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친구는 그만 불행하게도 부인이 얼마 전에 또 가출을 했고 또한 하나뿐인 고교생 아들은 객지에서 학교를 다니는 관계로 불행히도 친구의 병수발을 들어줄 사람은 곁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폭풍한설의 나목(裸木)만큼이나 춥고 휑뎅그렁한 입원실 분위기는 제가 느끼기에도 숨이 콱콱 막히는 것 같았습니다.
부인이라도 곁에 있었더라면 친구는 하루라도 빨리 쾌유가 될 수 있었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보니 그만 '효자 열보다 악처 하나가 더 낫다'는 속담이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친구의 그러한, 어쩌면 고립무원의 처지에 금세 제 마음 역시도 알싸하게 아프기 그지 없었습니다. 친구의 아내가 가출을 했고 그로 인해 충격을 받은 친구가 울화병도 모자라 그예 중풍의 습격까지 맞게 된 근저는 바로 오해에서 기인한 것이었습니다.
친구는 작년까지도 아내와 함께 통닭집을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장사는 늘상 불황의 질곡을 점철했고 그래서 적자와 생활고에 견디다 못 한 친구의 아내는 급기야 아르바이틀 한다며 할인매장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 보다 손쉽게 돈을 버는 방법이라며 노래방 도우미로까지 나가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 길은 친구 부부사이에서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못 하는 '루비콘 강'을 건너는 단초가 되었으니 비극이었다고 할 밖에는요.
친구는 "가게를 정리하는 대로 노동이라도 해서 밥은 안 굶길테니 제발 집에서 살림만 하라"고 간청했지만 친구 부인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친구는 점차로 자신의 아내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그 의심의 꼬투리는 상습적인 충돌과 폭력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친구 아내는 맞고는 못 살겠다며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대경실색한 친구는 동분서주하여 자신의 아내를 찾아가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는 어렵사리 다시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그러나 친구의 아내는 이번엔 인터넷 채팅에 푹 빠져서 남편이 퇴근을 해도 마치 똥 친 막대기 취급을 함에 그만 또 친구는 분기탱천하였답니다. 그렇게 티격태격하던 친구는 결국 아내가 재차 가출을 하고 나서 한동안 술로 세상을 살다가 그렇게 그만 깊은 병까지 들었던 것이었습니다. 경찰청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3년 한 해의 주부 가출자는 1만 2142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는 매일 33명의 주부가 집을 나가고 있다는 것인데 하지만 경찰에 미 신고된 숫자까지 합산할 경우는 무려 10만명에 달하는 주부들이 가출을 하였다니 보통 일이 아닙니다.
남편의 외도와 폭력 외에도 카드빚과 또한 채팅 등의 불륜으로 이어진 주부 가출도 많다고 하니 이러한 요인들이 최근 우리사회의 이혼률을 어느새 세계 1위로 뛰어오르게 한 근저는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고 가치관마저 바뀌어 과거처럼 일부종사의 개념은 이제 지나가 버린 전설이라고 치부하여도 좋다고 칩시다. 하지만 부모의 이혼과 가출 등으로 인해 남겨진 자식들의 응어리에 맺힌 분노와 배신감은 과연 뉘라서 씻어줄 것인가요!
친구가 겪고있는 불행의 현주소는 부부 모두가 오해를 버리고 신뢰하면서 가정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 가일층 분발하여야 하는 시절임을 자각하게 해 준 일종의 반면교사였습니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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