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의 산나물 채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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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의 산나물 채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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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인지 산나물인지를 구별하는 눈은 떠

^^^▲ 산나물 ' 떡취 - 수리취'^^^

“여보, 남들은 산나물 채취해다 반찬도 한다는 데 우리도 한번 가 봅시다”라며 일요일 아침밥을 먹으면서 아내가 제안을 했다.

“이 사람아, 옛말에 ‘알아야 면장을 한다’고 풀잎인지 산나물인지 조차 구별할 줄 모르면서 무슨 산나물이냐”면서 반문을 했더니 오늘 베테랑 아줌마와 함께 가기로 약속했었다는 것이다.

선뜻 응답을 하지 못하고 있는 데 그 약속했다는 아줌마가 집으로 찾아 와 마지 못해 간단한 등산복 차림으로 나섰다.

승용차를 운전하면서 “아줌마, 오늘은 왕초보들이니 잘 가르쳐 주세요”, “산에 오르기전에 산나물 구별법을 알려 주세요”를 반복해 부탁을 드렸다.

창밖에 부딪치는 시원한 바람과 오월의 화창한 햇살과 그 푸르름에 나오길 잘했다고 생각은 했지만 지독한 골초가 하루 종일 담배를 피우지 못한다는 것에 웬지 불안(?)하기까지 한 것은 감출 수 없었다.

그렇치 않아도 사람들의 실화(失火)로 산불이 나 막대한 피해가 매년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 담배와 라이터 등은 아예 차에다 두고 오늘 하루만은 금연하리라 마음을 다지면서.

산나물이 있을 법한 산골에 가까이 오자 띄엄 띄엄 도로변에 차들이 멈춰있는 것이 휴일을 이용해 산체를 나온 것이란 아줌마의 설명이다.

아줌마의 강의(?), “딱히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도로변에서 될 수 있으면 떨어진 산을 택해야 해요. 왜냐하면 가까운 곳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 별 소득이 없으니까”

그리고 “산세는 키 큰 소나무보다 얕은 잡목이 있고 햇볕을 받으면서 양지와 음지가 적당히 자리잡은 곳”이 적지라는 것이다.

이런 강의를 귀담아 들으면서 첫 산채지에 도착해 뒤따르게 되였다. 처음 만난 것이 ‘떡취’라는 산나물,

“다른 풀잎에 비해 유난히 뒷면이 흰색을 띄고 있어 구별하기 어렵지 않아요”라며 말렸다가 떡을 할 때 같이 넣으면 향긋한 향기가 난다는 것이다.

그 다음이 ‘곤드래’라는 산나물, “잎이 다이아몬드형에 약간의 윤기가 있고 떡잎과 함께 위쪽으로 곧바로 자라는 것이 곤드래라고 해요”라는 설명과 밥지을 때 넣으면 향긋한 냄새가 나는 일명 ‘곤드래밥’이 된다는 것이다.

“곤드래랴, 그럼 술에 취한 사람을 ‘곤드레 만드레’하는 데 그걸 연상하면 쉽겠네요” 라고 대답했더니 "이 나물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이다.

다음에는 잎이 조금 동그스럼하고 윤기가 있는 ‘곰취나물’, 그런데 이 나물은 다른 풀잎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열심히 설명을 들으면서 올라 오기전에 백과사전(평소 관심이 없어 식물에 관한 서적이나 도감(圖鑑) 종류는 없었다)이나 인터넷을 검색해 눈여겨 볼 걸 하는 후회도 되었다.

“잘 구별이 안되면 입으로 씹으면 향긋한 냄새가 나면 최소한 독초는 아니에요”라는 말도 곁들인다.

그러나 웬걸, 풀숲을 헤치며 이리저리 살펴보니 어느 것이 산나물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아줌마가 미리 뜯은 세가지 나물을 왼손에 쥐고 가까이 맞쳐보기도 하고 씹어보기도 하면서 어렵게 산채는 시작되었다.

이러는 왕초보의 산채 행보는 느릴 수 밖에, 아줌마는 앞서 나가는 데 우리부부는 뒤처져 거리가 벌어 질 수 밖에 없어 간간히 소리를 질러 위치를 확인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눈이 보배라고 떡취나물이 제일 쉽게 눈에 들어오고 간간히 고사리, 곰취나물을 찾아 배낭에 넣었으나 곤드래라는 나물은 찾기가 쉽지 않다.

눈에 익힌 나물만을 채취하다보니 1차 산행을 마친 우리의 배낭에는 거의가 떡취로 채워졌고 뜯는 데 신경쓰다 보니 이건 마구잡이식이 되고 말았다.

“눈에 뛴다고 억세고 큰 것보다는 연한 것을 고르세요”라고 했지만 왕초보의 1차 수확물은 크고 억센 것이 대부분이였으니.

그런데 아줌마의 배낭은 의외로 적은 데 우리가 채취한 떡취나 곰취나물보다 곤드래와 고사리만 주로 채취했으니 이게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라고 인정할 수 밖에,

2차는 좀더 산이 깊은 곳을 향해 이동했다. 이번에는 처음에 비해 훨씬 눈에 잘 들어오는 것 같았다.

그래도 눈에 띄는 것이 떡취요, 곰취나물이 대부분이고, 고사리가 제법있어 배낭이 차 묵직함이 느껴지는 것이 여간 만족스러운 것이 아니였다.

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다더니 다시 이동해 세 번째 산채를 끝내고 내려오려니 길도 없는 산을 헤메여서 팔과 다리에 약간의 상처도 있고 다리와 허리가 결리기도 했으나 때늦은 점심은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에서 싱싱한 산나물에 쌈을 싸 먹는 그 향기로운 맛과 정취란 이를 데 없었다.

오늘 산행이 타의반 자의반이지만 산나물도 얻고 모처럼 맑은 공기를 마시며 운동도 겸하고 왕초보를 면했다는 것으로 충분히 위안이 되기도 했다.

의례 산나물은 참기름을 곁드린 무침이 되고, 삼겹살에 쌈을 싸 향긋한 그 향기와 소주한잔 걸치는 푸짐한 저녘 밥상이 되었고, 삶고 말려서 무공해 반찬으로 탄생했으니 왕초보의 산나물 채취는 좋은 추억이 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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