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3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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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 3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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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첫사랑의 대상'이 자그마치 셋이나 있다. 그중 첫 번 째는 두 말할 나위도 없이 사랑하는 아내이며 두 번째로는 군대 간 듬직한 아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언제나 귀여워서 여전히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이다.

혹자는 '첫사랑은 으레 실패한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내 첫사랑이었던 아내와 결혼해서 올해로 어언 20여년을 한 이불을 덮고 살고 있으니 이쯤 되면 가히 시정의 통설마저 극복한 '의지의 한국인'이 아닐까 싶다.

아내와 함께 살면서 겪은 온갖 풍상과 애환 그리고 에피소드 역시도 소설로 써도 너덧권은 족히 쓸 양이지만 여하튼 아내는 '사랑의 화수분'이었는지라 내게 아들과 딸이라는 또 다른 첫사랑의 대상을 선물로 주었다.

각설하고 오늘은 일요일이지만 딸은 고3으로 진학한 지라 오늘도 등교했으며 그 뒤로 아내도 출근하여 집안은 휑뎅그렁했다. 그래서 목욕을 다녀온 뒤에 구립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다 보다가 혼자서 맛없는 점심을 먹었다.

혼자서 지내는 시간은 무료하기 짝이 없었기에 이번엔 내 구두를 닦는 김에 같이 신발장에 넣어져있는 아내와 아들의 구두도 손질했다. 다음달이면 또 휴가를 나오는 아들이기에 녀석의 구두에도 모처럼 광을 냈다. 모두 합쳐봐야 고작 네 식구 뿐인 우리 가족이다.

그렇지만 우리 가족들의 이심전심 정겨움과 배려심은 이웃들의 질시를 받을만치 그렇게 풍성하기만 하다. 나라는 위인이 무능하여 지금껏 삶의 질은 여전히 빈한하다. 그렇지만 아내는 여전히 일부종사로서 날 수종했고 두 아이들 역시도 남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도록 올곧게 키워주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마음만은 늘 부자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내 사랑의 화수분인 아내에게 늘상 미안함은 어쩔 도리가 없다. 하여 아내에게 거듭 고마움을 느낀다. 혼자서 그처럼 하릴없이 시간을 죽였는데도 시간은 저벅저벅 흘러서 어느덧 저녁 때가 가까워왔다. 조실부모하고 풍진세상을 산 탓에 평소 왠간한 음식은 만들 줄 아는 경지인지라 저녁상에 올릴 반찬거리를 떠올렸다.

곰곰 생각해 보니 요즘 오징어가 풍어라는 뉴스를 본 적이 있기에 할인마트에 가서 싱싱한 오징어 두 마리를 사 왔다. 오징어를 손질해서 고추장과 양념을 골고루 배합하여 얼큰한 오징어 찌게를 끓였다.

아내와 딸을 기다렸다가 함께 저녁을 먹을 요량이다. 아들도 어서 전역을 하여 매일 식구들이 머리를 맞대고 도란도란 저녁밥상을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모두 내 첫사랑의 대상인 가족은 내가 살아가는 의미이자 버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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