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로 이렇듯 망신을 당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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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로 이렇듯 망신을 당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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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가는 날이 장날'이랬던가.

지난주 아들이 두 번째 휴가를 나오기 전날에 나는 이런저런 심히 안 좋은 일이 있었음으로 해서 자괴의 수렁에 빠지는 바람에 그만 무지무지한 폭음을 했다. 그도 모자라 비척거리며 집으로 오다가 그만 어디선가 고꾸라졌던지 그만 얼굴부위에 적지 않은 상채기까지 입었다. 그러자 아내는 "내일이면 아들이 집에 오는데 아들 보기에 창피하지도 않느냐?"며 힐난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 후유증으로 말미암아 이튿날에는 출근조차도 못 할 정도로 꿍꿍 앓고 있었는데 마침내 아들이 보무도 당당하게 집으로 들어서는 것이었다. 하지만 병든 노인처럼 누워서, 더군다나 얼굴까지 상해서 아들을 맞아야 하는 한심한 아비인 나의 마음은 면구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러한 실로 부끄런 나의 모습에 아들은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 아들에게 아내는 옷을 꺼내주며 "네 아빠가 요즘 아주 어려운 지경이라서 마음고생도 심하시니 네가 이해하거라~"며 그래도 이 못난 남편을 두둔해 줆에 나는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나의 자괴감은 여전한 태산이었다.

'으이그~ 미련하고 천치같은 놈 같으니라구. 내가 어쩌자고 술을 그처럼 마구 퍼 마셨던 말이던가...!' 자고로 아비는 아들의 거울이어야 하거늘 하지만 아들은 모처럼 나온 휴가에서 거울은커녕 마치 노숙자와도 같은 처참한 몰골의 아비를 보아야만 했으니 내 어찌 장강처럼 넓은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도리가 있었겠는가. 여하튼 저녁때가 되자 겨우 몸을 추스릴 수가 있었기에 가족과 외식을 했지만 여전히 아들 보기는 부끄럽기만 했다.

휴가가 끝나서 어제 식구들이 모두 아들의 귀대지 인근까지 갔다. 아들과 작별을 하는데 아들이 신신당부했다.

"아빠, 어려우신 건 저도 알지만 앞으론 술을 줄이세요, 아빠도 이젠 연세가 낼모레면 오십이시니 건강에 유의하셔야 합니다. 건강하시면 앞으로 뭐든 다시 하실 수 있지만 건강을 잃으시면..."

아들의 그 걱정은 하지만 아비인 내가 듣기로는 분명 송곳처럼 아프고 극명한 회한의 부끄러움으로 날아와 꽂히는 것이었다.

"알았어... 앞으론 술 끊을게..." 그러자 아들은 지키지도 못 할 약속을 또 입에 다는 이 못난 아비를 보곤 씨익 웃으며 부대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평소 사람의 자질이 부족하고 편협하다보니 무언가 안 풀리는 일과 조우하게 되면 으레 폭음으로서 자학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위인이 바로 나라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튿날에는 전날의 그러한 나의 부끄런 행동에 대하여 다시금 후회를 하면서 금주를 결심하지만 그 결심은 매양 작심삼일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 하곤 했다. 그러나 이젠 아들을 봐서라도 나의 그러한 구태를 벗어 던지리라. 무변하게 지금도 간난신고의 여정이긴 하다.

그러나 언제나 나의 우군이자 버팀목과도 같은 아들과, 아내와 딸이라는 사랑하는 우리가족의 울타리가 있음에 나는 다시금 내 의지를 실험하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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