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왕국의 시계는 돌아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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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왕국의 시계는 돌아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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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년 넘긴 정연주 사장의 행적과 책임

 
   
  ^^^▲ KBS 웹사이트
ⓒ KBS^^^
 
 

과거 모택동의 주장에 따르면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러나 오늘날 권력, 대중을 움직이고 항상 최후에 결단을 내릴 수 있는 힘은 바로 미디어에서 나오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 미디어에서 오늘날 가장 강력한 권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고 24시간 접속이 가능한 인터넷이란 매체가 그 위치를 위협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 최대의 여론형성 권력은 바로 텔레비전이라는데 많은 이들의 생각은 일치하고 있다.

텔레비전이 최대의 권력을 갖는다고 볼 수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문자매체와 점점 멀어져가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있어 복잡한 사고 판단 없이 진행되는 화면에 모든 것을 맡기면 되는 영상 매체인 텔레비전은 가장 사랑스런 매체일 것이란 주장이다.

또한 텔레비전은 신문 이상의 속보성을, 그것도 움직이는 입체적인 동영상을 통해 제공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것은 보는 독자로 하여금 생동감을 느끼고 하고 강한 심리적 자극을 통해 텔레비전의 논리를 자신의 논리로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끔 하는 강력한 동인을 제공한다.

대체로 신문의 경우 수백만 부가 나간다고 해서 모든 가정으로 위력이 파급되는 것이 아니다. 신문의 매체력은 독자 수에 따른 한계가 있을 수 있고 독자 개개인의 신문 읽는 습관에 따라 좌우될 수 있지만 방송의 경우는 텔레비전 수상기를 소유하고 있는 가정 모두를 대상으로 하며 젊은이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특성 상 빠른 여론 전파력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것이다.

최근 전 국민적으로 도입된 정보통신장비인 휴대전화와 인터넷 시스템은 이런 방송의 위력을 더욱 강하게 해주었는데 방송을 통해 얻은 정보와 이슈를 빠른 속도로 전파하며 네티즌들 사이에 의견을 교환하고 자연스럽게 여론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가 성립되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방송의 위력을 입증하는 논리에 상당한 설득력을 실어주고 있다.

한국 사회의 방송: 땡전뉴스의 기억

많은 이들이 '땡전뉴스'를 기억하고 있다. 땡전 뉴스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9시가 '땡'하면 전두환 대통령 소식부터 먼저 나왔다고 해서, 즉 권력 편향적인 텔레비전의 문제점을 빗대어 부르던 말이다.

97년의 대선 이후 사실상 집권세력의 주류가 교체된 이후에도 방송의 권력 지향적 속성은 계속 사회의 이슈로 대두되어 왔다. 2000년 4월 20일 미디어오늘 보도를 보면 MBC의 총선 관련 9시 뉴스 보도 가운데 “만일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10석 이상 차이로 제친다면 지금까지의 여소야대 현상이 되풀이될 것 같습니다”라고 보도해 한나라당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또한 반(反) 정부적 노선을 갖고 있는 언론을 공격하는데 방송이 앞장 서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리고 대선 열기가 고조되던 2002년 5월에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문화방송의 편파보도를 지적하며 출연을 거부하고 이는 한나라당 전체의 문화방송 반대운동으로 이어져 물의가 빚어진 바 있다.

이 사건이 있었던 이후에도 대선 과정의 텔레비전 보도에 있어 한나라당은 방송의 보도태도에 계속 불만을 제기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언론의 편파보도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이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 노무현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한겨레 논설주간 출신인 정연주 씨를 사장으로 임명, 화제를 뿌렸다.

정연주 사장의 KBS 1년

정연주 사장은 등장 당시부터 보수언론의 혹독한 공격을 받아야 했다. 보수언론들은 칼럼과 비판적 기사를 통해 그를 맹공격했다. 그 공격의 양태는 그의 아들들의 미국 국적 소유 문제와 함께 병역면제, 안보관, 언론관 지적이었다.

정연주 사장의 여러 가지 문제와 관련해 보수언론의 날카로운 공격이 있었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뚝심은 그의 KBS 사장 자리를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노 대통령의 뚝심도 뚝심이지만 많은 이들에게 구태의연하고 자신들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 이념 문제를 꺼내드는 듯한 인상을 주었던 한나라당의 '정연주 공격'이 가져다 준 역풍의 위력도 컸다.

보수세력들의 논란을 잠재우고 KBS를 장악한 정연주 사장의 행보는 문성근 씨를 진행자로 내세운 '인물 현대사'의 제작으로 이어졌다. 인물 현대사는 시작 당시부터 진행자 문성근 씨의 정치적 편향성 문제와 함께 내용에 대한 논란으로 다시 한번 정국에 파란을 일으켰다.

