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 열풍' 그 끝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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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 열풍' 그 끝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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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와 내셔널리즘의 상관 관계를 생각해본다

'내셔널리즘(Nationalism)'

사전을 뒤져보면 민족의 생활, 전통, 문화를 보전하여 국민국가를 형성하고 이를 유지․발전시킬 것을 추구하는 사상 원리, 정책 및 운동이라는 어려운 말로 내셔널리즘은 정의된다.

또한, 나라와 시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므로 사상원리나 운동의 현상 또한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덧붙이고 있다.

축구와 내셔널리즘. 얼핏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단어사이에 어떠한 상관관계라도 있는 것일까? 짐작했겠지만 정답은 ‘그렇다’이다.

카타르와 일본으로 대표되는 ‘축구의 변방’ 아시아가 그 상관관계의 진원지. 외국출신의 뛰어난 선수들을 데려와 겉무늬(?)를 자국선수로 만드는 귀화정책이 그 상관관계의 해답이다. 자국 출신 선수들의 단점을 최대한 극복하여 자국 대표팀 전력 강화를 위한 후선책.

브라질 출신 선수들을 중용하는 일본대표팀의 귀화 이야기는 이미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92년 다이너스티컵을 앞둔 일본은 미우라, 다카키, 나카야마 등 걸출한 골게터들을 보유하고도 2선에서의 지원이 미약한 탓에 공격력이 빛을 잃자 브라질 출신의 노장 플레이메이커 루이 라모스를 데려온 것이 시작이다.

이전까지만해도 매번 한국의 적수가 되지 못했던 일본은 당시 이 대회에서 라모스를 앞세우며 한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 경쟁 구도의 시작을 처음으로 인지시켰다. 플레이메이커의 부재로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던 일본대표팀은 라모스의 등장으로 새로운 희망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이후 일본의 귀화정책은 더욱 강력하게 추진되었다. 97년 프랑스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둔 일본은 J리그에서 이미 명성을 날리고 있던 골게터 와그너 로페즈를 귀화시켰고 로페즈는 제2의 조국에 본선행 티켓을 안기며 그 기대에 부응했다.

2002 월드컵을 앞두고는 알렉산드로 산토스(알렉스)를 성인대표팀에 합류시켜 독톡히 재미를 봤고, 아테네 올림픽을 앞두고서는 수비수 툴리오(우라와레즈)를 귀화시켜 취약한 중앙수비수로 활용중이다. 최근에는 청소년 대표팀에도 새롭게 브라질 출신 선수를 귀화시켜 연령대별 대표팀에 각 1명씩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일본축구 상황.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브라질 U-19 대표 출신의 공격수 에메르손에 타겟이 향해있다. 지난해 J리그에서 18골을 몰아치며 득점 3위에 오른바 있는 수준급의 공격수로서 새로운 규정의 적용대상이라는 점에서 성사에부에 관심이 쏠려 있다.

FIFA는 최근, 귀화선수에 대한 자격에 대해 청소년대표(U-17) 이상을 거치지 않은 자에서 올림픽대표(U-21) 이상을 거치지 않은 자로 규정을 대폭 완화시킨바 있다. 한마디로 A매치 경력을 가지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

일본이 J리그 출신 용병들을 귀화시켜 중용한다면 카타르대표팀은 일본보다 한 술 더 뜨는 격. 오일달러를 내세워 아무 관련도 없는 유럽 선수들을 사들이는 클럽형 귀화추진이다.

최근 카타르협회에서는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왕 아일톤(브레멘)과 도르트문트의 공격형 미드필더 데데 등 브라질 출신의 분데스리거 3명을 영입(?)하겠다고 호언하고 나선 상태. 전력강화를 위한 차원으로 귀화에 응한다면 대표자리 보장과 함께 각종 복지는 물론 금전적 혜택을 보장하겠다는 조건이다.

이들 역시 오랫동안 뛰어난 활약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의 인적자원이 넘쳐나는 탓에 대표선수로 호출을 받지 못한 ‘한(恨)’을 가지고 있어 이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외신들은 입을 모아 전한다.

얼마전 열린 2004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는 이러한 현상의 문제점들이 속속히 드러나 문제가 되기도 했다.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각국이 대표 발탁이 어려운 브라질 출신의 선수들을 무더기로 귀화시켜 대회에 참가시키는 바람에 명실상부한 아프리카 최고의 국가대항전이라는 타이틀 조차도 무색해지고 말았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귀화선수가 하나 둘 나오고는 있지만 사회적으로 민족성을 앞세운 순혈주의가 아직까지는 팽배한 현실이어서 귀화선수에 대한 대표팀 발탁은 유보상태.

신의손(사리체프)과 이성남(데니스)은 각각 타지키스탄과 러시아 대표로 출전한 경력이 있어 제도적으로도 불가능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샤샤, 우르모브, 마니치, 뚜레 등 K리그를 거친 수많은 선수들이 대표팀 발탁이라는 꿈을 안고 귀화를 준비했다는 사실은 한국도 그 흐름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지만은 않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2002 월드컵을 앞두고 수비보강을 위해 마시엘을 영입하려 했던 경우도 좋은 사례.

최근에는 성남의 수비수 싸빅이 귀화시험을 준비중이라는 보도가 나가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대표팀 발탁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뜨겁다. 이미 기량이 검증되고 언어소통에도 큰 문제가 없을 뿐더러, 노쇄한 주전 수비수들을 대신하기에는 적격이라는 의견과 전통성을 깨뜨리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어땠을까? 물론 사례는 무한하다. 알프레드 디 스테파노는 규정이 거의 없던 시절 아르헨티나와 스페인 대표를 모두 거치며 스타대접을 받았을 정도로 과거에는 국가를 떠나 이적(?)이 가능한 시기도 있었다. 남미에서 유럽으로가 대부분의 경우.

프랑스와 네덜란드를 비롯한 과거 정복 국가들의 경우에는 잘 알려진대로 유착민 세력이 상당수 포함되어있다. 국가 논쟁을 일으킬만한 대상은 아니라는 점에서 다소 예외로 분류될 수도 있겠지만 국가를 옮겼다는 점만 놓고 봤을때는 비슷한 경우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지단(튀니지), 비에이라(세네갈) 등이 대표적인 선수들.

과거에는 단순한 승리에 집착해 귀화정책을 추진하였다면 최근에는 더 확대되어 국가적인 정책 차원으로까지 연장되고 있다. 20세기까지 내셔널리즘이 대세였다면 앞으로는 변화의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예상.

물론, 클럽화까지 진행되어 자유로이 국가를 옮기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겠지만 국가의 정체성과 국가를 대표하는 사명감을 띄는 국가대표팀이라는 정체성을 고려한다면 그 문제에 심각한 면이 적지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유럽과 브라질 출신의 선수. 피부색이 다르고 눈빛이 다른 선수들이 우리 선수들과 뒤섞여 한국이라는 팀의 승리를 위하여 호흡하고 있다는 상상을 해본다면 사태의 심각성이 단순히 웃고 넘길 가십거리만은 아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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