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꽃이 피었습니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개나리 꽃이 피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또 다른 열망으로 세상을 살아갈 것입니다

봄이다. 봄은 겨우내 산과 거리를 검게 물들이고 있던 나뭇가지에 파릇한 새싹을 돋게 하는 것으로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또한 봄은 산에, 들에, 그리고 길가 곳곳에 피어나는 노란색의 개나리꽃의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나는 개나리꽃이 허드러지게 피는 것을 보아야만 비로소 봄이 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거의 같은 시기에 함께 피어났다가 비슷한 시기에 함께 꽃이지는 또 다른 봄맞이 꽃인 진달래나 철쭉 보다, 개나리꽃이 유난히 나에게 더 많은 감흥을 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나는 아직도 깨닫지를 못했다. 그 이유는 모르지만 내가 유독 개나리꽃을 좋아한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비단 진달래며 철쭉만이 아니라 사실 나는 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렇다고 내가 그다지 정서가 메마른 사람은 아닌데, 왠지 꽃이 주는 정형화된 아름다움에는 그다지 마음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혹 내가 유별나게 개나리꽃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 아닐까? 글을 쓰면서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본다.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바닥에, 혹은 산이나 들 아무 곳에나 쉽게 피어나고 너무 흔해서 그 꽃잎을 밟고 지나가는 사람들조차 많을 정도로 흔하고, 또 소박하기만 한 그 아름다움. 그러나 한편으로는 처절하기조차 한 아름다움이, 바로 내 메마르고 무심한 가슴에 유난히 관심을 끌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나는 항상 조그만 수첩을 가지고 다닌다. 내 유난히 나쁜 기억력을 보안하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잊어버리기에 소중한 것들을 적고 보관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다. 그 조그마한 수첩에는 ‘3월 말 수안보.’라고 씌어져 있다. 3월 말경에 수안보를 찾아가면 개나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몇 월쯤에 어디를 가면 곱게 물든 은행을 볼 수 있다.’는 식으로 나에게 깊은 감동을 준 풍경들을 적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개나리꽃은 꼭 3월말의 수안보가 아니라도 어디에나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그리고 어디에서 보든 개나리꽃은 꼭 같은 뜨거운 감동으로 느껴진다. 내가 개나리꽃을 보면서 느끼는 것의 실상은 그 꽃의 특별한 아름다움이 아니다. 마치 불이 타오르듯이 환하게 빛나는 그 꽃잎에서 나는 어떤 ‘열망’을 읽어내기 때문이다. ‘열망’ 그것이 바로 내가 개나리꽃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오랫동안 내 답답한 마음속에 갇혀서 타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던 그 무엇이, 개나리꽃을 바라보는 내 가슴에 그토록 강한 자극을 주는 것이 바로 아름다움의 이유인 것이다.

매년 겨울이 찾아오면 거울을 바라보는 것 같은 명징함에 내 모습을 비추어보면서 이성의 세계로 빠져 들어간다.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고 삶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머리를 꽁꽁 얼리고 정신을 맑게 만들어 주는 그 시린 바람이 좋고, 하얀색으로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그 차가운 정갈함이 좋다. 그래서 겨울은 내면적인 성숙의 계절이다. 차가운 겨울바람에 바짝 움츠리고 있던 몸속에서 무언가가 서서히 자라고 있다. 그래서 겨울을 지날 때마다 나는 더욱 세상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머리로만 아는 것이 아니다. 새로이 깨달게 된 인식을 다시 몸으로 부딪으며 열심히 살아가야만 인식이란 것이 비로서 의미를 지니게 된다.

삶이란 것이 모두 그렇지 않은가. 나에게 있어 삶은 스쳐가는 것이다. 나는 그냥 창밖에 지나가는 경치를 무심히 바라보듯이 삶이 지나가는 것을 빈 마음으로 바라본다. 우연히 나선 여행길에서 아름다운 경치를 만나면, 그저 아름답다고 생각할 뿐이지 그 경치를 사진을 찍지는 않는 것과 같은 생각이다. 그러나 나는 한번씩 그 아름다운 경치 속으로 파고들고 싶다. 삶이란 것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이 어디에 있겠는가. 사람과 사람이 살과 살을 마주하고, 서로의 삶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나는 다가오는 봄을 예견한다. 봄을 예감하고 봄이 다가오는 냄새를 느끼고, 봄이 다가오는 숨결을 느끼고, 봄이 서서히 그 자태를 나타내는 과정을 지켜본다. 절대적인 아름다움으로 느껴지던 겨울은 봄의 도약을 위한 길고 지루한 학습의 과정이었다. 이제 봄이 오고 나는 구멍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동물처럼 세상을 두리번거린다. 어디론가 뛰어가야 할 것이다. 보람된 삶. 아름다운 삶. 가슴이 터지도록 벅찬 삶. 그것을 위해 가슴에 가득히 뜨거운 열망을 감추고 기다려오지 않았던가. 얼음같이 차가운 이성의 힘으로, 섣부른 열정을 억누르며 살아오지 않았던가. 그러나 이제 봄이 온 것이다.

봄은 나른함을 준다. 나의 정신에 긴장감을 풀어버리고 나태하게 만든다. 집중력을 떨어뜨려 삶에 대한 나의 진지한 성찰을 방해한다. 봄은 산만함의 계절이다. 나의 정신을 죽인다. 내가 그토록 염원하는 ‘영원히 깨어있는 삶’을 방해한다. 그러나 봄은 또한 열망의 계절이다. 영원히 정갈함 속에 남아있으려는 나를 일깨워서 삶 속으로 뛰어들게 만들고 싶은 충동을 준다. 가슴이 터질 듯한 열망의 삶을 살아가라고 다사로운 해살처럼 하얗게 미소 지으며 나를 유혹한다. 그래 나는 이제 기꺼이 봄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봄이 가득한 세상 속으로 달려가 내 속에 가득한 열정을 마음껏 풀어버릴 것이다.

개나리꽃은 열망이다. 개나리꽃 망울의 그 진한 노란색 속에서 나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개나리꽃이 그 노란빛으로 타오르는 환한 열망을 보면서 나는 차가운 이성으로 지켜왔던 내 가슴속에서 삶에 대한 열정이 타오르는 것을 느낀다. 나의 가슴에 뜨거움이 꿈틀거리고 삶에 대한 희망이 솟아오른다. 그래서 다시 세상으로 뛰어들어서 노력해야할 열망을 본다. 그 노란 꽃망울에서 다시 가을이 다가오기까지 이겨낼 힘을 얻는다. 그렇다. 개나리꽃은 새로운 도전에 대한 새로운 희망이다. 또 다시 겨울이 올 때까지 나는 개나리꽃의 열망으로 힘든 세상을 버티어 갈 것이다. 나는 오늘 하루를 뜨겁게 살아갈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기획특집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