한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정연주 사장의 재 신임 직후 보도에서 정연주 사장 아들들의 국적과 병역문제를 거론해 정연주 사장에게 타격을 주었다. 과거 한겨레 시절, 야당 후보 자제의 병역 문제를 앞장 서 공격했던 이가 정연주 사장이었기에 이 문제의 충격은 상당히 컸다.

그 이후에도 KBS와 보수언론, 한나라당과의 첨예한 대결은 계속 되었다. 2003년 6월 28일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국회 문광위에서 정연주 사장의 행적에 대한 신랄한 야당 의원들의 공격이 있었던 것을 볼 수 있다.

그 이후 국회에서는 KBS의 예산 결산안에 대한 인준을 거부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런 식으로 KBS와 한나라당, 보수언론 간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져 갔다.

정연주 사장에 대한 이념 문제가 다시금 튀어나온 것은 '송두율 교수' 논란이었다. 송 교수 문제로 뼈 아픈 타격을 입은 정연주 사장에게 다시금 과거 행적에 대한 이념공세가 덮쳤다.

한편 한나라당은 KBS의 수신료를 전기세와 분리과세 함으로서 KBS의 숨통을 끊으려 안간힘을 다했다. 이런 식으로 정연주 사장은 만신창이 신세가 되어갔다. 그러던 중 어렵게 사장직을 이어가던 정연주 사장에게 뜻 밖의 반격기회가 돌아왔다.

정연주 사장의 대반격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최대의 정적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을 제거하기 위해 탄핵카드를 던졌다. 사상 초유의 탄핵현장이 전파를 타고 전국에 방영된 이후 국민적 불만은 폭발했고 방송은 '국민적 폭발'의 현장을 생생히 전했다.

여기서도 방송의 편파보도 논란이 점화되었던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무서운 속도로 불어닥친 탄핵 역풍은 방송의 편파보도 논란을 내세우며 정국 이슈를 전환해 보려는 보수 언론의 노력을 비웃듯이 날려버렸다.

최병렬 체제가 붕괴된 이후 한나라당은 대표 후보자들의 토론을 요청하기 위해 KBS에 가서 사정까지 해야 하는 입장에 서게 되었다.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에게 호된 시달림을 받아오던 정연주 사장에게 이 때는 최고의 시간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의장의 실언 파문과 그 뒤에 본격적으로 폭발한 박근혜 바람에 힘입어 한나라당이 가까스로 121석의 의석은 건졌으나 이미 탄핵 역풍의 파워는 열린우리당을 원내 제 1당으로 만들어 주는 괴력을 과시했으며 정연주 사장의 입지는 오히려 탄탄해졌다.

그러나 정연주 사장의 앞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디지털 방송 등 당면한 KBS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전력을 집중해야 하며 아직 잔존해 있는 정연주 사장의 적들이 호시탐탐 그의 목을 노리고 있다.

무엇보다 그를 위협하고 있는 것은 방송을 편향된 방향으로 이끌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실상 사용했다는 의구심 섞인 시선이다. 지금은 이런 시선이 그저 시선으로 끝날 테지만 탄핵 역풍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날려버렸듯 그에게 쏟아지는 이런 불만이 탄핵 역풍의 그것처럼 다시 그를 궁지로 몰아넣을 지도 모른다.

언론의 책임과 KBS왕국의 시계

오늘날 언론은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어 사회의 주요 권부 가운데 하나로 지칭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언론이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상당한 책임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계는 말없이 돌아가고 있다. 세월은 말없이 흐르고 역사는 정연주 사장의 발걸음을 조용히 기록할 것이다. 온갖 난관 속에서 살아남은 정연주 사장에게 이제 앞으로 또 어떤 시련과 고난이 찾아올 것인가.

취임 1년을 맞은 정연주 사장은 이제 몇 가지 질문에 답변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지난 1년의 노 대통령 실정과 남남 갈등의 심화에 KBS의 책임은 없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질문은 자신의 언론권력을 이용해 특정 정치집단을 지원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만일 그랬다면 본인이 항상 비판해 온 보수언론의 그것과 대체 다른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과거 보수언론이 잘못한 점이 있었다고 해서 그 잘못을 징벌한다는 핑계로 그 잘못을 답습한다면 후세에 오늘의 역사를 읽을 사람들은 정 사장의 행보에 어떤 평가를 내릴 것인가.

역사를 돌이켜 보면 제대로 역사의 시계를 읽지 못하는 이들은 몰락하고 제대로 시계를 읽은 이들은 성공했다. 지난 1년 간 천당과 지옥을 오간 정연주 사장은 시계를 바로 보고 있는가. 정연주 사장의 KBS 왕국의 시계는 지금 몇 시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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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04-05-17 14:55:57
kbs나 mbc나 그거 그거 아닌가요?
kbs가 mbc에 비해 딱히 더 편파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던데요.
편파적인 걸로 따진다면 오히려 mbc가 kbs보다 더 편파적인 거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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