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이상'을 원하는 '프로'에게 일침을 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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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이상'을 원하는 '프로'에게 일침을 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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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한겨레신문사^^^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 소모적(?)인 열광을 정당화시키기 위해서라도 곧잘 스포츠를 필요이상의 가치관에 대비시키고 한다. 그 대표적이면서도 단 한번에 상대방의 허를 찔러버리는 방법은 바로 ‘스포츠 인생론’이다.

이 ‘스포츠 인생론’이 검증된 적은 없지만, 땀과 고통의 준비과정과 단 한번의 테스트, 그리고 그 성공유무에 따른 엄청난 보상, 그리고 전혀 예기치 않았던 부상이라는 이유로 완전 도루묵이 되는 그 역정의 과정을 돌이켜만 보아도 그것은 실로 감동적인 드라마이다.

그래서 우리는 올림픽을 통해, 월드컵을 통해, 프로야구, 프로축구 등의 각종 프로스포츠를 통해, 심지어 전국체전을 통해서도 그 눈물겨운 ‘인생’을 만나곤 한다. 아니 의무적으로 만나기 위해 눈물겨운 사연을 찾아낸다. 그것이 ‘열광’을 정당화시키는 의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 ‘스포츠 인생론’은 순수한 아마추어리즘, 즉 결과에 상관없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준비하는 그 성실한 인간 본연의 자세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과정이 있어도 ‘부상’과 ‘복병’은 절대 그 과정을 미화시키지 않는다. 그걸로 끝이다. 결과가 아름답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 그런 것일까?

바로 지극히도 순진한 ‘프로’의 세계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순진한. 모든 것은 간단하다. 이기면 된다. 좋은 성적 올리면 된다. 어떻게 하든지 알아서 하면 된다.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수치상의 모습을 보여는 주지만 굳이 그런 전통적 방법을 강구하기를 은근히 바라지도 않는다.

그때부터 우리의 ‘스포츠 인생론’은 달라진다. 항상 ‘이긴자’의 인생을 들추어내기 시작한다. 가난했고, 열심히 노력했고, 그것도 눈에 피 터지도록 열심히 말이다. 오직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말이다. ‘승리’와 ‘최고’말이다. 함께 준비하는 수많은 동료의 그 과정에의 ‘인생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승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의 ‘스포츠 인생론’은 무모하기 짝이 없다. 자본주의가 만들어 놓은 ‘프로’라는 포로에 걸려 우리는 ‘승리’를 인간내면의 완성인양 착각하고 자본가의 브랜드파워를 높이는 일에 열중한다. 그것이 ‘진실’인줄 알고 말이다.

이런 안타까운 ‘스포츠 인생론’에 일침을 놓은 책이 있다. 제8회 한겨레 문학상 당선작인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한겨레신문사)>은 이러한 현대의 잘못된 ‘인생관’을 유쾌한 서술을 바탕으로 아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사실 삼미 슈퍼스타즈는 는 우리에게 잊어진 존재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프로’라는 것이 도입되는 그 풍파를 견디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은 아마추어의 순수성이 ‘프로’의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일찍이 간파하고 겉으로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그러한 프로야구를 주장하지만 사실 그 이면의 ‘승리 지상주의’, ‘이겨라! 뭐든지 다 해주겠다.’를 지극히 당연한 슬로건으로 받아들인 것이 사실인데 삼미는 그러한 변화의 과정에 거의 적응하지 못하고 지독히도 최악의 성적을 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는 여기서, 이 지독한 성적에서, 1할 2푼 5리의 상상도 할 수 없는 성적에서 우리의 인생을 말하고 있다. 그것은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이 눈이 흙이 들어오는 치욕을 만들어 내는 냉정한 프로의 세계’라는 작가의 말로 쉽게 요약될 수 있다.

왜 이 사회는 ‘평범한 자’에게 ‘치욕’을 준다는 말인가?

왜 사람들은 그 ‘평범함에서 오는 치욕’을 견디지 못해 필요이상으로 바쁘고, 필요이상으로 일하고, 필요이상으로 빠르고, 필요이상으로 모으고, 필요이상으로 모여 있는가 말인가? 왜 사람들은 ‘삼천포’에 가는 것이 ‘삼천포에 빠지는 길’인것인양 흥분한단 말인가? 그런 곳에 ‘인생’이 존재하는가?

지독히 본연의 인생 그대로의 여정에 있었던 ‘삼미 슈퍼스타즈’는 왜 미친 듯이 이기려고 하는 다른 팀들의 괴물 같은 파괴력에 의해 그저 조각나 버렸나 말이다.

작가는 80년대의 프로야구의 추억을 90년대 후반까지의 한국사회의 과정과 절묘히 연결하면서 우리에게 이러한 ‘깔아뭉개는 승자’의 위험을 알려준다. 그의 말처럼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 돈을 대가로 누구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팔기위해 그렇게 미친 듯이 바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시간, 자신의 삶을 팔고 있는 것이다.

성공하는 자는 바쁘고, 우리는 이러한 사람을 ‘프로’라고 말한다. 그래서 ‘프로’를 만들어 주는 수많은 지침서들이 서점을 도배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프로’는 자신의 인생을 사는 사람일 것이다.

또 말할 것인가? “세상은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이제 그러지 말자. 필요이상으로 강해질 필요가 없다. 그러한 ‘스포츠 인생론’을 찾아나서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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