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지도자감도 탄핵감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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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지도자감도 탄핵감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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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사태를 보며 나는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다. 쓸쓸하다

나는 주로 온건한 견해를 선택하기로 했다. 그것이 실행하는데 있어서 편리하며, 모든 과격한 것이란 대개 나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말자.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경우, 나중에 이건 반대쪽으로 갔어야 했을 걸 하고 후회하게 될 때 되돌아 나오기 어렵다. 정도에서 벗어나더라도 비교적 덜 벗어나고 돌이켜 나오기 쉽도록 온건한 선택을 하자. ... 데카르트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되 다투지 아니하고,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처한다. 거처는 평지에 하는 것이 좋다. 마음은 고요하게 유지하는 것, 선을 행할 때에는 돌려받기를 바라지 않는 것, 말은 신의 있게 하는 것, 정치는 다스려지는 것, 일은 능률적으로 하는 것, 행동은 시기에 맞는 것이 좋다. 대저 물은 다투지 않기에 허물이 없는 것이다. ... 老子

 

 
   
  ^^^▲ ▲ 노무현 대통령
ⓒ 사진/부산뉴스타운^^^
 
 

1. 얼떨떨하다

중국 사막지역에서 날아온 황사로 하늘이 뿌옇게 흐렸으며 호흡이 불편한 가운데,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보기 민망한 갈등이 있었고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었다.

환호하는 자도 있고 통분을 느끼는 자도 있는데, 나는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다. 어느 한 쪽으로 확실하게 소속되지 못하여 쓸쓸하다. 의식이 급속히 복잡해져 머리가 무겁고 아프다. 왜 이렇게 목이 타고 갈증이 생기는 것인가.

2. 노무현은 지도자감이 아니다

지난 1년 동안 과격하고 급진적인 좌충우돌을 바라보며 회의와 탄식을 금할 수 없을 때가 많았다. 그래서 비판적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노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입장은 아니지만, 탄핵안이 발의되기 전날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해주기를 기대했다. 거대한 조직의 지도자라면 마땅히 이렇게 하는 것이 건전한 상식이라고 믿었다.

" 어쨌든 상황에 여기까지 이른 것에는, 대통령인 내가 부덕한 탓이다. 국정의 상황에서 항상 대통령인 내게 더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선관위의 권고를 성실하게 받아들이겠다. 야당이 크게 불만을 느끼는 정도로 선거에 개입하는 일은 엄격하제 자제하겠다. 야당도 탄핵안을 거두고 한 발 물러서 주시기 바란다. 정치개혁의 깃발을 흔들고 있는 만큼, 선거결과에 집착하기보다, 선거 과정을 과거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깨끗하게 하며 선거문화를 개혁하는데 최선을 다 하겠다. 충청도는 폭설로 강원도는 산불로 고생하고 있는데, 당은 선거를 열심히 하고,정부는 경제와 민생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 열심히 해 보겠다…"

그런데, 내가 믿는 상식은 완전히 깨졌다. 나의 코드는 노 대통령의 코드가 너무 맞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지루한 변명과 자기합리화에 독선과 오기까지 겹쳐 있었기에, 황사의 매캐함을 뿜어내고 있었다. 국회의장의 간곡한 중재요청도 있었다는데 노 대통령은 단호하게 거절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업자득이야”라고 호통 치게 되었던 것 아닌가? 노 대통령 식 어법으로 표현한다면, '한 번 막 가보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탄핵안이 가결된 후 노 대통령의 표정을 보면, 막 가기는 가는데 아주 막 가는 것은 아니고, 탄핵안이 통과되어 극심하게 시끄러워져도 헌법재판소 판결에서는 유리하다는 계산을 이미 처음부터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심해 불쾌했다.

재신임 폭탄선언(노무현 정부 출범으로 돈벼락을 맞고 새 차 사고 새 아파트 살 수 있었던 안모라는 노 대통령 동업자는 그것이 도덕적 결벽증에서 비롯됐다고 했지만, 나는 무책임하고 부도덕하며 사명의식 빈곤한 도박이라고 보았다)을 했을 때처럼 극단적으로 대통령 직을 모두 거는 도박이긴 한데, 승산을 고려한 올인전략인 것이다. 탄핵안이 가결되는 날 아침 비서실을 통해 간접적으로 사과 아닌 사과를 하는 몸짓을 취하는 것은 무슨 쇼라는 말인가? 노무현의 코드가 싫다. 참으로 싫다. 그 사과에 진정성이 있다면, 하루 전날 했을 것이며, 극단적인 사태는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다.

돈벼락 맞은 부류나 노 대통령에게 자아를 투영시키고 대리만족을 추구하는 노사모 부류의 입장에 서 있는 이들은 노 대통령을 거의 무조건적으로 지지할지 모르겠으나, 매우 중요한 순간에 '시끄럽고 복잡한 다툼이 강력하게 발생할지언정, 한 걸음 물러서면 그런 갈등을 대폭 축소시킬 수 있을지언정, 결단코 물처럼 되지 않겠다'는 태도를 바라보면서, 다시 한 번 나는, 노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지도자감은 아니라는 확신을 강화하게 되었다.

3. 탄핵감이 아니다

노 대통령에 대해 몇 차례 긍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대선 승리 첫 연설에서 찬성자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반대자의 대통령도 되겠다고 밝혔던 것, 이라크 파병문제에서 3000여 명 파병으로 결정함으로써, 찬성자만 만족시키지 않고 반대자만 만족시키지 않고, 찬성자도 반대자도 약간씩 불만과 만족을 느끼게 했던 것… 등은 매우 현명했다고 긍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긍정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노 대통령은 국가발전, 국론통합, 국력신장을 착실하게 이루어갈 지도자가 아니며, 지난 1년간의 국정수행 패턴을 앞으로 4년 간 반복하면, 10년 내 2만 불 국민소득이 아니라 10년 내 중국 발 마사지 할 신세로 전락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솟아날 때가 많기에, 탄핵에 반대하고 싶지 않다는 감정이 있었다.

