는 골프의 '골'자도 모르는 무지렁이입니다. 하지만 당구는 '아주 쪼금' 칠 줄 압니다.

헌데 당구도 일 년에 고작 한 두 번밖에는 못 치다 보니 당최 늘지를 않더라구요. 그래서 20여년 전에 배운 당구가 여지껏 불변하게 고작 '80'입니다. 하기사 늘상 꽁지에 불이 붙은 강아지마냥 부지런히 살았어도 하지만 맨날 어렵기는 매한가지인 제 형편에서 무슨 팔자가 좋다고 당구를 치겠습니까.

여하튼 어제 못 만난 지인은 이젠 골프까지 칠 정도로 그의 삶의 질도 향상된 듯 싶으니 이젠 저처럼 평소 당구도 잘 못 치는 빈민과는 상종이나 해 줄지 염려됩니다. 이담에 저는 잘 살게 되는 날이 올지라도 골프만큼은 절대 배우지 않으렵니다.

돈 버리고 빈민과의 위화감까지 조성하는 골프를 구태여 뭣 하러 칩니까. 그 시간이 있다면 지인들과 어울려 대포나 한 잔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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