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아저씨와 동전에 얽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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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아저씨와 동전에 얽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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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

구름은 친구와 함께 돌아 다닌다.

꼭 경비원아저씨처럼......

경비원아저씨도 우리를 위해 돌아 다닌다.

경비원아저씨는 꼭 구름을 따라 하는 것 같다.
(10살 된 딸아이의 동시입니다. )

어디든 놀이터라면 하루종일 사람들의 발길에 웅덩이가 패이고 한곳에 모래가 치우쳐 있기 마련이다. 아이들이 버리고 간 과자부스러기와 비닐 등이 떨어져 있기 마련이어서 청소를 하지 않는다면 이내 더러워 질 것이다.

아파트 내에 있는 놀이터다 보니 경비원 아저씨들이 매일같이 새벽녘에 휴지를 줍고 모래를 고르게 하기 위해서 비질을 한다. 지금껏 모래에 비질을 하는 경비원 아저씨를 본적이 없다가 이곳에서 처음보고는 참으로 세심한 분이구나 생각을 했다.

곱게 펴진 모래를 보면서 아이들은 또 수많은 발자국을 찍어 놓겠지 싶었다. 맨 처음 발자국을 남기는 아이의 마음은 어떤 마음이 들까. 바닷가 모래를 밟는 기분이 들까. 아니면 하얀 눈 위를 걷는 기분이 들까. 왠지 밟으면 안 될 것 같은 처음의 소중함이 그곳에 배어 나 있는 것 같아 아침운동을 하러 나갈 때면 조심스러워 진다.

아이들이 맨 먼저 밟아야 될 것 같아서 부러 빙 둘러 가곤 한다. 얼마전 놀이터 옆에 운동기구를 설치했는데 놀이터를 가로질러 가면 빠르지만 모래를 밟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이다.

그런데 무심히 지나칠 것 같은 10살 된 딸아이의 눈에도 아저씨의 세심함이 비쳤는지 어느 날 ‘구름’이라는 동시를 지었다며 읽어 주는데 깜짝 놀랐다. 매일 커다란 쓰레받기와 키 큰 빗자루를 들고 청소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그것도 아침 일찍 일어나 청소를 하니까 고맙기도 하고 뭔가 가슴 뿌듯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놀다가 휴지도 버리고 껌도 바닥에 뱉어 버렸으며 아이스크림도 먹다 흘린 것이 모래와 섞여 버린 일이 있기 때문에 비질을 할때마다 죄송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었다.

그런 그곳에서 가끔은 동전을 주어 오기도 했다. 그런지가 한 일년쯤 된다. 100원짜리 10원짜리 동전인데 아무도 주워가질 않는다는 것이다. 뻔히 보이는데도 밟고 지나가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딸아이가 주워 오는데 처음엔 나도 왠지 꺼림직 하여 “ 뭐 하러 주워와” 했더니 “그럼 어떻게 해 휴지통에 버려.” 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안 될 것 같아 “그럼 그걸 어떻게 할 거니” 하고 물어 보았다. “어떻게 하긴 저금통에 넣으면 되지.” “나중에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사서 경비원 아저씨와 친구들에게 나눠 줄 거”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친구도 친구지만 마땅히 경비원 아저씨가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된다고 하는 딸아이의 생각이 동시 구름 속에 흐르고 있음을 여실히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 동전들이 경비원 아저씨가 주인일 것 같다는 말까지 할 때는 정말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꼭 그렇게 하자며 아이의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길에 떨어진 동전은 재수가 없다고 하여 줍지도 않았던 어른들의 그릇된 편견이 오히려 동전에 대한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았나 싶기도 했다. 비록 그것으로 과자 한 봉지도 살 수 없지만 버릴 것과 버리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올바른 생각을 심어 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딸아이의 이런 행동들이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니다. 굳이 시킨 것도 아니고 하여 은연중에 너무 빈곤티를 내었나 싶어 마음이 아팠다.

언제는 동전이 귀하다며 책상 서랍까지 뒤져서 ‘잠자고 있는 동전을 은행으로’ 라는 슬로건을 내 걸더니 이젠 은행에서 조차 천대를 한다고 하니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실은 고민스럽다.

‘동전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이 팽배해 있는 요즈음 세태다 보니 시궁창에 차버릴지언정 줍는 아이를 보지 못했던 건 사실이다. 나또한 그냥 보아 넘기고 말았으니 할 말은 없다.

사물의 중요함과 귀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가짐이 우리들에게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 말만 하면 이루어지는 요즈음 아이들의 가슴속에 남아 있는 건 무엇인지, 우리 어른들이 그들에게 주어야 할 것은 또 무엇인지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기도 하다.

구름 속 경비원아저씨같이 바라보는 딸아이의 눈높이가 언제까지나 파란 하늘 위에 흘렀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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