 

 
   
  ^^^^^^▲ ▲ 노무현 대통령
ⓒ 사진/부산뉴스타운^^^^^^
 
 

지난 해 노무현 정부의 국정수행은, 대학교수들이 '우왕좌왕'이라는 사자성어로 요약했으며 국민적지지가 정권말기 상황으로 추락한 것으로 알 수 있듯이, 매우 별 볼 일 없었다. 예전에 듣지 못했던 이태백이라는 희한한 신조어까지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베드로가 시몬이라는 이름으로 스승과 동행할 때처럼 지나치고 심각하게 좌충우돌하는 다혈질이었다. '반석'을 뜻하는 베드로로 통합되기 전의 시몬과 같은 다혈질은 지도자가 되면 안 된다. 그래서, 야당으로부터 '탄핵할 수 있다'고 경고를 받을 부분이 많았다고 본다.

그런데, 노 대통령이 지금, '탄핵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으며 비판하는 대상이 될 수 있을지언정, '탄핵을 감행한다'며 끌어내리는 대상이 될 수 있을까? 노 대통령이 스스로 하야하겠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현재 나타나거나 알려진 이유로 탄핵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 나의 견해다. 노 대통령의 리더십에 회의를 느끼고 있지만, 탄핵해야 할 중대범죄가 있다고 보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탄핵하면, 매우 중요한 민주적 절차(대선 선거, 다른 사람의 다수표도 존중하는 것)를 파괴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대통령이 결코 물이 되지 않겠다고 나오면, 국회라도 약간은 물처럼 되어야 하지 않을까? 열린우리당이 이판사판으로 발의를 막을 때, 무리하게 밀어붙이지 말고 밀려줄 수는 없었는가?

그동안 국회가 어떻게 일을 해왔는가? FTA나 파병안에 대해서는, 지역민 표심의 눈치를 살피며 얼마나 머뭇거렸는가? 그때는 왜 탄핵안처럼 단호하게 통과시키지 않았나? 그런데,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는 문제에서는 왜 조금도 물처럼 되지 않고, 바위처럼 단단하고 대나무처럼 뻣뻣하게 뜻을 추진한다는 말이냐?

이 시점에서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고건 총리가 선량한 관리자로서 대통령의 직무를 무난하게 대행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 묵묵히 헌법재판소의 판정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본다. 열우당 의원들이 품고 있는 의혹처럼 헌재의 판정과 무관하게 대통령의 권력을 먹겠다는 괴이한 전략(그런 게 있다면)을 추진하면 아니 될 것이다.

지금 방송들이 광기에 빠져 있으며 광란을 부추기고 있다. 원인제공자는 억울하기만 한 피해자, 오기와 독선에 자극받으며 반발했던 자는 몰지각한 가해자로만 몰아가면서, 재탕, 삼탕, 사탕으로 울궈먹고 있다.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총선에 대박터질 것 같다.

헌재에서 탄핵안이 부결되고, 노 대통령이 더욱 힘을 얻고 가속도를 받으면, 그 이후에 어떤 상황이 전개될까? 과격급진적인 격동이 휘몰아치게 될까? 그동안 사회일각에 제기되어 왔던, '탄핵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는 의견, 그 의견을 구성하고 있는 추론들이 틀렸기를 바랄 뿐이다.

서로 사생결단으로 싸우며 깊은 상처와 불신을 주고 받았는데, 그런 기자회견을 했던 노 대통령이 과연 바람직한 국정안정과 국론통합을 이루어갈 수 있을까? 비장한 불안감이 밀려온다.

4. 결론

지도자감이 아닌데 탄핵감도 아니며, 탄핵감은 아닌데 지도자감도 아니라고 보이기에, 매캐한 황사가 가득 차 있는 하늘을 바라볼 때처럼 머리가 아프고 목이 타는 것 같다. 앞으로 두통과 갈증이 더욱 심해질 것 같기에 답답하고 착잡하다.

사리사욕과 당리당략과 자존심과 한풀이와 독선을 고집할수록 바위처럼 딱딱해지고 대나무처럼 뻣뻣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제발전과 안보유지와 민생안정에 최선을 다한다면 대통령이든 국회든 결코 그런 모습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국정의 지도자와 정치인들이, 온건하게 통합된 중용과 물처럼 만물을 이롭게 하되 다투지 않는 선정(善政)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면, 소나기가 스친 후의 맑고 상쾌한 하늘을 바라볼 때처럼 가슴이 시원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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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 2004-03-15 21:54:36
노대통령이 이룬 긍정적인 것은 보이지 않는가 그가 매끄럽지 않고 경망한 언어를 사용해서 쓸데없는 저항과 조롱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다음과 같은 그가 한일은 결코 무시할수없다
첫째 : 정치개혁의 기회를 제공했다 . 특히 검찰의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하여 정치인들의 부정부패를 적나나하게 드러내게하여 정치권이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안되게 하고 있다

둘째 : 정경유착의 고리를 실제적으로 끊게 하고 있다 만일 이회창이 당선되었다고 했을때 재벌과의 관계를 생각해보라

세째 : 노사간 힘의 균형에 힘쓴점 (이건 보기에
따라 실정으로 생각될수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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