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다 지로 '안녕 내 소중한 사람' 펴내
아사다 지로 '안녕 내 소중한 사람' 펴내
  • 김동권
  • 승인 2004.06.26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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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와 해학, 감동이 어우러진 아사다 지로 최고의 걸작!

^^^ⓒ 창해^^^
작가의 인생을 먼저 알아야만 비로소 이해가 되는 작품이 있다.

이번에 창해출판사에서 출간한 아사다 지로의 『안녕 내 소중한 사람』이야말로 작가의 인생을 먼저 들여다봐야 할 대표적 소설이다. 먼저 아사다 지로의 소설 같은 인생을 살펴보자.

1999년『철도원』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이래『천국까지 100마일』『지하철』『장미 도둑』등 그의 여러 작품이 우리말로 출간되었다. 아사다 지로는 1951년 도쿄의 큰 부잣집에서 태어났지만, 아홉 살 때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쓰라린 경험을 한다. 그 충격으로 부초처럼 떠돌며 불량소년으로 살아가다 간신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20대부터 본격적인 야쿠자 생활을 시작한다.

그는 결국 자위대로 도망쳐 육상자위대원으로 복무하다가 다시 야쿠자 세계에 빠져든다. 그후 다단계판매로 큰돈을 벌어 고급 부티크 등을 경영하고 있다.

이런 그가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이다. “뛰어난 작가의 문장을 손으로 직접 베껴 써보라”는 고교 선배의 권유와 일본의 노벨상 수상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쓴 “몰락한 명문가의 자제가 소설가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문장을 읽은 감동에서 비롯되었다. 36세 때 야쿠자 시절의 체험을 그린「당하고만 있을쏘냐」를 발표하면서 작가생활을 시작했다.

아사다 지로는 결국 어려서는 가족과 뿔뿔이 흩어졌고, 장성한 뒤 들어선 야쿠자 세계에서도 결국 일탈하고 말았으며, 더욱이 틀에 박혔지만 안정적인 샐러리맨 생활도 견뎌내지 못했다. 결국 그의 삶을 벗어나 있는, 특히 주류에서 벗어난 언저리 인생들에 대한 동경 혹은 따뜻한 시선을 담아 써낸 작품이 바로『안녕 내 소중한 사람』이다.

읽다보면 웃음이 나고, 덮고 나면 인생의 의미를 곱씹게 되는 대중문학의 진수

이 소설에는 크게 세 사람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모두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게 된 중년 샐러리맨, 일곱 살짜리 소년, 역시 중년의 야쿠자 중간보스가 그들이다.

백화점 여성복 제1과 과장인 쓰바키야마는 띠 동갑 연하의 아내와 일곱 살짜리 아들을 둔 우리 시대 평범한 중년의 샐러리맨이다. 고졸 출신으로 백화점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여성복 제1과 과장이 된 그는 학력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오로지 일에만 매달리는 지극히 성실한 사람이다.

초여름 대 바겐세일을 맞아 도저히 달성할 수 없을 것 같은 매출 목표가 정해지자, 쓰바키야마는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특판 기획과 매장 정리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낸다. 바겐세일 첫날 특판 기획으로 마련한 균일가 판매상품이 큰 인기를 모으며 일단 판매는 순조롭게 이루어지는데 . 거래처로부터 균일가 상품을 좀더 납품받기 위해 저녁식사 자리를 마련한 쓰바키야마는 거래처 담당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그대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목숨을 잃고 초칠일 간 영혼이 머무는 곳이라는 중유에 오게 된 쓰바키야마. 그는 그곳에서 교통사고로 급사한 일곱 살짜리 꼬마와 오인 사격으로 암살된 야쿠자 중간 보스를 만나 그들과 함께 현세에서 해결 못한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옥에 떨어질지도 모를 위험을 무릅쓰고 현세로 돌아갈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

고졸 출신으로 유일하게 여성복 코너의 과장이 된 전형적인 중년의 샐러리맨 쓰바키야마, 세 살이란 어린 나이에 양부모에게 입양되어 남부러울 것 없는 환경에서 자라지만 늘 친부모를 그리워하는 일곱 살짜리 소년 렌짱, 야쿠자 중간 보스이지만 노점상 영업 등으로 야쿠자답지 않게 성실하게 생활하며 부하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려는 다케다 이사무.

그들은 마침내 사흘 간의 한정된 시간 동안 현세로 돌아가는 것을 허락받게 된다. 그것도 살아 있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의 연속, 등장인물들 간의 얽히고설킨 관계, 읽는 이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로 뛰어난 반전은 아사다 지로만이 추구할 수 있는 소설의 참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할뿐만 아니라, 아사다 지로 특유의 유머러스한 문체와 눈물을 찔끔 흘리게 하는 감동적인 결말은 우리에게 삶이 무엇인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깊이 생각하게 해준다.

성장의 시대를 살다 정체의 시대를 맞이한 중년세대의 고단한 일상들

이 소설은 죽음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전혀 무겁지 않다. 오히려 경쾌하고 즐겁기까지 하다. 그러므로 누구나 부담없이 읽어나가면 된다. 그렇다고 해서 그저 읽고 내버리기엔 아쉬움이 많을 것이다. 행간 하나하나에 담긴 메시지가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머러스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며 근본적인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곳곳에 숨어 있다.

따라서 이 책의 주독자층은 30대와 40대, 즉 인생의 의미를 한번 곱씹어볼 만한 나이의 사람들로 상정해볼 수 있다. 문득 길모퉁이를 돌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라는 의문이 마음속에 똬리를 틀 때 한번쯤 읽어보면, 비록 해답은 얻을 수 없을지언정 자신의 삶에 대해 반추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일본은 태평양전쟁에서 패한 후 지속적으로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러다가 최근 '잃어버린 10년'을 겪으며 극심한 상실과 정체 속에 신음하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쓰바키야마 과장은 고졸 출신으로서 과장이 될 때까지 심신이 지치도록 윗사람들을 모셔왔지만, 정작 성장의 과실은 자신의 것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정체 혹은 퇴보의 시기를 맞이하여 조직의 탈락대상이 되고 말았다. 그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과정에서 결국 그는 죽음을 맞이한다.

작가는 바로 이 죽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인생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죽어서 바라보는 자신의 삶은 그야말로 '외눈박이 인생'이었을 따름이었다. 그리하여 한 눈을 가리고 한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자탄을 하게 된다. 죽어서야 온전한 두 눈으로 바라본 자신의 삶은 가엾기 짝이 없었다. 아내는 자신의 부하직원과 불륜관계에 있었고, 사랑하는 아들 또한 자신의 친아들이 아니라 그들 사이에서 태어났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아챈 아버지는 치매를 가장해 요양시설로 들어가셨고, 자신은 그저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누구보다도 그를 사랑했던 한 여자에게 얼마나 큰 아픔을 안겨주었는지조차 모르고 살아왔다!

이제 죽어서 두 눈을 온전히 갖추게 된 쓰바키야마 과장은 모든 진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모든 인생이 가치 혹은 의미가 있었다고 긍정하고, 한발 나아가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해 납득하게 된다.

이 책의 원제는『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 간』이다. 하지만 우리 독자들에게 책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전하기가 어렵다는 판단하에 좀더 우리 정서에 맞는 제목으로 바꾸었다.『안녕 내 소중한 사람』이 지닌 의미는 이제는 죽어버린 주인공이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고, 살아 있는 사람이 이제야 삶의 의미 혹은 진실을 깨달은 주인공에게 전달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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