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영,유아기의 지나친 텔레비전 시청이 언어발달 장애와 정서적 안정을 해친다는 연구결과 또한 보고된 바 있습니다. 이런 자극적인 뉴스 기사가 아니더라도 저희 가족의 지나친 TV 시청을 우려하였기에 올 2월부터 아예 텔레비전과 연결되는 멀티탭을 치워버렸습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식구들이 TV 앞에 몰려 앉아 가족드라마를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무생각 없이 이 채널 저 채널 돌리다 보면 딸아이의 취침시간이 늦어지고 그러면 바쁜 아침을 준비하는데 무리가 따릅니다. 특히 요즘같이 공중파 방송뿐만 아니라 케이블 방송으로 인해 볼거리가 풍성해진 텔레비전의 유혹은 과감히 거부하기가 힘든 실정입니다.
아내와 딸아이에게 TV 시청을 제한하겠다고 통보한 후 당장 멀티탭을 거두어버렸습니다. 대신 TV 앞에 커다란 상을 갖다 놓고 각자 공부를 하기로 했습니다. 아내는 다음날 수업준비를 하고 저는 책을 읽고 딸아이는 한글 공부를 합니다.
한글공부와 숫자공부에 열을 올리던 딸아이도 몇일이 지나자 아빠가 밉다고 소리칩니다. 왜냐고 물으니 텔레비전을 못보게 해서 그렇답니다. 아내도 딸아이의 투정에 동조하는 눈빛입니다. 월요일, 화요일은 1시간, 그리고 일요일은 비디오 한편으로 TV 시청을 못박아 두었더니 벌써 현란하고 호기심 가는 TV 프로그램들이 그리워지나 봅니다.
군복무시절 휴게실에서 동료들이 TV를 볼때 내무실에서 조용히 책을 읽던 기억이 납니다. 만약 TV가 내무실에 놓여져 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발걸음이 휴게실로 옮겨질때마다 바보상자를 보느니 책을 읽는 것이 남는 거라고 마음을 다잡았었습니다. 대신 각종 뉴스나 정보는 신문으로도 충분히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경험으로 아예 집에서 TV를 없애버릴까도 생각해봤지만 딸아이의 교육용 비디오나 아내가 좋아하는 '대장금'을 보려면 있긴 있어야겠단 생각입니다. 대신 TV 시청 시간을 가족들 동의 하에 엄격히 제한해야겠지요.
이런 저의 생각들이 아내와 딸아이에게는 야속하게만 느껴졌나봅니다. 아내도 TV 시청을 줄이고 책을 읽자는 이론적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가끔 아무생각없이 TV를 보는 것도 큰 휴식이 된다며 딸아이와 함께 반기를 들고 나온 것입니다.
다섯 살 된 딸아이가 '천국의 계단', '대장금'을 애타게 기다리는 모습을 보니 벌써 TV에 중독된 것 같아 걱정이 큽니다. 개그 프로그램에 나오는 옥동자를 따라하고 드라마 주제가를 흥얼거리는 모습이 때론 귀엽게 보이지만 그렇게 스스로 생각할 시간도 없이 '따라쟁이'가 될 것 같아 염려가 큰 것입니다.
딸아이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좋은 습관들을 많이 만들어주고 또 본보기가 되어야겠단 책임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빠가 밉다고 외치고 있는 저 순수한 아이의 목소리를 그냥 흘려넘기기로 했습니다.
어느 유태인이 쓴 책에는 한국 아빠들은 집에 들어와서 씻고 밥먹고 TV보고 자는 것이 전부라고 평했던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다소 과장되었고 일반화시키기엔 무리가 있지만 일면 수긍가는 점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아빠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행하기엔 현실에 너무 안주하고 나태하지는 않았는지 저부터 반성해봅니다.
이제 TV를 끄고 책을 보는 것이 익숙해져 갑니다. 가족이 한 곳에 모여 앉아 각자 관심분야의 책을 읽는 모습 아름답지 않습니까? 물론 처음엔 가족 내부의 반발도 있을 것이고 작심삼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더 늦기 전에 시도해보고 고쳐나가고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무생각없이 TV를 켜는 순간 가족 누군가의 질타를 받는 모습을 상상해보십시오. 아마 한사람만 총대를 맨다면 금방 TV를 멀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보상자 대신 책을 들고 가족과 대화하는 모습, 제가 그리는 가정입니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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